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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제목

조현병 일지3

닉네임
timeago [비회원]
등록일
2018-06-02 18:02:40
조회수
1036

 

조현병 사례집이라고 논문을 읽었습니다.

그 논문에는 조현병 가족을 둔 사람들의 경험담이 적혀있었습니다.

저는 조현병 환자 중에 저와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드물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읽어보니 대부분의 가족들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더군요. 위안이

되기도 하고, 이런 글로부터 위로와 희망을 보는 제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끝이 없는 의심과 환청과 예민함으로 소리를 지르던 환경 속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제 자신이 한 없이 초라해 보이던 어느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모든게 내 잘못이다. 정말 미안하다. 아버지는 울부짖었습니다.

환경탓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그 생각 하나 뿐입니다. 남들보다

내가 느린 것은 맞지만, 도착지는 같을 것이다. 라구요. 내가 느림보지만, 조금씩 조금씩

걸어나가면 분명히 길이 보일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난의 되물림이 이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내가 더 공부해야하고,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려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실패한 학업을 바로잡기 위해서

일을 하면서 쪽잠 줄여가면서 공부했습니다. 그와중에 봉사활도 했구요. 

제 꿈은 저와같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것입니다. 

저는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요새는 말을 하는게 힘이 듭니다. 생각을 정리해서

말을 하는게 힘들어서, 단답을 하거나, 제 얘기에 대해서 잘 꺼내지 않습니다. 

우울증이다, 머리가 다쳤다. 등의 변명을 꺼내긴 하지만, 조현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순간 무너지게 될까봐 말하는것도 힘이 듭니다.

그런데 열심히 살려고 하면 할수록, 왜 이렇게 더 힘이 들까요.  뉴스에는 조현병

을 빙자한 살인이 난무하고, 사기가 수두룩합니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해도,

사람들은 몰아세우기 바쁩니다. 보건센터에 전화를 했었는데, 한 간호사분이 이러더군요.

정말 조현병 이시라면. 제 동생이라면 이미 다리를 부러트려서라도 병원에

데려갔다구요. 제가 거짓말을 한다구요? 저는 말문이 막혀 입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약을 먹는 순간, 기억력이 떨어져 단어 몇개를 외우는것도, 잠에서 깨어나는것도

일을 하는것도 너무나도 벅차서, 모든게 두려웠던 저에게 날아오는 화살이

정말로 무서웠습니다. 부모님이 제가 조현병이란걸 알게 되신건 제가 약을 먹고

병원을 가고 약 6년 만에 알게 되셨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 저 혼자 꾹꾹 참고,

학업, 알바를 하면서 돈을 아껴가면서 열심히 생활했습니다.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면

아무래도 심약하신 분들이 더욱더 충격을 받으실까봐서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습니다. 그냥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서 그냥 혼자

조용히 들어가서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한번도 남에게 피해를 끼친적도 없으며, 저는 소신껏

열심히 장녀로써의 책임, 한 사회인으로써 책임을 다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고등학생때부터

이명소리가 너무심했지만, 병원비생각에 그냥 꾹꾹 참다참다, 아르바이트로 돈이

조금 모이던 어느날 이빈후과를 찾아갔습니다. 대학병원 가보라고 하더군요.

소견서를 아직도 들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에 가면 돈이 얼마나 깨질지 상상조차 안가서요.

요즘들어 드는 생각은...

제발 조현병을 빙자해서 사기를 치거나, 살인을 하는 등의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안그래도 병을 숨기고 사는것도 힘들어 죽겠고, 사회적 편견때문에

학업과 진로 선택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너무나 힘이 드네요.

 

 

 

작성일:2018-06-02 18:02:40 118.131.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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