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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제목

용서는 회복을 낳고_10화 용서는 회복을 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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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글쟁이 [회원]
등록일
2018-01-03 08:47:14
조회수
989

열 번째 이야기. 용서는 회복을 낳고

 

 

  신앙생활을 하며 여러 번 기적의 역사를 경험했다. 하나님은 어떤 문제든 해결 하실 능력이 있음을 믿는다. 하지만 좁은 인간의 생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눈앞의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대학합격, 취업, 결혼은 물론 건강 문제까지도 잘 되어야 하나님이 역사하신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많은 기독교인들은 우울증이나 불면증, 조현병과 같은 병들을 반드시 치료되어야 할 사단의 역사로 본다. 언젠가 한 신앙의 선배가 내게 질문했다. 스쳐 지나가는 질문이었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너는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왜 우울증을 겪고 있어?

  약에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을 의지해 봐!”

 

  당시엔 상처가 될 뿐 아무 대답을 못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답해 줄 수 있다. 하나님은 병이 치료되는 것보다 놀라운 기적의 은혜를 주셨다. 이 병을 통해 내 안의 죄를 돌아볼 수 있었다. 하나님을 믿게 되었고 병의 고통으로 인해 말씀과 기도를 붙잡았다. 가진 은사와 재능이 많아 교만해 질 수 있었지만 병을 통해 다시 겸손해졌다.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닌 하나님이 되었다. 내 뜻보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게 되었다. 무엇보다 용서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 이것보다 더 큰 기적은 없다. 주님이 내게 주신 가장 큰 은혜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이 되었다. 이전처럼 집에만 있지 않고 매일 동아리 방에 갔다. 늘 반겨주는 선배들이 있어서 편했다. 그러나 밤이 되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면 걱정이 되었다. 침대에 누워 또 다시 괴로운 생각들로 시달릴 것이 뻔했다. 평소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아예 잠을 자지 못하고 날을 샜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 4시쯤 되면 샤워를 하고 동아리 방에 갔다. 동아리 사람들과 새벽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

 

  그날도 새벽 내내 나쁜 생각들에 시달렸다. 너무 괴로웠다. 아직 새벽 3시였다. 새벽기도 시간은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누워만 있으면 정말 죽어버릴 것 같았다.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집을 나서 학교를 향해 걸었다. 동아리 방에 도착하니 새벽 4시였다. 당연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혼자서라도 미리 새벽기도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보고 배운 대로 순서에 따라 예배를 시작했다. 먼저 찬송가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릎을 꿇고 의자 위에 찬송 책을 펼쳤다. ‘하나님은 너를 만드신 분’이라는 찬송가가 눈에 띄었다. 반주 없이 목소리로만 노래를 했다. 가사 하나하나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하나님은 너를 만드신 분 너를 가장 많이 알고 계시며

  하나님은 너를 만드신 분 가장 깊이 이해하신단다.>

 

  찬양하며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응답했다.

 

“하나님 정말 저를 만드시고 저를 깊이 이해하시나요?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어린 나를 보호하고 싶었습니다. 친구들의 괴롭힘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습니다. 제게는 힘이 필요했습니다. 못된 마음으로 공부를 했고 날 무시했던 애들을 쓰레기로 여기며 더욱 무시했습니다. 심지어 배우지 못해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무시하고 경멸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제가 원한 삶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저를 가장 많이 알고 계시고, 깊이 이해해 주시는 거죠?”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분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분 너를 쉬지 않고 지켜보신단다.>

 

“하나님, 저는 사단의 종이 되어 분노와 증오심으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망 권세에 휘둘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습니다. 이런 저를 포기치 않으시고 끝까지 지켜보시며 결국 당신의 자녀로 돌아오게 해주셨어요.”

 

 

<하나님은 너를 원하시는 분 이 세상 그 무엇 그 누구보다
  하나님은 너를 원하시는 분 너와 같이 있고 싶어 하신단다.>

“저는 하나님을 모르고 살아 왔습니다. 심지어 당신을 멀리 하며 정 반대의 삶을 살아 왔습니다. 그런 저를 하나님은 같이 있고 싶어 하십니다. 이제는 꼭 잡은 제 손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니다.”

 

<하나님은 너를 인도하는 분 황야에서도 폭풍 중에도
  하나님은 너를 인도하는 분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신단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돌아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울 때도, 밤새 악몽에 시달리다 소리 지를 때에도 하나님은 함께 계셨습니다. 황야와 폭풍 가운데 저를 인도하셨어요. 앞으로 그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실 당신을 신뢰합니다.”

 

<그의 생각 셀 수 없고 그의 자비 무궁하며

  그의 성실 날마다 새롭고 그의 사랑 끝이 없단다.>

 

“하나님, 전 세상에 대한 원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많은 살인을 저질렀고 수없이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심지어 나를 낳아 주신 아버지를 욕하고 무시하고 끊임없이 살인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저를 용서하시고 끝없는 사랑으로 감싸 주시는 주님의 사랑은 끝이 없으십니다.”

 

  이렇게 주님을 찬양을 하며 기도를 드렸다. 그러자 마음 속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눈물이 절로 흘렀다. 하나님을 알게 된 지금도, 하나님을 몰랐던 과거에도 그분은 나와 함께 계셨다. 계속 나를 지켜보시고 인도하셨다. 심지어 괴롭고 아팠던 시간조차 주님은 함께 우시고 함께 슬퍼하셨다.

 

  찬양을 마치고 말씀을 읽고 싶었다. 마땅히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 지 몰랐다. 그래서 신약 성경을 맨 앞장부터 차례로 읽어 갔다. 그러다 마태복음 5장 43~44절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성경말씀을 보았다. 다시 하나님께 기도했다.

 

“주님 저들이 행한 일들을 어떻게 용서합니까? 결국 나의 정신조차 온전치 못하게 만든 저들을 어떻게 용서합니까?”

 

  그러나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내게 말씀하고 계시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을 용서하라. 그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

 

  그때 머릿속에서 그동안 미워하고 증오했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분노의 대상으로 삼으며 끊임없이 살인했던 그들이다. 하지만 이제 내 마음은 너무 지쳐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따랐다. 그들을 용서하기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먼저 아버지를 위해 기도했다. 그러자 아버지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주님, 아버지는 어릴 적 할머니를 잃었고 젊을 적에는 두 동생을 일찍 하늘로 보내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가족과 자녀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힘드셨나 봅니다. 또한 배우지 못해 거친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해오셨습니다. 무거운 기계를 지고 다니느라 허리도 굽으셨습니다.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다른 아버지들과 다른 제 아버지가 부끄럽고 싫었습니다. 하지만 굽은 허리를 펼 수 없듯 제 마음에 드는 대로 아버지를 고칠 수 없겠죠. 그저 아들로서 그런 아버지를 이해해야겠지요. 가족을 위해 몸 바쳐 일해 오신 아버지를 사랑해야겠지요.”

 

  그리고 하나님은 날 괴롭혔던 아이들마저 용서하라 말씀하셨다.

 

“절 괴롭혔던 강희고 중 1때 왕따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2때 절 희상양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그런 강희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저 역시 왕따에서 벗어나고자 저보다 약하고 약간 장애가 있는 친구를 괴롭히려 했습니다. 제가 악을 악으로 갚으려던 것에 죄책감을 느꼈듯 그 친구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우연히 강희와 마주쳤습니다. 강희는 저를 피해 자리를 옮겼습니다. 제가 복수하러 왔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제가 강희의 잘못을 폭로하러 왔다고 생각했을까요? 다만 그런 강희가 불쌍할 뿐입니다. 저도 강희도 모두가 가해자고 피해자였습니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머릿속에서 싸워 왔던 사람들 한명, 한명을 용서하고 기도해줬다. 그러자 몸과 마음에서 무언가가 떠나감을 느꼈다.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던 분노와 증오심이 사라지고 평강이 찾아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동안 나를 괴롭힌 건 그들이 아니라 내 안의 죄악들이였음을..

 

  그렇게 새벽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 죄와 악으로 죽을 수밖에 없던 내가 새 생명을 얻은 것이다.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훗날 병원이나 감옥에서 죽은 것과 다름없이 살았을 것이다. 그런 내가 하나님을 통해 몸과 영혼까지 살아 날 수 있었다. 그날 무릎 꿇고 찬양하고 말씀을 읽으며 기도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물론 단 한 번의 기적으로 내 안의 모든 죄와 머릿속의 전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후로도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는다. 가끔 정신적 어려움이나 심리적 불안도 겪는다. 다만 이를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헤쳐 나가고 있다. 여전히 죄에 무너지고 악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에 승리 주실 것을 믿는다. 내가 조현병 환자로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유다.

작성일:2018-01-03 08:47:14 183.96.9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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