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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선생님을 만났다.

신영철 선생님은 수많은 강연과 아침 마당 출연으로 일반 대중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의사이다. 아마 정신과 의사로서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사람 중 한사람일 것 같다. 아침마당에서 대한민국 아주머니들을 상대로 갈고 닦은 입담 역시 최고다. 필자도 수련의 1년차 때 한국중독정신의학회에서 선생님의 강연을 들은 이후로 선생님의 팬이 되어 기회가 될 때마다 선생님의 강연을 찾아 다녔다. 진료, 연구, 학회 활동, 기업정신건강연구소 활동과 1년에 100회 이상의 강연을 다니는 바쁜 선생님을 어렵게 만나게 되었다.

 

어떻게 강연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기업체나 주부교실 등에서 강연의뢰를 받고 스트레스에 대한 강연 등을 했는데 나름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었다. 강연 인생이 시작되었다. 강연이든 교육이든 치료든 일단은 감동이고 이단은 재미라고 생각한다. 늘 스트레스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좋은 부모가 되는 강연을 맡았는데 그 이후로 분야도 늘고 몸값도 오르고(웃음) 여기저기 회사 연수교육, 임원진 강의 등에 불려다니게 되었다.

 

입담을 갈고 닦는 비법이 있나요?

조금은 타고 났다.(웃음) 이시형 선생님을 따라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입담이 좋아진 것 같다. 또한 강연이란 것이 할수록 는다. 모든 게 그렇지만. 강연을 하면서 인지도도 높아지고 나 자신도 성숙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알겠지만 뻔한 소리를 하더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울림이 다르다. 고승이 삶을 받아들여라 하면 감동이지만, 처음에 내가 그런 말을 했다면 개뿔이라고 했을 거다. 전문가가 되고 나면 내가 하는 말을 모두 ‘아~ 그렇구나’라고 받아들인다. 자연스레 말에 힘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입담의 기본은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도박 중독을 전공하게 되었나요?

나이가 40이 될 때까지 중독 분야는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회원도 아니었다. 정말 우연이라고 해야 할까,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 미국에 연수를 갔었다. 당시에는 강박장애(OCD)를 공부하러 갔었다. 당시 지도교수가 도박중독의 약물치료 연구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관심이 없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생활을 하면서 그 때까지 도박 중독 환자를 만난 적은 딱 한 번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 했다. ‘내가 이 좋은 미국에 와서까지 도박중독스터디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함께 참여했던 논문이 Biology psychiatry와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 실리게 되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권위 있는 논문잡지이다. 한국에 돌아왔는데 마사회와 마침 도박중독 연계병원을 맺게 되어 환자들이 진료를 보러 왔다. 그 뒤로 로또, 강원랜드, 바다이야기, 토토 등 한국에도 도박 중독에 관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게 되었고 내가 본의 아니게 앞장서게 되었다.

 

중독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건 단순히 도박을 안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란 것이다. 끊는다고 치료가 되는 게 아니다. 도박을 끊은 후에 뭘 해야 되는지가 중요하다. 도박 왜 하나?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다. 도박보다 더 재미있는 것을 찾아줘야 한다. 도박보다 머리 속에서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되는 것을 하게끔 해줘야 한다. 근데 그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도박 때문에 전과 10범이 넘는 사람도 포크레인 기사를 하면서 즐겁게 살아간다. 치료자가 희망을 주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도박 중독을 치료하려면 일단 끊어야 된다. 그리고 끊는 기간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한다. 도박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교육은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을 때 행동하게끔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치료자로서 가장 중요한 건 도박을 끊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겠다는 동기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열심히 활동을 하시는 동기는 무엇인가요?

재미와 보람이다.

사실 내가 이렇게 어느 정도 위치에 서게 된 것도 내가 만났던 사람들, 나의 주변 환경들 덕택이란 걸 안다. 요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탓하면서 산다. 그런데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오히려 내가 배운 게 많다. 모든 것을 다 잃고,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에 빠져있으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다시 웃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또한 행복, 공감, 소통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직은 멀었지만.

 

결국은 진정성이다. 환자를 보는 것도, 강연을 하는 것도, 진정성이 빠지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인간과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과 애정, 이게 있으면 힘들어도 재미가 있다. 작은 일상을 행복으로 바꾸는 능력, 그게 진짜 행복해지는 비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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