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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lap Lim [회원]
저는 조현병 약을 먹는 것이
그리 큰 지장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지방대 교육학과도 편입을 했고
여러 일자리도 돌았고 그 중에 대안학교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약을 먹는 것이
생각을 줄여주는 대신 좋은 생각도 없애주는지
제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될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황판단을 좀 다른 사람과 다르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당장의 내 안위보다는 무슨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학생들이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학교문제라고 생각하고
교장 선생님께 건의하다가 짤리는 일을 겪게 되면서 아픔이 많습니다.
첫번째 대안학교에서는 제 의견인 양 건의했기 때문에
나중에서야 학생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 애를 혼내야지
왜 건의를 하느냐고 하셨고 저는 속으로 저도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라고요.
두번째 대안학교에서는 제가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공론화된 문제들이라...
제가 화살받이를 한 것을 고마워하시는 분들도 많기는 했지만...
이것 또한 저의 잘못된 선택은 아닐까 해요.
왜 저는 제 월급이나 소박하고 따뜻한 방식의 대안을 생각하면 좋았을 걸 공동체의 문제를 영웅이 된 것처럼 책임지려고 했을까요?
저는 그래서 점점 비겁해지는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것도 아픈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저도 딱히 완벽한 사람은 아니고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좀 치사하고 비겁하게 사는 것 같아요.
사회 문제도 관심없고 게으르고 좀 그렇게...
그런데 약을 먹는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많이 불편하기는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면접을 보거나 할 때 말씀을 미리 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아예 면접취소가 되거나 면접을 보았어도 일의 단점만 말씀하시고
연락을 안 해주시는 경험을 하면서 다시 숨기는 방법을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조현병인 것을 오히려 밝히고 혜택을 받으려고
장애인 신청을 했고 이제 복지카드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장애인 판정을 받은 바로 그날 주민센터의 일자리 소개해주시는 분과
상담을 하는데 갑자기 수치심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 때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싸워가야 할 것은 수치스럽지 않다고 믿고 당당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오히려 더 숨겨야 하는 것일까.
아무튼
제가 조현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현병이신 다른 분 이야기를 하시면서
그분이 뭔가 이상하더라는 말씀을 하시고
저한테 다짜고짜 발작을 한 적 있느냐고 물으시길래
저는 제가 병원에 가게 된 경위가 과연 발작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아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더니 그런 질문을 한 것이 좀 미안했는지
일터에서 응급처치를 어떻게 해야되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있어서 질문하신 것처럼
넘어가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쌍문동 청소 일을 소개해주시려고 하시는데
작년 시급(6470)보다 낮은 월급을 말씀하시더라고요.
"시급보다 낮네요."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속이고' 일하시니 불편하다고 하셨죠?"
"'숨기고' 일하니 불편하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장애인 판정 되는 과정 중에 얻게 된 아르바이트를
정들어서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저의 병을 알게 된다면
당장 일자리센터 상담해주신다는 그분이 말씀하신 이유 등의 선의의
이유로 짤리게 될 것이 뻔합니다.
그래요. 짤리면 또 다른 곳에 일을 구하고 또 그러고
메뚜기 신세를 살아가면 될 것인데
저는 버림받는 것이 참 두려워요.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편견' 때문이라고 하면 좋은데
'너를 위해서' '너의 응급처치가 안 될까 봐.' 등의 이유로
돌려차기를 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면 그런 편견을 피하기 위해 숨기는 게 능사일지
아니면 정말 양심으로 편견을 다 맞고 있는 게 능사일지 잘 모르겠어요.
솔직하면 버림받는다... 그것이 너무 두렵지만
페북에는 솔직하게 글쓰고 싶어서 제 병과 약 먹는 것,
그리고 안간힘을 쓰며 투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씁니다.
그래서 그런가 저는 버리는 것이 싫어요.
필요없는 물건인지 명명하는 것이 싫어서 저의 방은 짐이 많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옆에 계셔서 예의상 정리를 가끔 하기는 하지만
버린다는 것, 개입한다는 것, 정리한다는 것은
참 무서운 감정을 심어주는 것이더라고요.
아무튼 저는 숨기게 되었습니다.
'일터'에서만 말입니다.
생존형 거짓말쟁이라고나 할까요?
여기서 글 쓰시는 분은 살기 위해 거짓말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엄밀히 말하면 거짓말이 아니라 '숨기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안에 강렬하게 "솔직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나를 압니다.
그러니까 지인들에게나마 '투병일지'를 쓰며 이런 삶도 있고
이런 삶도 삶이라고 홀로라도 외치고 있는 것이지요.
아는 언니가 이 싸이트를 소개해주시고 옥탑방 글쟁이님의 글을 카톡으로 보내주셔서
저도 이 곳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크게 감사했고 감동했고요.
처음엔 고흐에 대해서 너무 병리적으로만 해석한 글이 있어서
너무 슬펐어요. 저는 고흐의 증세 뿐 아니라 그 사람이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고 많은 작품을 남긴 것에 대해서도 같이 써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나중에는 생각이 바뀌어서
차라리 의사선생님이 편견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병리적으로만 해석하시더라도 오히려 그것이 심플하게
다가올 때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며칠 엿보다가 저도 오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도 혼자 싸워보고자 개인 블로그에 증세에 대해서 올리기도 해 보고
아는 정신병 동기에게도 전화하고 서로 위로를 주고받기도 하고
페북에도 솔직하게 글을 써보는 시도는 하고는 있지만
사실 저 혼자 이렇게 한다고 하여 무엇이 바뀔까 비관할까 말까를 생각하던 찰나에
그 언니가 솔직하신 분의 글을 보내주셔서 큰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감사와 함께 저도 용기를 내서 글을 나눠 봅니다.
사실 나누기보다는 질문일 것 같은데요,
숨겨야 할 때, 솔직해야 할 때를 가려야 하는 삶의 연속선상 안에서
딜레마 상황에 대한 것인 것 같습니다.
깊은 밤 혹시 실례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나라같은 상황에서는 조현병이라고 알릴경우에는 취업이 거의 불가능할정도로
편견이 심하고, 아직 이를 받아들일만큼 성숙한 사회가 아닙니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정신과치료나 상담을 받으면서도 직장생활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부디 잘견뎌내시고 이겨내시기바랍니다, 물론 치료와 상담, 약을 복용해나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