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스트레스는 모두 없애야 하는 것?

현대인의 삶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바로 '스트레스'다. 바쁘고 복잡한 삶에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몸과 마음의 건강과 직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사회와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복잡 다양해지는 삶의 터전에서,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총량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클 것이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는 스트레스란 두렵고, 무섭고, 걱정되는 지극히 부정적인 이미지의 정신적 스트레스일 것이다. 스트레스는 인간에게 있어 삶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광의(廣義)의 스트레스란, 개체에 가해지는 모든 자극을 뜻한다. 여기에는 부정적인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스트레스 또한 포함된다. 업무, 상사로 인한 극심한 고통도 스트레스지만, 로또 1등이 당첨되는 순간의 짜릿함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예민한 이들은 기쁘고 놀라운 감정으로 인해 불안반응을 겪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개체에 자극이 된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긍정적인 자극일 수도, 부정적인 자극일 수도 있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스트레스는 무작정 없애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닌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즉 스트레스의 본질을 잘 알고, 본인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잘 인지하며,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관리를 익혀야 한다. 적절한 자극은 삶에서 중요한 활력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과도한 자극은 활력을 앗아갈 수 있다. 그 균형을 어떻게 잘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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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 여러 반응을 일으킨다. 그중 우리가 가장 먼저 인식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영향이 바로 신체 반응이다. 급성기의 스트레스는 인체 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발생케 하며,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sympathetic nerve)의 활성화를 유발해 다음과 같은 부위의 갖가지 신체 증상들을 만들어 낸다. 아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한 업무가 밀어닥치거나 급박한 상황이 되었을 때 아래와 같은 증상은 다 겪어봤을 테다. 

심장이 뛰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온몸이 경직되고, 식은땀이 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어김없이 배가 아프거나, 아까 먹었던 음식이 전혀 소화되지 않고 속이 더부룩해지기 시작한다.
손발 끝이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고, 몸이 떨리기도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몸은 액셀레이터를 깊이 밟고 질주하는 자동차와 같다. 가열된 엔진이 연료를 태우며 에너지를 분출한다. 심장 박동이 커지고, 식은땀이 흐른다. 두통이 생기고, 소화가 잘 되지 않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이러한 신체 감각이 나타났다면, 스트레스가 우리를 덮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려면 스트레스가 출현했다는 신호를 잘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 몸에 질주를 멈추게 하는 브레이크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스가 계속되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교감신경의 반대급부로 부교감신경(parasympathetic nerve)이 활성화된다. 흥분, 긴장, 불안 등의 현상을 가라앉힌다.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언덕이 있으면 골짜기가 존재하듯, 몸은 신체 반응의 증감을 잘 조절하여 평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리 염려할 부분은 아니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은 만성적인 스트레스다. 일회성이 아닌, 우리 삶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사라지지 않는 문제들일 것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액셀레이터와 브레이크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한 번 불붙은 교감신경이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많은 정신과적 증상과 질환이 생겨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여러 정신과적 질환의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트레스 관리의 3 단계

그렇다면, 과연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턱대고 스마트폰을 끄고, 도심을 떠나 휴식을 취하면 될까? 얼굴도 마주치기 싫은 상사가 있는 회사를 그만두면 될까? 모든 스트레스에서 도피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당히 발달한 뇌와 감각기관을 가진 인간은 태초부터 자신을 둘러싼 자극에 반응하게 되어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스트레스를 마주하여 '스마트하게' 다루려는 연습이 필요하다. 

스트레스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단계를 잘 살펴보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에서 인체가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게 되고, 받아들인 스트레스에 반응하게 된다. 이를 길을 가는 자동차에 비유를 해 본다면, 

1)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은 자동차가 지나가는 길, 
2) 받아들이는 개체는 자동차 본체의 상태이며, 
3)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는 적절한 운전 기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가 먼 길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가려면 목적지로 가는 경로의 적절한 선택, 자동차의 취약한 부분에 대한 점검, 운전 기술 등의 요소를 잘 조화시켜야 하는 것처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데 있어 자신에게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를 잘 분석해서 부족한 부분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의 스트레스 관리 3단계를 염두에 두고, 자신에게는 어느 부분에 대한 조절이 필요할 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1) 원인이 되는 환경을 조절하기 

자신의 생활을 잘 계획하며 해로운 환경들을 인식하고 관리하며, 해가 되는 대인 관계의 관리를 통해 스트레스의 원천이 되는 환경을 잘 조절해야 한다. 자신에게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 요인이 있다면 과감하게 이를 벗어나는 시도가 필요하다. 


2) 자극을 받아들이는 ‘나’에 대한 관리

규칙적인 생활 습관의 개발, 대인관계 잘 맺기, 유연한 수용의 자세 가지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나’ 스스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에게 스트레스 상황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 자신이 스트레스에 과도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는지, 스트레스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나 건강한 해소 수단을 평상시에 잘 길러놓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자신에게 잘 맞는 해소 수단은 개인차가 큰 법이다. 


3) 대처 기술 익히기

스트레스에 대한 자신의 대처 방법을 자각하고 스트레스와 생각-감정-행동의 상호 작용을 인식하며, 이와 관련하여 건강한 대처 방법을 찾고, 이를 반복적으로 연습하여 익힐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 해결 기술을 사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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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기술(Problem solving)

어떤 문제를 만나게 될 때, 머리로 떠올릴 수 있는 대안은 분명 한계가 있다. 아마 당장 떠오르는 한두 개 정도가 한계이며, 그 효용성도 제대로 알 수 없어 결국 감으로 선택해 낭패를 보곤 한다. 따라서 좋은 방법은 직접 기록하는 것이다. 직접 펜을 잡고 현재 마주한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차선책을 나열하여 그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거창한 분석이 아니라 점수로 매겨도 좋고, 별점을 주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머리로 생각만 하지 말고 손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장단점과 매겨본 점수를 직접 비교하여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한 후 실행에 옮긴다. 

실행 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실행에 옮기는 자신을 칭찬하라는 것이다. 이 전까지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는 자신에게 자책과 비난은 금물이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기술을 익히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사람은 어디까지나 자기의 관성대로 살아가기 마련이니까. 자신이 어떤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내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내가 대처하는 방식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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