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홍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8시간가량의 수면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새벽 5시에 일어나야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늦어도 10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즉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일찍 잠자리에 든다고 해서 항상 일찍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일주기 리듬의 특성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일찍 잠들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아주 늦게 잠든다. 아주 늦게 잠이 드는 ‘저녁형’ 인간이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어느 날 갑자기 ‘아침형’ 인간이 될 수는 없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항상 잠이 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장 노력해야 할 것은 ‘언제 잠자리에 드느냐’보다는 ‘언제 일어나느냐’ 하는 것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기준으로 잠이 오는 시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그 사람의 낮 시간 동안의 활동량 등에 따라 필요한 수면시간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매일 아침 특정한 시간에 일어난다면 필요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에서 필요한 수면시간을 뺀 시각에 잠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먼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통상적인 수면시간을 감안하여 잠을 자야만 하는 시간, 예를 들어 밤 10시 무렵에는 주변의 조명을 어둡게 하고, 소음도 줄이고, 텔레비전도 끄자. 그래서 잠이 잘 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너무 늦게 자면 잠의 질이 떨어지는가?

‘잠을 자는 시간대에 따라 잠의 질이 다른가?’ 하는 질문으로 바꾸어볼 수 있겠다. 앞서 설명한 정상적인 잠의 성격을 한 번 더 살펴보면서 이야기해보자.

수면 생리상 수면의 처음 1/2 동안에 비렘수면이 더 많이 나타나고 특히 3단계 수면은 수면 초반부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 3단계 수면이 나타나는 동안에 뇌파의 진폭은 아주 크고 느려서 이 수면을 특히 서파수면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때 성장호르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낮 동안 학습을 통해서 얻어진 기억도 이때 장기 기억으로 전환된다. 낮 동안 활동하면서 쌓인 신체적인 피로도 이 잠을 통해서 해결된다. 그러니 이 서파수면을 충분히 취해야 잘 잤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데 통상 밤 11시쯤 잠자리에 든다고 하면 11시부터 자정 전 후에 서파수면이 집중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자정 전의 수면은 자정 후의 수면과는 다를 것이다.

그런데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고 해서 서파수면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의 수면주기는 잠이 드는 그 시점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서파수면이 나타나는 시점이 좀 더 뒤쪽으로 밀릴 뿐 서파수면은 나타난다. 그러나 매일 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달라진다면 효과적인 서파수면과 성장호르몬 분비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수면은 우리 몸의 수많은 생체리듬 중 하나이다. 우리가 잠자리에 드는 것과 무관하게 일정한 시간이 되면 우리 몸에서는 갑상선 호르몬, 성 호르몬 등이 분비된다. 그 시간에 잠을 자주면 호르몬 분비가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점과 서파수면이 나타나는 시점이 일치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잠을 통해서 얻는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시켜 줄 것이다.

 

사진_픽셀


언제 잠에서 깨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침에 잠에서 깰 때, 혹은 누가 깨울 때 아주 상쾌하게 잠에서 깬 경우도 있지만, 잠에서 깨기 힘들고 잠에서 깬 후에도 한 동안 머리가 맑지 않고 멍하며 불쾌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 볼 때 언제 잠에서 깨느냐가 중요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사람의 수면은 꿈꾸는 잠인 렘수면과 비렘수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렘수면은 그 깊이에 따라 1, 2, 3단계로 나누어진다.

1단계 수면과 렘수면은 뇌파 모양이 깨어 있는 상태와 매우 유사하다. 즉 뇌의 상태가 깨어 있는 상태에 가깝다. 이 수면상태일 때 깨우면, 뇌가 각성상태로 맞추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고 머리가 멍한 느낌도 없으며 기분도 상쾌할 것이다.

한편 3단계 수면은 깊은 잠이다. 이 상태에서 깨우면 뇌가 각성상태로 전환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한동안 멍한 느낌이 들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잠은 짝수 시간으로 자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수면 시간을 짝수 시간으로 하라는 것은, 비렘수면에서 렘수면까지 주기가 대체로 90분 정도인데 짝수 시간으로 자면 렘수면 혹은 얕은 수면인 1, 2단계에서 깰 확률이 높아진다는 데서 착안한 말이다.

그런데 짝수 시간[예를 들어 6시간(360분), 8시간(480분)]으로 잔다고 해서 반드시 그 시간에 렘수면 혹은 얕은 수면이 나타난다고 보기는 힘들다. 물론 약간의 도움은 될 것이다.

 

최근에 발명된 어떤 기계는 아침에 가장 잠에서 깨기 좋은 시간에 깨워 주어 상쾌한 기상을 유도한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이 기계를 시계처럼 손목에 착용하고 수면을 취하면, 수면 중 사람의 움직임을 측정하여 수면단계 혹은 수면의 깊이를 분석하고, 가장 얕은 수면을 취하는 시점에 알람이 울려 잠을 깨운다.

발명 취지는 좋지만, 손목에 착용된 기계의 움직임만으로 잠의 깊이를 정확히 알기는 매우 힘들다.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은 수면 중 움직임이 잦아져서 늘 얕은 수면을 취하므로 어느 시점이 특히 얕은 수면인지 알기 힘들다. 이 기계를 착용한 손목을 심장이 뛰는 왼쪽 가슴에 얹고 잔다면 심장 움직임이 전달되어 그 사람이 늘 깨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얕은 수면을 취할 때 깨워주는 것은 분명 상쾌한 아침을 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짝수 시간 동안 수면 취하기나 동작을 측정하여 깨워주는 기계 착용 등은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을 주기는 힘들다고 생각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면 중 뇌파를 측정해서 수면단계를 정하고 가장 얕은 수면을 취할 때 깨우는 것이다.

 

- 코골이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증 기면증에 대한 종합보고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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