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원숭이의 뇌(腦)는 소프트웨어가 다르다

신경과학자들은 뇌 심층부에 존재하는 단일뉴런의 활성을 추적함으로써, 인간의 '지능'과 '정신장애에 대한 취약성'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 Cell


신경과학자들은 단일뉴런을 추적하는 기법을 이용하여, '인간과 원숭이 사이의 뇌(腦) 소프트웨어 차이'를 사상 최초로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인간의 뇌는 정보처리의 효율성[efficiency: 활성패턴의 조합(combinations of activity patterns)을 측정하는 척도]을 높이기 위해 강건성[robustness: 신경신호의 동시성(synchrony)을 측정하는 척도]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1월 17일 《Cell》에 게재되었으며(참고 1), 인간의 '독특한 지능'은 물론 '정신장애에 대한 취약성'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를 일컬어 "정신질환의 동물모델을 임상적으로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례적인 연구"로 평가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단일뉴런의 활성에 대한 희귀 데이터를 이용했는데, 이 데이터는 (질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신경외과수술을 받고 있는) 뇌전증 환자의 뇌 심층부에서 수집된 것이다. 그 기법은 난이도가 너무 높아,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클리닉만이 이런 연구에 참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세 마리 원숭이의 뉴런정보에 대한 기존의 데이터를 이용했고, 두 마리 원숭이의 뉴런정보를 추가로 수집했다.

 

연구의 배경

신경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과 기타 영장류의 뇌를 대상으로, 미묘하고 유의미한 해부학적(하드웨어적) 차이를 발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뇌신호)의 차이에 주안점을 뒀다.

"인간과 비인간 영장류 사이에는 명백한 행동적·심리적 차이가 존재한다"라고 MIT에서 '뉴런의 생물물리학(biophysics)이 신경연산(neural computation)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마크 하넷은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뇌의 생물학적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연구의 가치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에서 '마카크 원숭이의 학습에 관여하는 신경회로의 동역학(dynamics)'을 연구하는 로니 파즈와 UCLA의 신경외과의사 이츠하크 프리드의 공동작품이다.

파즈는 뇌의 두 가지 영역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하나는 편도체(amygdala)인데, 이것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원시적인 영역으로, 기본적인 생존기술(예: 추격하는 호랑이에게서 도망치기)을 담당한다. 다른 하나는 좀 더 진화한 대상피질(cingulate cortex)로, 좀 더 정교한 인지행동(예: 학습)을 담당한다.

파즈는 원숭이와 인간을 대상으로, 이 두 가지 영역의 뉴런들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내고 싶어 했다. 그는 이 연구를 위해 프리드와 손을 잡았는데, 프리드는 단일뉴런기록법(single-neuron recording technique)을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뇌전증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의사들은 이런 뇌전증 환자들의 뇌에 일련의 미세한 전극을 이식한 다음, 전기활성을 기록함으로써 발작의 기원을 찾아낼 수 있다. 환자들은 발작이 일어날 때까지 병원에서 기다리다, 발작이 일어나면 (뇌전증 활동의 원천인) 손상된 뇌조직과 전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다. 발작을 기다리는 동안, 환자들은 종종 (뇌기능을 탐구하는) 간단한 실험에 참가한다.

 

인간과 원숭이

파즈와 프리드는 때마침 (수술을 받기 위해 편도체와 대상피질 부근에 전극을 이식받은 상태에서 기억력 연구에 참가한 뇌전증 환자들에게서 수집된) 편도체와 대상피질의 단일뉴런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발견했다(참고 2). 그들은 이 뉴런과 (파즈가 연구한) 원숭이의 뉴런을 대상으로 두 가지 속성을 비교했는데, 하나는 강건성(robustness)이고 다른 하나는 효율성(efficiency)이었다.

그 데이터는 다섯 마리 원숭이와 일곱 명 사람들의 두 가지 뇌영역에 있는 약 750개의 뉴런에서 수집된 것으로, (몇 시간 동안 기록된) 단일뉴런에서 나타난 일련의 발화(firing) 및 침묵(silence) 신호로 구성되어 있다. 두 가지 속성에 대한 데이터를 탐색하는 데 있어서, 강건성은 '신경신호의 동시성(synchrony)'의 수준으로, 효율성은 '활성패턴의 조합(combinations of activity patterns)'의 수준으로 정의되었다.

영역별(領域別) 비교 결과, 인간과 원숭이 공히, 강건성 면에서는 편도체가 대상피질보다 우세하고, 효율성 면에서는 대상피질이 편도체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종별(種別) 비교 결과, 인간은 두 가지 영역 모두에서 원숭이보다 강건성이 낮고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이 효율성 향상을 위해 강건성을 희생했음을 시사한다.

"그것은 말이 된다"라고 파즈는 말했다. "신호의 강건성이 높을수록 애매모호함 또는 오류 가능성이 줄어든다. 만약 내가 호랑이를 만난다면, 나는 편도체의 뉴런들을 총동원하여 '빨리 도망쳐!'라고 부르짖을 것이다. 그러나 고등동물(예: 영장류)의 경우, 뇌는 환경에 좀 더 신중하게 반응하기 위해 융통성이 높은 영역 - 피질을 진화시켰다."

 

정신의학적 부작용

"그러나 인간은 다른 영장류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렀다. 피질은 편도체보다 영리하지만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 정신장애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파즈는 말했다.

"파즈의 설명은 다른 신경심리학 이론('뇌신경 활성의 동기화는 정신병 또는 우울증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과 일맥상통한다"라고 UC 버클리의 로버트 나이트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신경활성의 핵심패턴은 모든 종(인간 포함)에 걸쳐 동일하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강건성-효율성 상충가설」은 후속 연구에서 검증될 필요가 있는 중요한 가설이다"라고 영국 뉴캐슬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페트코프(신경과학)는 말했다. "원숭이와 인간의 데이터 세트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데이터를 수집할 당시, 두 종이 유사한 정신상태에 있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비교연구의 무한한 가치는 인정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록시간이 매우 길었기 때문에, 정신상태의 상이성을 배제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서는, 원숭이와 인간이 유사한 과제[특별한 정신상태, 이를테면 불안(anxiousness)을 추적할 수 있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라고 파즈는 말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를 설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전 세계를 통틀어 연구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 명 안 되기 때문이다. 뇌전증 환자의 경우, 외과의사들은 '발작이 기원하는 것으로 믿어지는 장소에 가까운 영역'에만 전극을 이식하는데, 이 영역이 연구자들에게는 흥미 없는 곳일 수 있다. "우리 클리닉의 경우, 연구에 참여하는 환자는 매년 10-15명에 불과하다. 연구에 적합한 환자들은 대부분 연구에 참가하는 것을 반기는데, 그 이유는 병원에서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거나, 자신의 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라고 프리드는 말했다.

미 국립보건원(NIH)는 이러한 신경외과적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환자의 건강과 웰빙이 감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행되는 인간의 뇌 연구」의 윤리'를 다루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단일뉴런기록의 결과는, 뇌전증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도 중요하다"라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뇌전증 환자의 인지능력 저하'를 연구하는 안드레아스 슐츠-본하게는 말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향상될수록, 치료의 옵션은 증가한다."

 

※ 참고문헌

1. Pryluk, R., Kfir, Y., Gelbard-Sagiv, H., Fried, I. & Paz, R. Cell (2019); https://doi.org/10.1016/j.cell.2018.12.032
2. Gelbard-Sagiv, H., Mukamel, R., Harel, M., Malach, R. & Fried, I. Science 322, 96–101 (2008); https://doi.org/10.1126%2Fscience.1164685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0198-7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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