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 사용법 - 1

사진 Pixabay

 

세상살이가 쉽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정신과가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어나서일까? 요즘 들어, 정신과 진료를 한 번쯤은 받아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다. 아마도 사는 게 고달프고 피곤하니 따뜻한 말이라도 한 마디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과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실제로 정신과 앞을 몇 번을 맴돌다가 결국에는 되돌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1. 정신과라는 곳이 주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어려운 느낌은 여전히 지우기가 어려운 듯하다. 2.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신과라는 곳을 어설프게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더 괴롭기도 하다.

 

1.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보다 보면 정신과에 가보고 싶기도 하고, 지금 정신과에 가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도 되지만, 막상 정신과에 가려니 괜스레 사람들의 시선도 염려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신과에는 어느 시점부터 가는 게 좋을까? 칼로 무 자르듯 깔끔하게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아직은 딱히 별다른 방법이 없다. 다만, '자신이 괴롭거나 남이 괴로운 경우' 정도로 설명해 볼 수는 있겠다. 예를 들어, 괜스레 잠을 못 자고 기운이 없고 울적하고 눈물이 나고 입맛이 없다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숨이 가빠지고 불안한 마음을 감당할 수가 없다면, 마음 고생을 하고 난 다음부터 몸이 여기저기가 아파서 각종 검사를 해 보았으나 별 다른 이상소견이 없다면, 이 때는 정신과에 가보는 게 좋겠다. 이처럼 ‘남은 잘 몰라주지만 자신은 너무 괴로운 경우’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가기가 쉬운 편이다. 이와는 반대로 ‘자신은 괜찮은데 남이 너무 괴로운 경우’ 역시 정신과 진료가 꼭 필요하나 정신과에 가보라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관한 논의를 다루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가버릴 수 있기에, 일단은 넘어가고자 한다.

 

2.

한 아이가 유치원에서 신나게 뛰어 놀았다. 유치원 선생님이 보기에는 그 아이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로 보였나 보다. 그래서 선생님은 아버지에게 소아정신과에 가보라고 권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아버지의 직업이 다름아닌 '소아정신과의사' 였다. 물론, 그 아이가 ADHD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정신과 의사도 사람이기에 자신의 아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요즘은 힘든 상황을 접할 때면 쉽게 정신질환을 떠올리고 염려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입학이나 입사 시험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수험생, 사소한 일로 다투고 난 뒤 냉전상태에 있는 신혼 부부, 상사 때문에 분노하는 직장인들이 어렵지 않게 정신과를 찾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인생상담을 받으러 정신과를 찾기도 한다. 보통 정신과의사는 이들에게 안심을 시켜주지만, 이러한 정서적 지지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삶의 문제, 어쩌면 실존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상담을 받으면서 지켜볼 수도 있다.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정신과를 갈까 말까 망설여보는 시대인 듯하다. 알고 보면, 정신과라는 곳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면 내과에 가고 팔다리가 아프면 정형외과에 가듯이, 마음이 아프고 괴로워서 견디기가 어렵다면 정신과에 가면 된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 말고 그냥 가면 된다. 한편, 걱정이나 갈등이 통상적이거나 병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굳이 정신과에 가지 않아도 된다. 가족이나 친구와 여가생활을 보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문제가 정신과에 가야 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를 잘 모를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그 때는 정신과를 가보도록 하자. 최소한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정신과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대답은 자신 안에 있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진다면, 그 대답이 그렇지 어렵지만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심하였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정신과의 문을 두드려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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