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이해 2

사진 픽사베이

 

최근 들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기사에서 언급했듯,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단순히 외상을 경험한 이후 정신과적 증상들이 생겼다고 해서 모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래의 몇 가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먼저, 병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외상을 경험해야 한다. 그런데 외상을 경험하는 것이 꼭 직접 경험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외상을 목격하는 것 또한 경험에 포함된다. 그리고 외상에 반복적이거나 극단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해당한다. 예를 들어 경찰관이 끔찍한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외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외상과 관련된 여러 가지 재경험 증상들이 있어야 한다. 외상과 관련되어 반복적으로 악몽을 꾼다거나, 관련된 기억들이 반복적, 침습적으로 나타나서 고통받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 그 사건이 실제로 다시 일어난 것처럼 느껴지고 행동하는 해리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외상사건을 떠올릴 수 있는 단서들에 노출될 때마다 극심한 고통을 경험할 수도 있다.

세 번째로 외상과 관련된 자극을 과도하게 회피하려는 증상이 있어야 한다. 외상과 관련된 기억과 생각을 과도하게 회피하거나, 관련된 사람, 장소, 대화 등을 극심하게 회피하려는 모습들을 보일 수 있는데, 이런 증상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네 번째로 외상에 대한 인지와 감정의 부정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외상 사건에 대한 왜곡된 기억을 갖고 있으며, 그로 인해 자신이나 타인을 원망하는 모습을 예로 들 수 있다. 외상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또 공포, 분노, 죄책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괴로워하거나, 이로 인해 사회생활,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다섯째로 외상과 관련된 과도한 각성증상이 나타나야 한다. 사소한 자극에도 심한 짜증이나 분노를 표출하거나, 과도한 경계 및 놀람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증상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것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나타나는 주요 증상이다. 외상을 경험한 이후에 위에서 설명한 증상이 지속적으로 관찰된다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면 같은 외상경험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별 문제 없이 넘어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정도로 힘들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같은 외상경험을 했는데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 요인, 환경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등 여러 원인들에 의해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기사에서는 개인적 취약요인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개인적 취약요인을 점검해 보는 것만으로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예방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가지 대표적인 위험인자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아동기의 외상경험을 들 수 있다. 정신과 영역에서 아동기의 안정적인 경험은 사람의 전반적인 발달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그래서 아동기에 폭행, 폭언 등의 신체적, 정신적 학대가 있었다면 이는 한 사람의 인생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아동기의 외상경험은 성인기 이후에도 외상에 취약하게 만들어서 작은 외상에도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도 발전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가족과 주변인의 지지체계 부족을 들 수 있다.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데 있어서 주변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다들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된다.”는 주변의 지지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가족과 주변인의 지지체계가 부족한 사람의 경우 충분한 사람에 비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충분한 지지체계를 갖는 것만으로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정신과 질환에 대한 유전적 취약성을 들 수 있다. 고혈압, 당뇨, 각종 암 등의 여러 가지 신체적 질환처럼 정신과 질환도 유전적인 요인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가족 중에 정신과 질환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유전적 취약성에 대해 인식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로, 일상생활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도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스트레스는 여러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은 물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위험인자로도 작용할 수 있다. 평소에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사는 사람은 외상에 취약하게 되고, 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까지 악화되는 빈도를 높일 수 있다.

 

위에 언급한 것 이외에도 과도한 알코올 섭취 등의 물질남용, 의존성이나 정서적 불안정과 같은 성격 특성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관련된 여러 가지 위험인자들이 있다. 이런 위험인자들에 대해 인식하고, 스스로 체크해 보면서 관리한다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위험성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위험인자들은 비단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뿐 아니라 다른 정신과 질환 및 정신건강적 측면에서도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이런 위험인자들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것은 개인의 정신건강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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