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음이 불안정하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가 삶을 살아가다 보면 왠지 마음이 좀 힘든 날을 만나게 됩니다. 어쩌면 특별한 이유는 없을지도 몰라요. 아침부터 상사에게 들었던 잔소리 때문이거나, 간밤에 열대야로 잠을 설친 탓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유야 어찌 됐든 그냥, 몸과 기분이 처지고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날이지요. 왜, 그런 날이 다 있잖아요. 

마음에 불편함을 담고 지내는 것은 참 불편합니다. 감정은 감정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아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거나 온몸이 긴장되게 만들어요. 한숨이 자주 나오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듯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또 평소 하던 일들에 집중할 수 없어 일의 능률도 잘 오르지가 않지요. 그뿐인가요, 괜히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짜증을 내고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요. 이렇듯 불편한 감정은 생각, 행동, 신체 감각 모두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마음을 만들어내는 뇌와 신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마음이 불편할 때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겠지요. 뜨거운 사우나에 다녀오는 것이 비결인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이는 달콤한 초콜릿이나 혀가 아릴 정도로 매운 음식을 먹기도 하고, 당장 헬스장으로 가 땀을 흘려야만 마음이 풀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불편한 마음을 조금 나아지게 만들려는 목적일 겁니다. 어떤 방법은 자신에게 딱 맞는 특효약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자신을 위안하려는 노력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마음이 불편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기도 하지요. 

우리는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수 있는 답이 존재한다 여깁니다. 마음이 불편할 때도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실은 불편할 때면 무엇인가를 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할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마음이 불편한 상태구나, 어떤 것 때문에 내 마음이 자극받았구나 하는 알아차림이면 충분할 수도 있어요. 과거의 심리치료는 마음의 불편함이 있으면 이를 바꾸고, 수정하고, 통제하는 것이 답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실체가 없어 손에 잡힐 듯하다 우리의 영향력을 벗어나 버리기 일쑤이지요. 그래서 최근의 심리치료는 불편한 마음을 비판단적으로 알아차리게 할 뿐,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바라보기를 권유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마음이 불안정할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5가지

1. 억지로 자신을 칭찬하려들지 말자

"난 할 수 있어!" "난 최고야!" "곧 좋아질 거야!"

근거 없는 긍정과 칭찬은 허공에 사라지는 메아리일 뿐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납득하지 못하는 칭찬은 마음과 자존감을 더 다치게 할지도 모릅니다. 2013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근거 없는 자기 긍정의 말(self-affirmation)은 오히려 실패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 목표를 향한 동기를 줄이게 되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자신을 칭찬하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한 법이지요. 무작정 긍정의 말을 퍼붓는 것이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2. 눈앞의 장애물에 연연하지 말자 - 삶의 맥락과 방향을 점검해보기 

앞에도 말했듯이, 근거 없는 자기 긍정은 큰 의미가 없어요. 하지만 마음이 불안정하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 자신의 삶이 지금 어디쯤 놓여 있나를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요. 자신에게 뭔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씌울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은 마음에 큰 위안이 됩니다. 

삶의 방향을 점검하게 된다면, 더 큰 맥락에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지요.  삶에서 중요시하는 가치와 그 방향을 확인해본다면 눈앞의 불편감은 언제라도 넘을 수 있는 낮은 장애물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몰라요.  현대 심리치료의 큰 흐름 중 하나인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commitment therapy)에서 이야기하는 가치(value)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과정입니다. 
 

3. 비교 금지! SNS에서 잠시 로그아웃하기 

마음이 불안정할 때면 평소와 다르게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되곤 하지요. 자존감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의식하게 되고, 남들과 비교하기 십상입니다. 비교 후에는 마음이 더 불편해지고요. 그럴 때면 잠시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SNS에서 잠시 '로그아웃'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SNS는 자신의 가장 행복하고 자신 있는 모습만 전시하는, 말하자면 쇼윈도 같은 곳이지요. 타인의 다면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요. 마음이 불안정할 때 타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자괴감만 커지게 됩니다. 만약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감을 조금 얻게 되더라도 일시적일 뿐, 오래가지 않습니다. SNS를 잠시 꺼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네요. 
 

4. 굳이 안 좋은 일을 곱씹지 않기 

마음이 불편하면 평소라면 지나쳤을 일에도 후회, 자책이 달라붙게 됩니다. 필요 이상의 의미부여는 상황을 왜곡시켜 받아들이게 하지요. 스마트 폰의 갤러리에, 아니면 클라우드 서비스의 저장공간 안에 삶에서 가장 즐거웠던, 떠올리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장면을 저장해 놓는 건 어떨까요?

2011년에 Emotion이라는 학술지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실험 대상군 중 절반에게 누군가에게 배신당하고, 실패했던 부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누군가를 도와주었던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했지요. 그러고 나서 대상자들을 징그러운 거미가 있는 방에 들어가도록 하자, 부정적인 기억을 떠올렸던 이들은 거미와의 거리를 실제보다 더 가깝게 느꼈다고 합니다. 두려운 대상을 실제보다 더 두렵게, 왜곡해 느끼게 되었다는 거지요. 반대로,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렸던 이들은 거미와의 거리를 실제에 가깝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불편한 마음이 상황을 왜곡시켜 인지하게 만든다는 것을 입증한 실험이지요. 

긍정적이고 행복했던 기억이 당장 모든 불편감을 날려 보내는 마약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부정적인 마음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생각, 행동, 신체 감각의 왜곡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5. 당장의 불편함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 

마음을 기차역이라 생각해볼까요? '불편함'이라는 기차가 시각을 맞춰 들어옵니다. 금세 마음이 붐비고, 번잡하고 시끄러워지지요.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없애려 억지로 무엇인가를 하려다 더욱 불편해지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정차 시간이 끝나면 기차가 역을 떠나는 것처럼, 불편함도 시간이 지나면 마음을 떠나지요. 어떤 때는 왔다 간 흔적도 남기지 않아요. 

불편함은 마음에서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의 하나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잔잔한 물결처럼 평온한 상태가 계속될 거라 생각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루 중에도 여러 자극을 받아 끊임없이 출렁이는 파도와 같아요. 물결이 친다 해서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언제나 그랬듯 불편한 마음은 다시 흘러갈 테고, 마음의 파도는 다시 잔잔해지니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마음의 불편함을 인식하고, 그저 가만히 깊이 심호흡하며 마음의 변화를 가만히 바라보는 게 아닐까요?

 

* 참고자료

1. What to do(not to) when you feel insecure, Ellen H, Quick and Dirty Tips
2. Self-affirmation can enable goal disengagement., Vohs KD et al., J Pers Soc Psychol, 
2013 Jan
3. Psychosocial resources, threat, and the perception of distance and height: support for the resources and perception model., Harber KD et al., Emotion, 2011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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