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배경에 따라 미안하다는 뜻 다르게 배워, 女-관계 회복 vs 男-사죄 인정

대화에서 사과하는 것을 두고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대개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먼저 사과를 하지 않겠다고 대등하게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이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는 이유는 대개 남녀 언어의 사용 차이에서 오는 오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과에 인색한 남자, 왜?

2005년 미국 보스톤 대학교 제임스 마할릭(James Mahalik) 연구진은 성역할에 걸맞기 위해서 어떤 것을 인정받아야 하는지 조사했다. 여성의 경우에는 △친절함 △날씬함 △ 외모에 이용 가능한 자원을 모두 동원할 것이었다. 반면 남성의 경우 △ 감정적 통제 △일을 우선순위로 할 것 △상위 추구와 폭력성 등이었다.

여성은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종종 사과를 한다. 여성들의 사과는 사회적 결속을 의미하며 협력적이고 수용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성들은 연결된 느낌을 지속하길 원한다. 여성은 사과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쉽게 용인되며 오히려 친절함과 다정함으로 보이는 태도는 잠재적 이득이 되는 상황에서 자라왔다.

이와 반대로 남자는 경쟁적인 스포츠와 게임을 오랜시간 해오며 개별적인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배워왔고,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 또는 인정하는 것을 의미했다. 나아가 사죄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실수로 부각된다면 자신의 입지가 난처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했다.

미국 심리학자 엘레너 맥코비(Eleanor Maccoby)는 남녀는 어린 시절 동안 이성보다 같은 동성집단에서 의사소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호작용을 통해 대화법을 배운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

미안하다는 말은 남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지방 사투리처럼 억양과 말투가 달라 서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남녀가 미안하다는 말의 의미가 다른 만큼 좀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여자의 경우에는 스스로 반사적으로 미안하다고 하지 않은지 돌아보자. 자신의 잘못이 아니어도 관계를 유지하고자 습관적으로 미안하다고 표현한다면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 또, 상대에게 사과를 받기 위해 사과한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사과는 상대를 향한 대한 감사함과 포용력에서 나와야하는 것이지 협상과 같이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은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는 사과해야 할 상황이라면, 단순하게 미안하다고만 말하자. 이후로 자신에게 닥칠 사황까지 생각하지 말라. 여성에게 사과를 듣고 자신도 미안했다고 답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또다른 다정함으로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라면 미안하다는 말은 진실함 그대로 와 닿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는 젠더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여느 때보다 성 중립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을 양육해야 한다.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관점을 바르게 이해하고 다가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Sex Roles

April 2005, Volume 52, Issue 7–8, pp 417–435 DOI:10.1007/s11199-00537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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