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 씨는 5년간 준비한 행정고시에 올해도 합격하지 못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이다. 요즘은 자신이 성격도 이상해진 것 같다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피하고, 가장 친한 친구인 현주 씨를 제외하고는 거의 연락을 끊었다. 

현주 씨는 그동안 유미 씨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힘이 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현주 씨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을 때, 유미 씨는 “너도 내 마음을 이해 못해 주는구나.” 라며 오히려 서운한 기색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현주 씨는 지치고,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 된다. 

지난 화(링크)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에 있는 친구나 가족들과 대화할 때 적용해 볼 수 있는 의사소통 기술을 알아보았다. 이번 화에서는 유미 씨의 부정적인 관점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현주 씨가 시도해볼 수 있는 대화법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단기상담치료 전문가 O' Hanlon과 Beadle(1994)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내담자를 인정하고,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하였다.

 

1. 자기 자신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게 한다.

변화의 출발점은 과거와 현재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인이 스스로를 인정하도록 돕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감정을 표현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솔직한 감정 표현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라는 격려를 통해 솔직한 감정이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린다. 상대방의 관점에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네가 ~한 상황을 ~하게 느꼈구나.”라고 표현해주면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 된다. 자신의 감정이 존중된다고 느낄 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시작할 수 있다.
 

2. 상대방의 불평을 과거형으로 진술한다.

우리는 과거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다만 부정적인 감정이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절하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되면, 과거에 발생한 일 때문에 괴로운 것임에도 불만사항을 현재형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 친구들을 만나면 기분만 나빠.”라는 식의 표현이 그것이다. 

이때, 과거에 발생한 일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그것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도록 선을 그어준다. 예를 들면, “(과거에 일어난) 그 일 때문에 아직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속상한가 보구나.” 라며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시점이 과거라는 점을 내포하여 진술한다.
 

3. 자신의 문제를 명명하거나 진단하는 것을 일반적인 표현으로 바꿔준다.

상황에 낙심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진단명을 붙이는 데 치중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분명 우울증이야.”, “나는 성격파탄자야.”라고 자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여 스스로를 더 경멸한다. 이 때는 단정적인 표현을 일상적이고 완곡한 표현으로 바꾸어 대꾸하는 것이 좋다. 

우울증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고 울적한 기분을 떨쳐내기가 힘들구나.”라고 말하고, 성격파탄자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어렵게 느껴졌구나.”라고 풀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행동 변화를 가져오는 데 용이하다. 
 

사진_픽셀


4.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해준다.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있는 경우 자신의 상황이 절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경우가 많다. 

유미 씨가 “나에게 좋은 소식이 없으니까 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고, 표정도 안 좋은 것 같아. 내가 의기소침해있으니까 나가서 사람들도 좀 만나고 하라는데, 이게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은걸. 이 나이에 일도 없고, 사람 관계도 이 모양이고. 내 인생은 실패야.”라는 말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했구나.”,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마음이 더 불편하구나.”라는 식의 반응을 통해, 상대가 상황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미래를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모든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식으로 일반화시켜 이야기할 때는, 예외 상황이나 과거에 문제 상황에 합리적으로 반응했던 경험을 발견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좋다.
 

5. 자신에게 비추어 문제의 해답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나에게 좋은 해결책이 상대방에게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제삼자인 자신이 해답을 찾아주려고 할 필요는 없다. 친구를 고유한 존재로 인식하고 대할 때, 친구 역시 스스로를 독자적인 존재로 믿고, 인생에 책임감과 존중감을 갖게 된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사건은 자신만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니?” 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 주거나 “너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고 싶은 거구나.” 하고 상대방의 확신을 반영해주는 것이 더 낫다. 또한 자신이 비효과적이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변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의 행동에 너무나 익숙해졌기 때문에 변화가 두려운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인정해주며 기다려주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에 제시한 방법들은 모든 사람과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지침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하나의 효과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또한 이러한 기법을 사용할 때 자신의 마음이 진심 어린 것인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진심으로 걱정해주며 지지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은 훌륭한 치료적 자원이다. 비판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인간관계는 상담만큼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빠른 의학적 개입 (약물치료, 상담치료)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상대가 걱정이나 무력감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얘기한다면, 꼭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도록 권하는 것이 좋다. 물론 치료를 받는 중에도 지지적인 환경과 자원(가족, 친구 등)은 굉장히 도움이 된다. 

 

* 참고

Jack H. Presbury 외, 단기상담의 통합적 접근, 서울: 학지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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