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우리 몸의 수분과 전해질, 산-염기 농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이것을 항상성이라고 한다. 이 항상성이 깨지면 몸에 이상이 생기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몸은 어떻게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항상성을 의식하지 않고 물과 음식을 마음껏 섭취해도 대부분 별 문제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신장이 그 모든 것을 배출과 재흡수를 통해 조절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고분화된 장기 중 하나이다. 신장은 몸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몇 가지만 살펴보면, 몸의 수분과 전해질을 일정하게 조절하고,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하고, 혈압을 조절하고, 적혈구를 만들고, 뼈를 튼튼하게 유지한다.

 

만성 콩팥병은 이런 신장의 기능이 점진적, 비가역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이다. 사실 신장의 기능은 보통 20대에 최고치에 도달하여 이후로는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감소하는데 이러한 감소는 정상적인 노화이며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신장기능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여 건강에 영향을 준다면 병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으며 그와 같은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콩팥병이라고 한다.

 

만성 콩팥병은 신장기능이 얼마나 감소되어 있느냐에 따라 다섯 단계로 구분하는데 마지막 5단계는 말기 신질환으로 신기능이 대부분 상실된 상태이다. 말기 신질환에서는 요독증상이 나타나며 여기까지 진행되면 신대치요법(투석, 신장이식)이 불가피하다.

 

신장 기능 상실로 나타나는 요독증상은 앞서 언급한 신장의 기능을 생각해보면 쉽게 추측할 수 있는데 몸 속 수분 조절이 안 되고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고 노폐물이 쌓이고 혈압이 올라가고 빈혈이 생기고 뼈가 망가진다.

 

그렇다면 만성 콩팥병은 어떤 사람에게 발병할까. 만성 콩팥병 발생의 위험인자로는 당뇨, 고혈압, 신장질환 가족력, 자가면역질환, 급성신부전을 앓은 과거력, 단백뇨, 고령이 있다. 이와 같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만성 콩팥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만성 콩팥병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협적인 질환이 대부분 그렇듯이 안타깝게도 만성 콩팥병에 특징적인 조기증상(alarm sign)은 없다. 신장은 참으로 성실하여 기능이 상당 부분 상실된 상태일지라도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그래서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질환이 말기로 진행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신장기능이 대부분 상실되고 나서야 요독증상으로 병원을 찾게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콩팥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자신의 콩팥 기능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콩팥병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정기적으로 내과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콩팥기능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운 일차의료기관에서 혈액과 소변 검사를 통해 콩팥의 기능과 손상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만성 콩팥병은 방치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관리되는 콩팥병은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콩팥의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며 더 나아가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체중, 혈압, 혈당을 정상 범위 내로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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