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부터 소위 머리가 굵어지면서 사춘기에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엄마에게 부쩍 화를 잘 냈다.

별것도 아닌 것에 예민하게 굴고, 문도 쾅 닫아버리고... 엄마 말은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라서 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고까지 여겼다.

엄마도 사실은 좀 직설적인 성격이라, 대놓고 당신께서 전부 옳다고 주장했기 때문에(실제로 엄마 말이 대부분 다 맞긴 했다) 더욱 반발심이 컸던 것 같다.

그 후로도 끊임없이 누가 옳은가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결혼 후, 딸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딸의 행동 하나 하나를 볼 때마다, 잊고 있었던 내 어릴 적 기억이 딸아이의 모습에 오버랩(overlap)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 엄마는 내가 이럴 때 이렇게 얘기했구나! 저런 경우에는 이렇게 대해줬구나!' 하는 기억의 단편들이 하나씩 모이면서 점점 엄마가 나를 어떻게 키우셨는지에 대한 윤곽이 그려지는 것이 아닌가?

 

사실, 어렸을 땐 엄마가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사람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안 좋은 기억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내 딸이 커가는 모습을 통해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예전의 '엄마가 나를 아낌없이 사랑해주었던 기억들'이 뒤늦게 계속 떠오르고 있다.

어쩌면, 어릴 적 오랜 꿈이었던 과학자도, 시계를 자주 박살 냈던 나를 혼내긴커녕 끊임없이 격려하고 허용했기 때문에 싹튼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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