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자존감(self-esteem),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자신의 마음 건강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과거에 생존을 위한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옳고 그른 것들이 뒤섞여 범람하는 혼란스러운 시대이지요. 그러니 중심을 굳건히 잡고 서 있지 못한다면, 금세 흐트러지거나 무너지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마음 건강은 우리 삶에서 중심을 잡고 설 수 있게 도와줍니다.

방송 매체와 인스타니, 페북이니 하는 SNS에서는 온갖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내보내며 우리를 자극합니다. 긍정적인 감상도 잠시, 우리 마음 한켠에서 뭔가 불편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이는 질투라는 감정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쟤들은 좋겠다' 한 숨 쉬다,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그리 큰 타격이 오지는 않았던 탓이죠. 

하지만,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이 SNS에 올린 좋고 예쁜 것, 자랑거리를 보면 '속이 뒤집어'집니다. 자신의 처지가 처연하고, 언제 저들을 따라잡나, 그게 가능은 한가 두려워 불안에 떨거나, 심지어 자라온 집안 환경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런 도를 넘은 질투는 건강하지 못한 자존감에 뿌리를 두는 경우가 많지요. 더 이상한 것은, 누가 봐도 크게 빠지지 않는 친구들도 속 빈 강정처럼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듯 텅 빈 느낌, 정도를 넘어선 질투심을 느끼곤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자존감의 높고 낮음은 결국 외모나 물질적인 것들이 결정해 주는 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 건강을 위해 신경 써야 할 것 중 하나가,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을 영어로 옮기면 'self-esteem'이고, 단어의 원형을 찾아보면 <자신을 평가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니까, 자존감이라 함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감각입니다. 포인트는 '내가 나 자신을'이라는 부분에 있습니다. 가진 것이 많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양을 지닌 이들도 '내가 나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여기게 된다면 삶은 괴로워집니다. 타는 듯 뜨거운 아프리카의 태양 아래서, 물과 식량조차 부족할 정도로 척박한 곳에서, 해맑게 웃으며 나름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원주민보다 과연 자존감이 높다고 할 수 있을까요?

 

♦ 자존감은 학습된 것, 다시 배울 수 있다

이쯤에서 자신을 한 번 돌아봅시다. 자신의 모습, 자신이 가진 것들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나요? 아니면, 가슴 한구석에 늘 휑한 느낌, 그래서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에 시달리고 있나요?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진 않았을까요?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자존감에 대한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하나씩 있습니다. 먼저 나쁜 소식은, 현재의 자존감의 모습은 먼 과거의 성장 과정에서부터 우리 삶에 서서히 스며들어 깊이 뿌리내려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님과 가족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선생님, 사랑했던 연인들과의 관계가 그 시각에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또, 주변에 일어난 불가항력의 사건들, 갈등들 또한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시각은 짧게는 10여 년, 길게는 수십 년의 티끌이 쌓인 태산인 것이죠. 최근 며칠간 좋은 일이 있어 잠깐 기분이 나아졌다 할 지라도, 깊게 뿌리 박힌 낮은 자존감은 우리를 다시 밑바닥으로 끌어내립니다. 감정의 기저선은 여전히 낮은 상태이지요.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닙니다. 자존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앞에서 설명했는데, 이를 뒤집어보면 결국 자존감도 삶의 과정에서 '학습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삶의 규칙과 지식들이 현재의 삶을 규정하듯, 자존감을 형성하는 요소들도 알게 모르게 지식의 형태로 의식과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존감은 얼마든지 다시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어 바꿀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긴 시간 동안 형성된 자존감을 한 번에 엎을 수는 없지만, 조금씩이나마 나를 옥죄는 자존감이 변할 수 있다면 분명 삶의 무게가 좀 덜어질 수 있을 겁니다.
 

사진_픽셀


♦ 나를 어떻게 칭찬할 것인가 - 칭찬의 기술

자존감 향상을 위해 꼭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칭찬하기'입니다. 늘 상대의 눈치를 보고, 자신감 없는 이들도 지나가는 칭찬의 말 한마디에 힘이 나게 되지요. 나를 잘 모르는 이가 툭 던진 칭찬도 자신감의 자양분이 될 수 있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자신을 칭찬하는 일입니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이들은 자신에 대한 비판거리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외모, 행동, 자신이 했던 실수들이 항상 머리를 맴돌아 애꿎은 머리만 쥐어뜯습니다. 자신을 칭찬하는 일은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꼭 자신을 칭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칭찬하는 데도 ‘스킬’은 있습니다,

자존감의 문제를 토로하는 분들에게는, 매일 칭찬일기를 적어보도록 권유하곤 합니다. 자기 전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 메모 앱을 열고 오늘 하루 중 칭찬 거리를 찾아봅시다. '칭찬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오늘 칭찬일기를 써 보려고 잠시 하루를 되돌아봤다는 말이겠군요. 그리고, 칭찬거리를 찾지 못해 좌절하기 직전엔 뭔가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잠시라도 했다는 거고요. 그럼, 그게 바로 칭찬할 내용입니다. 

칭찬의 기준을 높게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낮게 잡는 연습이 필요해요. 10개의 눈금을 가진 수직선 하나가 눈앞에 있다고 해볼까요? 대개 칭찬을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의 기준을 수직선의 정 중앙, 그러니까 '5'로 삼지요. 5를 넘지 못하면 칭찬보다는 '해내지 못한' 일이라 여깁니다. 그리곤 자책하고, 좌절하죠. 하지만, 우리가 기준으로 잡을 숫자는 '0'입니다. 내가 변화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모든 일련의 행동들에 칭찬 거리가 숨어 있습니다. 자기 비난이 심한 이들은 비난의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잘했던 일들에서도 비난거리를 찾곤 하지요. 자신이 그렇지는 않은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칭찬의 기준을 좀 더 끌어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무사히 출근한 일,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고 잠시 행복했던 일, 오늘 해야 할 업무를 시간 안에 마친 일 모두 칭찬 거리 투성이 아닌가요?  

그다음은 칭찬받은 데 대한 충분한 보상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말로 하는 칭찬이 마음에 와 닿고 이로 인해 변화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자기비난이 습관이 된 이들이라면 칭찬의 말이 한 귀로 들어와 스르륵 다른 쪽으로 흘러나가 버립니다. 칭찬을 들어도 채워지지 않아요. 그러니, 자신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 봅시다. 칭찬일기의 내용이 쌓이기 시작하면, 여기 맞춰 자신만의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겁니다. 이를테면 매일 칭찬거리 5개씩을 찾으면 주말마다 가장 좋아하는 맛집에서 푸짐하게 음식을 먹는다거나, 칭찬 개수가 일정 분량을 넘으면 계절에 맞는 패션 아이템을 하나씩 사는 거지요. 

자신이 무엇을 받을 때 가장 기쁜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지요. 칭찬과 더불어 그에 맞는 기쁨들이 함께한다면 스스로 하는 칭찬의 힘은 배가될 수 있습니다. 또, 스스로 건네는 칭찬만이 마음 안에서 불안에 떠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습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과정에선, 행동의 결과와 보상이 그 행동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칭찬을 습관화하고, 건강한 수준으로 자존감을 조금씩 끌어올리기 위해선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한 방법으로 칭찬과 보상을 반복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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