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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제목

조현병 일지2

등록일
2018-05-10 18:21:40
조회수
772

유년시절이 떠오릅니다.

제 기억속의 부모님은 대부분은 사이가 좋기보다는 늘 주먹질과 언성, 어머니의 이불보가 젖는 밤입니다. 많이 뵌 적은 없었지요. 맞벌이 하시기에 바빴으니까요. 온 가족이 화기애애 하면서 저녁식사를 해야 하던 밤에 저희 남매는 늘 부모님싸움 때문에 울어야 했습니다. 칼을 들고 내가 죽어야지! 하고 외치던 아버지의 모습에 놀란 저희들은 어머니와 함께 칼을 붙잡았습니다. 아직은 한 가정의 오롯한 부모가 되기 위해 미숙했던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이 우리 부모님이 아닐까 생각은 합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늘 무시하셨습니다. 비단 그것은 아버지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친가 자체가 어머니를 무시를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혼잣말을 하시거나 술을 조용히 드시면서 우스갯소리로 하시는 얘기들을 저는 들어 주곤 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었던 걸까요. 돈 때문에, 혹은 남자의 직업 때문에 시집을 와야 했었던 어머니. 아니면 대화로 해결 하지 못하고 손을 올리셔야 했던 아버지. 현실보다 자존심이 우선이셨던 아버지는 갈피를 잡지 못하시는 듯 해보였습니다. 학력이나, 집안 사정만으로 무시를 당했다던 어머니의 말씀은 단지 말은 아니셨습니다. 명절이나 큰 잔치가 있을 때마다 직접 목격을 하곤 했었으니까요. 어머니는 달리 흠잡을게 없어 보였습니다. 아름다운 몸과 미소와 따뜻한 마음씨와. 천진난만한 성격. 아버지는 어떠한 콤플렉스로, 어떠한 자존심이 어머니를 무시했었던 건지 이해는 갑니다. 저 또한 어머니를 무시했었으니까요. 어머니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으시다, 종래에는 환청과 환시를 겪으셨습니다. 이게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네요. 종종 혼잣말로 중얼 거리시는걸 보긴 했습니다만, 이게 가정 파탄, 오해 여러 가지의 행동이 발생하자 저는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아버지가 저를 불러서 화를 내시더군요. 네 탓이다. 같은 여자끼리 어머니의 고민을 드리어 주지 못한 제 탓이라고. 저는 화가났습니다. 근친상간을 입에 담으며 표독스럽게 소리치던 어머니의 행동과 정서가 오롯이 제 잘못이라니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아버지가 불쌍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합리화하고 화를 풀 곳을 찾으려 했던 그에게 연민이 갔습니다. 저는 그저,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더욱더 관심을 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럴수록 저희 집은 삐그덕 거렸습니다. 어머니의 병에 대해 알아 가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외삼촌도 이러한 정신적 병력이 있으시더군요. 가족모임에서 한번은 외삼촌이 정신병원 약은 뇌를 죽여서 먹기 싫어. 먹지 않는 게 좋은 거 같아. 라고 말씀을 하시긴 하셨지만, 어머니가 그걸 기억하시고 계셨는지, 정신병원을 권유해도 싫으시다고 딱 별을 잡고 계시더라구요. 빈번한 가족 싸움, 안정이 되지 않는 불안정의 연속. 그리고 저는 갑자기 제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욕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친구가 아냐 너 진짜 싫어 하는 애 없어. 라고 했는데 저는 그게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저는 부모님 몰래 정신병원에가서 약을 타 먹었습니다. 교회도 전전해보고, 갖가지 모든 것들에 대해 관심을 썼지요. 또한, 최대한 부모님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했습니다. 그 진절머리 나는 가정이. 자기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 하는 가정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저는 늘 참아야 했습니다.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외치던 아버지의 울분 섞인 외침에도 침묵해야 했고, 아플 때도, 그 흔한 문제집 한권을 사야 할 때도 침묵해야 했습니다. 저는 최대한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학교에서 불리는 일 없이 늘 착해야만 저희 가정에 숨이 트일 것 같았습니다. 파고들건 오로지 공부 뿐 이었습니다. 저의 성공이 저희 집을 살려줄 거라고 간절히 믿고 있었거든요. 종래에 와서는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 너만 보면. 라고 하시는데.. 이제는 눈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가슴 속에 박히는 게 없습니다. 내가 환청이 들리는게 신병인가? 아니면 유전 인가? 아니면 스트레스적인 환경 자체가 유전이 되어, 원래 가지고 있던 발현 인자가 발현 되었던 것 뿐인건가. 어느 것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유전적인 정보 보다는 환경이 더욱더 영향이 크다고는 하지만, 영향이 크다고 했지, 세밀하게 저울질 하기는 힘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치거나, 마라톤 대회 나가기가 주 종목이였다면, 바뀌었습니다. 치매노인 환자 평가지 작성 혹은 조현병을 진단받고 생활하는 젊은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모든 봉사는 자기 만족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저에 대해 더욱더 잘 알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A 언니가 그러더군요. 계속 절로 가. 절로가. 이런 소리가 들린다구요. 환경적인 영향에 대해 알아 보려고 했지만,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다운증후군과 굉장히 비슷해 보였고,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구요.

 

다른 분은 학업 실패에 대한 좌절로 인해 우울증에서 잠시간의 조현병 진단까지. 차후에 학업 좌절이 가정의 품에서 회복이 되자, 대화의 흐름이나 정서적 사고가 굉장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약 복용은 중단 되었습니다.

 

저는 계속 찾아야만 했습니다. 내 머리로 계속 들어오는 망상을 짓누르는 것도 싫고, 제 기이한 행동을 억제하고 정상인처럼 보이려고 노력 하는 것도 싫습니다. 저는 찾아야만 합니다. 방법을요. 어떻게 성숙하게 사회 속에 들어가야 할지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교내에 설치되어있던 심리 상담 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그 곳에서는 제가 다른 이들보다 많이 죄책감의 수치가 높다고 했습니다. 심리가 굉장히 불안하고, 위험한 상태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원래라면 이정도 수치는 병원에 입원을 했어야 한다고. 

작성일:2018-05-10 18:21:40 118.131.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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