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나는 왜 아이가 사랑스럽지 않을까?’

‘나는 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걸까?’

‘우리 아이는 이런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부모가 되었다는 부담은 이런 생각으로 이어져 불안으로 다가온다. ‘아이를 왜 낳았을까?’라는 후회와 함께 그런 자신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심해지면 우울증과 함께 비극적인 일도 벌어지게 된다.

 

요즘은 대부분의 남편들이 아내가 출산하는 현장을 함께 한다. 필자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힘든 산고의 시간을 겪고 태어난 아이를 처음 봤을 때 떠오른 생각은 ‘푸르딩딩하고 미끈한 것이 개구리같이 생겼네’였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신비롭고 경이로움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조금 귀엽지만 천사 같은 아이도 없었다.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울거나, 등을 활처럼 젖히면서 고집을 피울 때는 ‘아이고 차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수도 없이 머릿속을 지나쳤다. 시간이 지나, 아이와 좋은 애착관계를 형성했던 아내에게 이런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아내 역시 때때로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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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아이가 사랑스럽지 않을까?’

- 단지 때가 되지 않았을 뿐

 

모든 인간에게는 아이를 사랑하게끔 만드는 유전자가 있다. 그런데 이 유전자가 작동을 시작하려면 특별한 시기에 특정한 행동을 해야만 한다.(이를 후성설-epigenesis라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수분 내에 엄마와 접촉을 하고 엄마의 젖을 먹는 행위는 엄마의 몸속에 있는 이 유전자를 작동하게끔 만든다. 스위치가 켜진 이 유전자는 엄마의 뇌 속 ‘옥시토신’을 풍부하게 만든다.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이 옥시토신은 엄마로 하여금 아이와의 애착 욕구를 증가시키고, 아이가 짜증을 내어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며, 아이가 울어도 사랑의 속삭임으로 받아들이게끔 만든다. 아이가 사랑스러워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이를 낳은 후 수분 내에 젖을 먹이는 행위를 하지 못한 경우는 이러한 과정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행위를 했더라도 제대로 스위치가 켜지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모든 엄마에게는 아이를 사랑하게끔 만드는 유전자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단지 조금 늦을 뿐이다. 아이를 기르는 과정에서 다시금 옥시토신은 여자를 엄마로 만들 것이다. 아이와 함께하고, 아이에게 젖을 주고, 젖을 주지 않더라도 아이와 서로 피부를 맞대다 보면 어느새 자신보다 아이를 사랑하고 있는 엄마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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