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설사는 2주 미만의 설사로 정의된다. 설사를 기간으로 구분하는 이유는 급성과 만성 설사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급성 설사는 90% 이상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다. 때문에 감염성 설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흔히 일상에서 ‘장염에 걸렸다’고 하는 경우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급성 설사가 발생하기 쉬운 5가지 고위험군으로 여행자, 특정음식 소비자(소풍, 연회, 날 음식), 면역결핍자, 보육교사, 입원환자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첫 번째 고위험군인 여행자에게 발생하는 설사는 여행자 설사라는 명칭이 따로 붙을 정도로 여행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열대지방을 여행하는 경우 그 발생빈도가 높다. 2주 동안의 체류에서 여행자 설사를 경험할 확률은 산업화된 나라에서는 8%로 낮으나,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55%로 높다.

대부분의 여행자 설사는 일시적이다. 그러나 그 중 40%는 일정을 바꿀 정도가 되며, 또 다른 20%는 여행지에서 침대에 앓아눕게 한다.

여행자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균은 독소생성 대장균(Enterotoxigenic E.coli)이다. 대장균은 원래 사람과 공생하는 대장의 정상 상재균이다. 이와 달리 급성 설사를 일으키는 여러 종류의 병원성 대장균이 있는데, 이들은 정상 상재균이 아니며 보통의 대장균과는 구별된다. 병원성 대장균 이외에도 여행자 감염의 원인으로 살모넬라, 이질, 노로바이러스 등이 있다.

여행자 설사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대부분 1-5일 지속되다가 저절로 회복이 된다. 그렇지만 항생제를 사용하면 설사의 빈도와 질병의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때문에 병원 이용에 제한이 있는 국외 여행, 특히 보건위생이 불량한 국가를 여행하는 경우에는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병원을 방문하여 항생제와 지사제를 처방 받아 두는 것이 좋다.

여행자 설사의 자가 치료 표준 처방은 Ciprofloxacin 또는 Levofloxacin 하루 한번 3일 복용이다. Azithromycin이나 Rifaximin도 가능하며, 특히 퀴놀론계 항생제를 복용할 수 없는 소아의 경우 Azithromycin이 좋다. 항생제를 자가 복용하기 전에 주의할 점은 발열이 ‘없는’ 혈성설사의 경우 항생제를 먹지 말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장출혈성 대장균(O157균으로 유명하다)의 가능성 때문인데, 만약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경우라면 항생제의 사용이 치명적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증후군 (Hemolytic uremic syndrome)의 발생위험을 20배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 밖에 탈수가 심한 경우, 혈변이 동반된 경우, 38.5도 이상의 발열을 보이는 경우에도 검사나 입원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지사제는 Loperamide를 사용할 수 있으며, 지사제 사용 시 주의사항은 발열(37.8도)이나 혈변이 있는 경우 지사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급성 설사 기간 동안 반드시 금식할 필요는 없다. 본인이 먹을 수 있다면 먹어도 된다. 단 탄산음료나 주스처럼 단당류가 많은 식사는 설사를 악화시키므로 소화하기 쉽고 장에 부담되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반면 본인이 못 먹겠다면 한 두 끼 정도 걸러도 된다. 다만 금식을 하더라도 수분 제한까지 해서는 안 된다. 수분 제한은 설사 환자의 탈수를 악화시킨다. 흔히 급성 설사의 치료로 금식이 권고되는데 장관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일리는 있으나 근거가 다소 약하고, 실제 금식의 여부가 질병의 기간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경구 섭취가 가능한 급성 설사의 경우 경구보충수액 (Oral rehydration solution, ORS)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ORS는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으며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끓는 물 1L에 소금 3g, 설탕 40g을 섞으면 된다. 레몬이나 자몽 등의 과즙을 넣으면 마시기도 좋고 칼륨도 보충할 수 있다. 스포츠 음료는 ORS를 대체할 수 없다.

여행 후에도 지속적으로 설사 증상이 남아 있는 경우 가장 흔한 원인은 감염 후유증인 유당 과민증(lactose intolerance, 유제품 소화 못 시킴)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이 경우 1주일 정도 유제품을 피하고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편모충이나 아메바에 감염된 경우에도 2주 이상 설사가 지속되는데, 환자의 병력 청취에서 의심할만한 정황(e.g. 야영, 시냇물을 마심)이 있다면 경험적으로 Metronidazole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여행자 설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 국가를 여행하는 동안 익히지 않은 음식이나 길거리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끓이거나 정수된 물만 마시고 얼음도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장염은 상한 음식을 먹어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물이 오염되어 있는 경우 이 물로 씻은 과일, 야채, 그릇을 통해서도 여행자 설사는 발생할 수 있다. 조리된 음식도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다. 가열을 통해 균은 죽지만 균이 만들어 놓은 독소는 파괴되지 않기 때문이다.

끝으로 면역억제자(고령, 일부만성질환, 면역억제제 복용)와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보건위생이 취약한 지역으로 여행하는 경우 출발에 앞서 예방적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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