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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다.故 설리 씨를 애도하며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승인 2019.10.15 12:41

[정신의학신문 :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포털의 인기 검색어 순위에, 최근 활동이 잠잠한 연예인의 이름이 일 순위에 오르면 늘 긴장된 마음으로 이름을 눌러본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해서 화제가 된 경우이지만, 직업의 특성상 늘 자살로 사망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사망한 배우 고(故) 전미선 씨의 경우, 나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었다.

우리 사회는 지난 십 년간 얼마나 많은 연예인들을 자살로 잃었나. 고(故) 이은주 씨를 비롯해서, 국민 배우였던 고(故) 최진실 씨, 지금의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 씨까지, 아마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모자라지 않을까.
 

고(故) 이은주 씨의 죽음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잃었는가.

 

미국에서는 자살에 관련 보도 지침에서 용어에도 많은 무게를 둔다. 자살을 설명하는 동사는 전통적으로 늘 commit(저지르다는 뜻)이었다. 자살 관련 전문가들이 이 용어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commit이라는 단어가 범죄라든가, 살인과 같이 부정적인 행동들에 주로 사용되는 용어였기 때문에, 자살로 사망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 유가족들에게 낙인을 찍고, 죄책감과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자살 유족들이 이에 공감을 표시했고, 여전히 기사들에는 commit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자살로 사망했다(died by suicide)는 표현이 조금씩 전파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말을 기자분들이 흔히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commit과 달리, 일상생활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데 기사 제목에 자주 사용되어 부쩍 눈에 띄었다.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은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목이다. (출처: 네이버 검색)


객관적으로 보면, 자살은 선택의 문제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의 입장에서는,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삶과 죽음의 선택지에서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이고,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보면 그 사람이 살아야 할 이유 또한 수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늘 그녀를 지지하던 가족, 사랑하는 팬들, 성공적인 커리어... 하지만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선택이 아니라면, 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일까?

 

자살 시도 후 생존한 환자들에게, 자살 시도 당시의 생각을 물어볼 경우, 십중팔구는 이미 자살 생각에 너무나 강하게 사로잡혀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살 생각이 너무 강렬해서, 마치 자살을 명령하는 환청처럼 들렸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다. 자살 연구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살 생각에 강하게 사로잡힌 순간에는 감당할 수 없는 절망감에 사로잡힘으로 인해 이성적 사고가 마비되고, 우울감과 불안감이 소용돌이처럼 몰아치며, 극도의 정서적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자살 시도를 한 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생존 직후, 살아있음을 감사한다. 내가 만난 한 환자는, 총으로 자살을 시도한 후, 코를 비롯한 얼굴의 1/3 이상이 손상이 되어 있었다. 바로 오늘 스스로의 얼굴에 총을 쏜 환자에게 '살아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묻자, 살짝 웃으며 살아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결국 자살을 시도할 때, 그들에게는 자살이 선택지가 아닌, (현실의 고통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선택지가 없었다고 느낀 사람에게 선택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정당한가?

 

자살로 사망한 사람에 대한 흔한 오해/편견은 수없이 많겠지만, 가장 흔한 편견은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이다'라는 생각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편견이지만, 동양권에서 조금 더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살을 선택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러한 편견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자신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자신이 사라질 경우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자살을 한 사람이 모두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진 않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또한 매우 흔하다. 우울증과 경계선 성격장애, 약물중독 등의 환자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자살 경향성이 나타나며, 자살 생각은 정신질병의 흔한 증상이기도 하다. 이런 환자들에게 자살이 정신질환 때문이 아닌, 선택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낙인이 될 수 있으며, 낙인은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것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사진_KBS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 가장 걱정되는 것은 고(故) 최진리 씨의 유족들이다. 그녀의 가족들, 가까웠던 친구들, 주변의 친구들 중 앞서 말한 우울증, 경계선 성격장애, 약물중독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그녀의 죽음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통이 극심할 경우, 자살 생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유명인의 자살은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 또한 매우 강하다. 미국의 국민 배우였던 고(故)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로 사망한 직후 4개월 동안, 미국 내에서 자살률이 10퍼센트 가까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만약 지인 중에 평소에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자살 시도나 생각을 해왔던 사람, 혹은 그럴 것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은지 안부를 묻고,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 생각과 달리,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자살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은 자살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이 걱정되는 사람을 혼자 두지 않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자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꺼려왔다. 심지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덮어오는 데 급급했다.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용어에 대한 의견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고,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이제 자살에 대해서 우리가 조금 더 이야기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반복되는 우리 사회의 자살은 우리 정신건강의 현주소이고, 사회 전체에게 큰 트라우마다. 무엇이 사람들을 '극단적인' 환경에 몰아넣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故) 최진리 씨의 명복을 빈다.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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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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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디 2020-01-12 07:48:52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표현이 어딘가 모르게 싫었는데 선택이 아니라는 의견에 깊이 공감이 되네요. 자살한 사람을 이기적으로 보게 만들 위험이 크다는 것도 동의하고요. 새로운 관점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삭제

    • 노답 2019-12-30 20:56:57

      2019년 한해동안 3번의 자살시도를 하고 3번의 실패가 있었습니다
      다시 눈을 떴을때 감사한 마음보다는 젠장 왜 또다시 눈뜬거야...라는 마음밖에는   삭제

      • 몰라 ㅅㅂ야 2019-12-15 12:52:29

        한국이 1위할게 oecd 자살률밖에 없어서 자살하는게 정설이다.
        괜히 헬조선이란 단어가 있는게 아니다. 내 장애인같은 생각이지만....
        난 이렇게 생각하니 이 나라를 위해 동참해야겠다. 고추 같다.....   삭제

        • 이즈 2019-12-04 15:42:49

          개인적으론 어제 목매달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죽기도 쉽지않드라...   삭제

          • 멍청이들 2019-11-28 23:48:27

            자살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것 자체가 이미 병신이라는 반증.
            죽는것보다 쉬운건 없다 자기 자신을 통제해본 경험조차 없는 노력도 안해본 멍청이들이라면 어려워보일수도 있지만 당장 실향한다면 언제든 할 수있다.
            그 타이밍을 잡는것이 어려울뿐이다   삭제

            • 바퀴벌레 2019-11-24 03:18:59

              쓴거 왜 다 안나오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추억이니 가슴에 품었던 얘기 적어봤다
              이 기사에대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죽는건 쉽지않다
              자살이란 정말 많은걸 포기하고 마음아파해야하며
              나의 죽음으로 인한 파급력을 책일질수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당신이 그런것을 거머쥐고 실행했다고 한다면

              그래도 한번더 봐줘라
              당신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더라도 나같은 개쉐이쓰레기더라도 한명즈음은
              아니 동네 개쉐이도 기억할것이다
              기억속에서 헤엄친다면 정말 미안하고 죄스럽지않겠나
              당신이없다고 이세상이망하고 기울지않는다
              하지만 나없으면 내줍   삭제

              • 바퀴벌레 2019-11-24 03:12:38

                나는 그것조차 안돼 하며 부정적인 말만 내뱉는다
                시발 솔직히 부모손 안벌리고 지금까지 산것만해도   삭제

                • 바퀴벌레 2019-11-24 03:04:57

                  구포다리 중간쯤 떨어지려했다
                  한시간 가랑 걷다보니 강서구청역이보인다
                  편의점에서 가진 돈으로 소주 두병과 천몇백원짜리 닭다리를 삿다
                  가면서 깡소주를 마신다
                  마지막 가는길은 맛있게 먹고가고싶었다
                  가다보니 길거리에 술취한사람들이 하나둘 휘청휘청 허공에 욕을 하며 걷는다
                  그 뒤를 깡소주를 마시며 따라걷는다
                  나지막히 욕을 되새기며 따라걷는다
                  시발 시발 나 죽을거야

                  나 오늘 죽을거야
                  되뇌인다
                  눈물이 흐르더라
                  내가 왜 나는 왜
                  답이 없다는걸 그게 왜
                  인간극장이라던가 보면 나는 참아니다
                  아이씨 그거는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이고   삭제

                  • 바퀴벌레 2019-11-24 02:59:24

                    진짜다 내가 죽고싶다해서 죽을수있고
                    아무에게도 폐 끼치고 않고 갈수있다한다면
                    우리는 다 죽을수있다
                    죽음으로인해 아무에게도 피해가 가지않을수있다면
                    내 용기만으로도 될것이다
                    한번은 손목을 그었다
                    한번은 김해에 시내에서 부산쪽 바다를 향해 새벽에 걸었다

                    손목을 그을때 한번에 부모
                    한번에 나를 사랑해주는 애인
                    한번에 친구들이 들어왔다
                    그마지막 한번은 내가죽음으로서 입에오를 사람들이 내머리속에 떠올랐다
                    그상황은 너무 힘들다
                    나 하나 사라지면 그뿐이라지만 그 중간에 내생각에 있는 이 들은 그게아니다
                    부산을 향해걷다가 구포다리   삭제

                    • 사랑해 2019-11-16 23:15:28

                      기사보다가 울컥하고 멍해지고 평소에 모든걸 내려놓고싶은마음이 앞서고 그만 하고싶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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