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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성공적인 발걸음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8.13 01:47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가족력이 있습니다. 가족의 입장에서 경험했기에 이 병이 가지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치매라는 질병이 100% 유전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가족력이 있으면 그 위험은 높아집니다. 제 가족이, 그리고 제가 이 잔인한 병에 걸릴 가능성은 꽤 있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치매 관련 치료제 개발 소식이 들리면 더 신경 써서 찾아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올해 7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치매에 관한 저명한 국제학술대회(Alzhj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 2018)에서 새로운 치매 치료제(BAN2401, Eisai Co. Ltd/Biogen Inc)의 2상 임상시험 성공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치매 치료제의 기전

지금도 “치매 치료제” 또는 “인지기능 개선제”라는 명목의 약물이 있기는 합니다.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는 이러한 약물 중 대표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시판되는 약물은 엄밀히 따지고 보면 “치매 치료제”라기보다는 “치매진행지연제”라는 명칭이 더 맞을 겁니다.

치매는 뇌세포가 점점 죽으면서 생기는 병인데 현재의 약물은 그나마 살아있는 뇌세포를 자극해서 조금 더 활동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약물치료를 통해 치매 진행을 더디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하지만 새롭게 개발 중인 대부분의 약물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치매 예방과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행됩니다. 뇌세포 사이사이에 '아밀로이드'라는 소위 찌꺼기가 쌓이고, 이런 찌꺼기가 서로 엉겨 붙으면서 찌꺼기 덩어리를 형성하고, 이 찌꺼기 덩어리가 뇌세포 사이사이에 쌓이면서 주변 뇌세포를 죽게 만듭니다.

이번 신약은 이러한 아밀로이드 덩어리를 녹일 수 있는 면역제제를 혈관에 주입해서 뇌세포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아밀로이드 찌꺼기를 제거하는 약물입니다.

 

이번 신약의 임상시험 성공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높은 용량으로 18개월 동안 신약을 투약한 이후 81% 환자의 뇌영상(amyloid PET)에서 아밀로이드의 축적이 현저하게 사라졌고 가짜약(생리식염수) 대비 인지기능에서도 30% 정도 뚜렷한 효과를 나타냈습니다.1)

장기간 높은 용량의 약물 사용에도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약물이라는 신약으로서 가장 중요한 가능성을 제시한 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는 뇌영상을 통해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와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나타났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밀로이드 덩어리는 비교적 치매 초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매가 진행되어 뇌세포가 죽고 난 이후에는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치료도 더 이상 소용이 없어질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번 임상시험의 성공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근본 원인이 아밀로이드에 있다는 이론적 배경을 뒷받침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뇌 속 찌꺼기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치료제 개발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위 치매 백신이라고 불린 능동면역 약물은 뇌출혈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 임상시험 도중에 중단되었고 이번 신약과 유사한 기전의 다른 약물은 대규모 3상 임상시험까지 진행이 되었지만 최종적으로 치매 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저와 같이 치매 치료제 개발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그간 번번이 실망을 해 온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 신약의 소식이 가뭄의 단비 같습니다.

 

물론 이번 신약의 2상 임상시험 성공이 실제 사용 가능한 약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일전의 다른 신약이 그랬던 것처럼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최종적으로 실패할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약물이 아밀로이드 이론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알츠하이머 치매의 다른 중요한 원인을 놓치고 있다는 일부 정신의학자의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은 거듭된 실패를 통해 한걸음 한걸음 발전해 왔습니다. 정신의학은 거듭된 실패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뇌 안의 아밀로이드를 제거하고 치매 전 단계 또는 치매 초기단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저와 같이 치매의 가족력인 있는 사람도 치매를 걱정하지 않고 예방 치료를 받는 시대가 올 겁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의학은 그렇게 발전해 왔으니까요.

 

1) P Anderson. Finally, a Winner for Alzheimer's? Anti-amyloid Agent Shows Promise. Medscape Medical News. 2018. https://www.medscape.com/viewarticle/899841

 

* 이광민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임상교수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파견교수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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