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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제목

용서는 회복을 낳고_15화 주님이 이끄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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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글쟁이 [회원]
등록일
2018-01-06 08:55:28
조회수
716

열 다섯 번째 마지막 이야기. 주님이 이끄는 삶

 

 

  조현병을 겪으며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업은 물론 학업과 건강까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심지어 밤에 잠자는 생리적인 일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전적으로 하나님께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는 일하기 전 성경을 읽는다. 내 생각과 지혜 판단보다 말씀대로 따르기 위함이다. 밤에는 찬양을 틀어놓고 기도한다. 나의 계획이 아닌 하나님이 삶을 이끄시도록 말이다. 특히 사업을 시작하며 사무실 책상 위에 다음과 같은 말씀 문구를 새겨 놓았다.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잠언 16장 3절)”

 

  대학원 졸업 뒤 옥탑방 프로덕션이라는 1인 전자책 출판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일거리가 없었다. 그동안 계획했던 프로젝트들도 아직 완성 된 것이 없었다. 카드에서 빠져나가는 교통비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좋아하는 여인이 생겨도 데이트 비용 부담에 대시도 못할 것 같았다. 이대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돈이 필요했다.

 

  알바사이트를 보던 중 편의점 파트타임 알바 공고를 봤다. 월, 화요일 하루 6시간 씩 근무하고 시급 6,300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마음이 조금 복잡했다. 편의점 알바하려고 출판사를 창업했나?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자존심 따위는 접고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도전하기로 했다. 점장 분께 문자로 지원의사를 밝히니 이력서를 들고 편의점에 오라고 했다. 편의점이 있는 동네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근처 책방에서 시간을 때우다 면접 시간 10분을 남기고 편의점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전화가 왔다. 전혀 일면도 없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님의 전화였다. 예전에 내가 교육을 받았던 기독교 미디어 단체를 통해 연락처를 알아내신 것이다.

 

  교수님은 내게 전자책 제작에 대해 상의하고 싶다고 하셨다. 드디어 일거리가 잡힌 것이다! 교수님과 전자책 관련 미팅을 잡았다. 그리고 미팅을 위한 포트폴리오와 기획안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편의점 점장님께는 죄송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알바는 취소했다. 알고 보니 그 교수님은 많은 종이책을 펴내신 유명한 분이셨다. 그리고 100여권의 전자책 출판을 목표로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이후로 교수님은 나의 첫 번째 고객이자 멘토가 되어 주셨다. 하나님 나라를 비전 삼아 함께 뜻과 생각을 나누었다. 매번 찾아 뵐 때마다 식사는 물론 영화와 뮤지컬도 보여 주셨다. 교회 단기선교를 갈 때 선교비를 후원해 주시고, 가족 여행을 갈 때도 보태 쓰라며 용돈을 주셨다. 나도 축구를 좋아하시는 교수님께 이름 이니셜이 박힌 유니폼을 사드리기도 했다. 비록 초보 사업자고 경력이나 변변한 결과물도 없는 나지만 믿고 맡겨 주시기에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교수님은 내 평생의 멘토이자 고객이 되어 주실 것이다.

 

  또한 교수님의 소개로 한 만화 작가님을 소개 받았다. 그분은 기독교 웹툰 사이트를 운영하고 계셨다. 기존 웹툰 사이트들은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건강한 웹툰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사이트를 운영하게 되셨다. 나는 그 뜻에 동의하여 사이트의 운영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 20여명의 작가들이 웹툰을 업로드 하고 있다. 나는 사이트의 SNS와 홍보마케팅, 제작 분야를 맡고 있다.

 

  2018년 상반기에는 팟캐스트 방송도 준비 중이다. 하나님은 믿지만 교회에는 나가지 않는 가나안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팟캐스트다. 기독교 학술단체 출신의 간사님과 기획과 제작을 진행중이다. 교수진과 목사님 외에도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합류하고 있다. 이 팟캐스트를 통해 교회에서 상처받고 실망한 이들과 소통하고 싶다. 나 역시 조현병을 밝히고 나면 일부 목회자와 성도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 상처 받고 실망도 했었다. 어쩌면 교회가 품어 줄 수 없는 사람들을 팟캐스트를 통해 품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글은 대학 신입생 시절 동아리교회에서 썼던 인생 200페이지 노트를 통해 시작되었다. 밤마다 잠 못 자고 괴로울 때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썼던 글과 공모전에서 상을 탔던 글들도 추가 되었다. 이후 책 출간을 목표로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글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는 것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라 확신했다. 조현병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알릴 수 없는 고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담담히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목적이자 하나님이 병을 허락하신 이유라고 생각했다.

 

  물론 조현병은 많은 괴로움을 주었다. 여전히 과거 생각들에 시달리고 사람들의 생각과 시선을 오해한다. 가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괴로움과 비교 안 될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힘들게 밤잠을 이루고 나서 아침 일찍 깨어났을 때, 작은 부활의 기쁨을 누린다. 20대의 대부분을 하루 12시간씩 누워 지냈다. 그래서 상태가 호전 되어 일찍 일어나는 요즘 아침햇살이 반갑다.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하고 감사하다.

 

  내겐 꿈과 비전이 있다.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책으로도 만들어지길 원한다. 여전히 같은 아픔과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과 환우들에게 간증도 하고 싶다. 내 삶을 통해 하나님을 증거하는 일, 하나님은 조현병을 통해서도 역사하신다고 말이다. 다만 하나님보다 나를 더 드러내고 하나님의 영광을 내가 가로채려 할 까봐 두렵다. 나도 자신의 교만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만해지지 않고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요청하고 싶은 기도 제목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 중 한 사람인 헨리 블랙커비 목사의 글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바울은 육체의 가시 때문에 괴로워했고,ᅠ

  이것은 바울을 겸손하게 만들었다.

  죽은 자를 살릴 만큼 놀라운 기적을 행한 그였지만

  하나님이 주신 고통은 없앨 수가 없었고,ᅠ

  그 고통이 그가 하나님을 의지하게 만들었다.

작성일:2018-01-06 08:55:28 183.96.9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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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글쟁이 2018-01-06 09:03:30
이 글로 용서는 회복을 낳고 연재를 마칩니다.
읽어 주신 모든 분들과 정신의학신문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와 같이 고통을 겪는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위로와 축복이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