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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마음이 공허해요
윤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3.28 00:46

[정신의학신문 : 윤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세 채움 정신건강의학과] 

 

사연) 

저는 아이를 키우는 주부인데... 아이를 위해 살아가다 보니 문득 마음이 공허합니다.

물론 아이가 잘 되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고 제가 필요한 것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그냥 요즘 들어 혼자 있고 싶고 아무도 제 인생에는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아요. 원래도 사람들과 교류를 자주 하진 않았지만, 탑 꼭대기에서 혼자만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세상으로 내려가기엔 두렵고 동떨어진 느낌입니다.

너무 혼자인 게 익숙하다 보니 사람이 그리우면서도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누군가 한 사람은 제 맘을 들여다 봐주면 좋겠는데 그게 누군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만 바라보며 사는 삶이 숨 막히기도 하고, 언제 끝나는 건지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제가 선택한 인생이고 제가 할 일이란 것도 알겠는데 아이와 좀 떨어지고 싶습니다. 차라리 일을 하는 게 이런 공허함을 잊을 수 있는 길일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혜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업 주부의 일이 참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지요. 그리고 집이라는 쉼터인 공간이 일터가 됩니다. 열심히 해도 티가 별로 안 나고, 또 안 하면 바로 티가 나고요. 가족들의 육체적, 정서적인 지지의 역할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결국 본인의 정서적 육체적인 건강을 돌보는 데에는 소홀하게 될 수 있는데요.

아이가 어리면 더욱 그렇지요. 아이만 바라보는 삶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아마도 육아와 가사로 인해 본인만의 시간을 가지기가 어려우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혼자 있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마 그런 뜻이겠지요.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이나 남편,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이실 거예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또 외로움을 느끼고 계신데요, 원래도 사람들과 교류를 자주 하지 않으셨다 하더라도 사회와 완전히 단절되고 고립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지요. 아이는 너무 소중하고 예쁘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혹은 정서적이나 감정적인 지지를 해줄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니까요.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어요. 아무리 그 역할을 해준다고 해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지요. 그래서 아무도 본인의 인생에 관심이 없는 느낌을 받고 계실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좀 나아지시기는 할 거예요.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에도 엄마만의 시간은 필요하지요.

차라리 일을 하는 게 나을까 생각도 하셨는데요, 바로 취직을 하시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를 남편, 양가 부모님이나 보육시설 등에 맡기고 본인의 시간을 가지시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물론 아이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 죄책감이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본인의 정신적인 건강을 돌보시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정의 안정과 평안에 더 좋은 길일 것입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하여 엄마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요. 일단 출산 전후에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 그리고 아이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피로, 수면장애 등을 경험하게 되지요. 아이 양육에 대한 부담과 걱정도 많아지고 본인의 출산 후 변화로 인한 불안감도 생길 수 있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우울감을 경험하시는 분들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글에서도 표현해주시긴 했지만 우울한 기분이나 슬픔, 공허감, 절망감, 눈물, 흥미 저하, 식욕 변화, 수면 변화, 피로나 활력의 상실, 무가치감 또는 죄책감,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 죽음에 대한 생각 등의 증상 중에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있으신 상태라면 주요우울장애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셔서 상담을 받아보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본인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만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윤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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