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주역(周易)은 세계를 음(陰)과 양(陽)의 상호연관으로 본다. 다시 말해, 주역(周易)은 이 세계를 항상 변화하는 것으로 보고, 이러한 변화는 음과 양이 상호간에 하나가 늘어나면 하나가 줄어들고, 하나가 나아가면 하나가 물러나는 관계의 유동성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주역(周易)의 이치로 보았을 때, 이 세계가 양기로만 가득 차 있는 달이 4월이다. 이 음력 4월을 ‘순양지절’이라고 부른다. 보통 여자들이 봄을 탄다고 하는데, 이는 음기가 강한 여성들이 온 우주에 가득한 양기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4월을 기점으로 달이 지나면서 양기가 하나씩 줄어들고 음기가 하나씩 늘어난다. 음력 10월이 되면 이 세계가 음기로만 가득 채워진다. 그래서 남자들은 가을을 탄다. 양기가 강한 남성들이 온 우주에 가득한 음기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는 생체 시계가 있다. 이 생체 시계는 낮에는 우리를 깨워주고, 밤에는 잠들게 해주며, 우리의 생활이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게끔 도와준다. 이 생체 시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일조량이다. 이 생체 시계는 빛을 인지하는 시각 경로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햇빛이 쨍쨍 비치는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가을이 오면 일조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생체 시계가 반응을 해 생체리듬에 영향을 주고, 생체리듬에 변화가 오면,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에도 변화가 온다.

대표적인 호르몬이 멜라토닌이다. 멜라토닌은 송과선(pineal gland)에서 생성, 분비되어 우리의 수면에 도움을 준다. 또한 혈압을 내리고, 심박수를 줄이는 등 흥분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은 일조량과 반비례하여, 가을에는 여름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분비된다. 가을이 되면 기분이 다운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또한 세로토닌 역시 일조량의 영향을 받는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우리에게 편안함과 행복감을 주는 호르몬이다. 햇볕을 받으면 비타민 D가 생성돼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 된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이 세로토닌 역시 줄어들기 때문에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기 쉽다.

 

이러한 호르몬의 변화들은 남녀 모두에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남자가 가을을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독 남자가 가을을 타는 이유는 역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남성을 더욱 남성답게 해주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성욕을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주역에서 말하는 온 우주의 강한 음기가 원인일까?) 이 남성 호르몬은 가을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낙엽 지는 가을에 남성들이 허황된 로맨스를 꿈꾸며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이다.

 

정신의학신문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