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진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로남불 :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반면,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허용적인 태도로 합리화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90년대 정치권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일부에서만 사용되던 줄임말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연령층에서 쉽게 사용되고 있는 관용어입니다.

이런 내로남불 경향성은 왜 나오는 걸까요?

 

독일 쾰른대학교 호프만 교수는 실험을 진행합니다. 실험참가자들은 직전 1시간 동안 자신이 행한 선행과 잘못된 행동을 적고 평가하게 합니다. 이어서 자신이 관찰한 다른 사람의 선행과 잘못에 대해서도 적어보게 했습니다.

타인의 선행과 악행의 보고는 비율은 1:1 정도입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평가에서는 선행과 악행의 비율이 2:1 정도로 선행을 많이 보고합니다. 타인을 평가할 때와 달리,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는 선행의 비율이 유의하게 높게 보고가 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타인을 평가할 때보다 자신을 평가할 때 긍정적인 쪽의 평가가 높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_픽셀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하이더(Fritz Heider)는 귀인 편향을 이야기합니다. 귀인 편향은 특정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의 행동을 평가할 때는 결과를 유발한 상황에 따른 판단을 먼저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할 때는 내재한 기질적 원인에 의한 판단을 먼저 합니다.

예를 들어서, 운전 중에 갑자기 앞 차가 급정거를 하는 상황입니다. 내가 뒤에서 운전을 하고 있다면 앞 차 운전자의 성격, 잘못된 동기, 운전실력 등을 기준으로 평가를 하게 됩니다. 상황에 대한 고려보다는 운전자의 내재된 문제를 먼저 기준으로 판단을 합니다. 이 기준에 따라 나는 운전자가 난폭운전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비난을 합니다. 운전자가 잘못된 행동, 악행을 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내가 앞서 운전을 하다가 급정거를 하게 됩니다. 나의 문제보다 내가 잘못을 유발하게 한 상황을 먼저 고려합니다. 신호체계, 교통 흐름의 문제, 더 앞선 차량의 문제 등 상황적인 이유를 먼저 원인으로 찾습니다. 이번에는 내 잘못보다는 이를 유발한 상황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이 기준에 따라서 나의 문제보다는 상황을 비난하게 됩니다. 나는 잘못된 행동, 즉 악행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귀인편향에 따라,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기준을 둔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타인이나 타 집단을 평가할 때는 내재한 성격, 동기, 태도 등에서 원인을 찾는 경향을 보입니다. 반대로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을 평가할 때는 원인을 외부환경, 우연성, 사회문제 등에서 찾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처럼 기준이 다르기에 같은 결과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내로남불 경향성은 사실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행동입니다. 잘못된 결과에 대하여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방어기제입니다. 이런 경향이 있어 실패를 해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다시 도전해 갈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무엇인가를 배울 때가 대표적입니다. 어린이가 한 손으로 공을 던지고 재빠르게 배트를 잡고 스윙을 합니다. 헛스윙을 합니다. 다음에도 공을 더 높게 던지고 스윙을 해보지만 헛스윙을 합니다. 한 번 더 스윙을 해보지만 공을 스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린이는 상심하기보다는 자신이 공을 너무 잘 던졌다면서 합리화합니다. 이런 방어기제 덕분에 자신감을 잃지 않고 도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너무 심할 경우에는 자신과 주변에게 문제가 됩니다. 모든 일에 핑계를 대며 회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항상 남의 탓만 하는 사람들을 목격합니다. 자신에게는 최대한 관대하면서, 남에게만 유독 엄격하게 구는 사람이 있습니다.

 

때로는 내로남불의 경향과 그 이면에 있는 심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노력할 때 좀 더 균형 잡힌 시선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타인과 전체의 입장에서 공감해보려는 자세가 원만한 사회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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