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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 - 청년기(Young Adult)의 과제
정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4.12 10:36

[정신의학신문 : 정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대가 되어 성인으로서의 생활을 갓 시작한 청년들은 흔히들 내적 혼란과 외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 심한 경쟁 속에서 수많은 요구를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탓에 전반적 심리 발달이 다소 늦어지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의 숙제가 다 해결되지 않고 성인기에 들어서다 보니, 우리의 청년들은 안팎으로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게 됩니다.

영문으로 된 발달이론 서적의 내용과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분명히 느껴집니다. 특히 청소년기의 과업인 ‘독립된 정체성(emancipated Identity)'이란 대목에서는 갸우뚱하게 됩니다. 과연 우리의 중고등 학생들이 부모 혹은 사회의 요구와 자신의 욕구 사이의 차이를 깨닫고 자신만의 고유성을 느끼고 주장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학업적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이내 경쟁에 뒤쳐지고 사회적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지 않나 고민하는 많은 수의 순응적인 학생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사치스럽기까지 합니다.
 

사진_픽셀


자기 자신(self)은 욕구와 감정에 기반합니다.

‘나 자신을 주장한다’는 것에는 내재된 욕구와 이에 따르는 정서(감정)를 솔직하게 인정한다는 의미가 포함됩니다. 사람들마다 욕구가 다르고 이것들이 서로 상충하다 보니, 우선 욕구/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법을 어려서 훈육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자기 통제력을 갖춘 성인이 되어서는 결국 자신의 고유한 욕구와 감정에 기반한 '진짜 자기(true self)'를 드러내어 주장할 수 있어야 자유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주변의 요구에 순응하면서 얻어낸 외적 성취만으로는 심리적 공허함을 피할 수 없습니다.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평가하게 됩니다.

위의 주장과 어찌 보면 상반되는 이야기입니다. 타인의 관점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자기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좋은 애착을 통해 어린 시절 동안 긍정적 반영(reflection)을 받은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게 되듯,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수용을 받지 못하면 이내 자존감이 취약해집니다. 사회적 성취와 인정 없이도 자기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청년기는 사회적 성취와 독립적인 인간관계의 첫 발을 딛는 순간이므로 진짜 자기(true self)를 찾으려는 시도만큼이나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간혹 “부모의 요구에 따라 성공만을 위해 살아온 인생이 억울하다”며 젊은 시절의 노력을 후회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애써 타인의 요구를 채워보려는 열망 또한 인간의 욕구이며 삶의 일부입니다. 잘 살아오신 겁니다. 

 

결국 자신(self)의 모순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건강한 마음을 한 줄로 요약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인간 정신에는 늘 양가적인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고, 이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통해 마음의 혼란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됩니다.

성인이 되면서 느끼는 혼란은 타인과의 갈등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대개 욕구와 욕구의 충돌에서 생겨납니다. 사회적 인정을 바라는 마음도 자신이고, 자신만의 고유성을 주장하고 싶은 것도 역시 자기 자신입니다. 이 두 마음은 서로 상충하기 때문에 어느 것을 선택하는 순간 다른 것을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모순적인 감정에 따른 불편감 자체가 인간정신의 속성임을 받아들일 때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만의 고유성을 주장하면서도 결국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늘 검열하는 모순적인 존재가 우리 자신인 것입니다.

 

정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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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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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효주 2019-04-17 11:38:10

    공감합니다. 사회적 성취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네요. 나를 표현하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정말 소중한 것을 느낍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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