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꿈을 중심으로 본 세월호 참사 위기개입에서의 경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도 벌써 2주기가 지났다. 정치적 갈등 속에 유가족은 떼쟁이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 일부 국민들은 분노하며, 일부 국민들은 이제 세월호 이야기는 더 이상 듣고 싶어 하지 않고 회피한다. 이 모두를 집단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재경험, 과각성, 회피로 요약되는-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혼돈이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고통을 의미 있는 것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이기를 간절히 빈다. 당시 나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힉회 회원 자격으로 6개월 정도 매주 단원고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였고, 유가족, 실종자 가족의 집에 가정방문하여 상담을 하였다.

 

인간의 현실 생활이 준엄한 대극성의 복합, 즉 낮과 밤, 출생과 죽음, 행복과 불행, 선과 악 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슬픈 진실이다. 우리는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우세할 것인지, 즉, 선이 악을 이길 것이며, 기쁨이 고통을 물리칠 것인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인생은 싸움터이다. 항상 그래 왔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실존은 종말을 고할 것이다. - 칼 구스타프 융

 

재난의 현장은 이러한 실존의 전쟁터이다. 재난은 평소에 의식 아래 묻혀 있던 이러한 대극의 격렬한 부딪힘을 야기한다. 그 가운데서, 입은 상처(트라우마)를 자연치유하는 인간 정신의 위대한 회복력(resilience)은 융이 일찍이 말한 초월적 기능(transcendence function), 자기원형(Self)의 활동일 것이다. 이러한 인간 정신의 힘의 출현을 만나게 되는 것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면서 돕는 치료자의 정신도 새롭게 한다.

나는 6개월여 자원봉사에 참여하던 중 내 자신과 내담자의 꿈을 접하면서 이러한 무의식의 치유력이 발현하는 것을 경험했다. 꿈은 집단적 위기 상황에서 각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고 집단적인 대처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나는 그 경험을 정리하여 2016년 한국분석심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하게 되었다.

분석심리학적 관점으로 볼 때, 재난 시 집단적 의식의 위기를 보상하는 집단적 무의식의 활동으로 꿈에 원형상이 배열되고, 동시성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온갖 바깥의 북새통과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가장 상처 입은 피해자들의 꿈 속에서 솟아오른, 그 상(像)들은 그들 개인의 상처와 슬픔을 어루만지고 치유해주었다. 꿈들이 보여주는 원형적 상징들은 집단무의식에서 올라온 것으로 대한민국의 집단적 의식의 위기에 대한 해결방향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번 한국분석심리학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자리가 단순한 학술대회가 아니라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보듬고, 그 상처를 넘어서는 생명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로 길을 찾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자리기 되기를 바라며 초대의 글을 드린다.

 

이주현

아이나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한국분석심리학회 총무이사,

한국 융연구원 전문과정 연구원

 

2016년 한국분석심리학회 춘계학술대회 소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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