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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기사 치유의 글쓰기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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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 [비회원]
등록일
2019-11-26 00:43:09
조회수
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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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문화 시점>‘아주 보통의’ 글쓰기… 치유와 공감을 낳다 본문듣기 설정
기사입력2019.11.25. 오전 10:51
최종수정2019.11.25. 오후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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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작가나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드러내기 힘겨운 상처나 경험을 글로 써서 스스로 치유하는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아래 그림은 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내며 쓴 ‘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에 실린 저자 김미희 씨의 그림. 게티이미지뱅크·글항아리 제공


내밀한 이야기 꺼내놓는 평범한 사람들

일찍 세상뜬 남편 그린 아내

우울증 극복한 40대 직장인

어릴적 학대 들춰내는 여성

감춰뒀던 상처 책으로 출간

대중들 멘토·셀럽에 위로받다

스스로 돌아보고 글쓰기 전환

독자도 보통사람 얘기에 공감




#내밀하고 생생한 이야기 #솔직한 기록 #고통의 시간 #셀프-헬프 #스스로 돌봄 #치유의 글쓰기 #유명한 사람은 아니다 #공감을 통한 독자의 치유.

최근 출판 흐름 중 하나를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0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고 아이를 낳은 지 1년 만에 남편이 신장암 3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거듭하다 네 살배기 아들을 남겨놓고 세상을 뜬다. 그림을 그리는 동료이자 애인이며 남편이었던 사람을 보낸 김미희 씨는 ‘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글항아리)를 이렇게 시작한다.

“그 사람은 죽었다. 다시 올 수 없다. 속으로 되뇌어도 믿기지 않았다. (…) 그에게 기댄 15년의 시간 동안 내 몸이 기울어졌다. 이제 그가 없으니 바로 서야 하는데, 자꾸 몸이 기울고 비틀거린다.”

책은 그녀의 홀로, 바로 서는 과정을 담았다. 손수건을 적실 준비를 해야 한다.




‘마흔의 우울’(이매진)은 게임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40대 직장인 임재아 씨의 아주 단순한 일상기로 시작된다. “재미없는 회사를 어제도 갔고, 오늘도 갔고, 내일도 가야…” 하는 그는 게임을 만들며 먹고살지만, 집에서도 게임은 하나뿐인 취미이자 숨구멍이었다. 귀가는 ‘두 번째 출근’이다. “두 번째 출근을 한다. 퇴근하고 들어온 집은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집안일이 쌓여 있다. 몸만 힘들면 괜찮다. 긴장을 늦추면 싸움이 벌어진다….”

임 씨에게 결국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는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어 “읽고 그리고 쓰는” 노력을 통해 자신을 만났다. 책은 그 극복의 과정을 담았다.

바삐 살던 40대 벤처투자 전문가인 손창우 씨는 갑작스러운 뇌종양 판정을 받고 지난해 7월 수술을 받았다.

“레지던트의 실수로 몇 시간이 생겼다. 보너스 시간이 생긴 김에, 몇 자 흔적을 남겨 보려 한다. 내 인생의 1막은 19세까지의 부산 생활이었다. 친구들과의 일탈이 너무 즐거워….”

수술실로 가는 침대에서 이렇게 ‘바닥을 칠 때 건네는 농담’(이야기나무)은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인생 시련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이란 부제를 달아놓은 이 책은 뇌종양 수술과 항암치료를 거쳐 건강을 회복하기까지 과정을 그려 놓았다. 유쾌하게.




김기자(필명) 씨가 쓴 ‘폭군 아버지, 히스테리 엄마’(위드원)는 읽기에 힘겨울 정도다. 근래 가장 충격적인 수기이자 기록이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내가 자란 가정은 문명화된 인간사회 같지가 않았다. 서로를 물어뜯고 할퀴어서라도 자기 서열이 위라는 걸 꼭 확인해야 하는 원시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 자식들을 꼭 남과 비교를 하거나 둘 사이를 끊임없이 경쟁시켜 서로를 적으로 여기게 한다거나 해서 각축장을 만들었다….”

‘강남 중산층 우울가정 딸 생존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강남특구의 한 가정에서 부모의 삐뚤어진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철저히 도구화된 딸이 결국 섭식장애와 섬유근육통 등 난치병에 시달리게 된 내용이다. 저자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이 “중산층, 기자 출신 여성”이라고 소개하며 “이 책은 나 자신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가부장제하의 폭력과 성폭력에 고통받는 한국 여자의 초상이다. 일반 가정, 학교, 사회, 직장에서 일어나는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예화들 때문에 가명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예전 같으면 감추었을 개인이나 가족의 내밀하고 아픈 상처나 고통의 시간을 생생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책이 줄지어 출간되고 있다. 근래 암이나 우울증의 투병기가 없진 않았지만, 최근 이 같은 책들은 멘토나 전문가에 의지하기보다 스스로를 딛고 일어서는 ‘셀프-헬프’(self-help),‘스스로 돌봄’의 경향이 강하다. 또 이들의 셀프-헬프에 있어 ‘글쓰기’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 극복하는 데 중요한 치유 수단이다. SNS와 ‘브런치’ 등 온라인이 글을 쓰는 주요한 통로이며, 그 과정에서 모르는 이들과의 ‘공감’ 또한 치유에 도움이 된다.

‘셀프 헬프’는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런 책들의 출간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의 자구책일지도 모른다.

심리테라피 책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를 쓴 작가 정여울은 “두려움을 고백하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과 “고통을 마주하는 인간의 위대함”을 말한다. 앞서 소개한 책들에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얘기다. ‘문 뒤에서…’의 저자는 책날개의 자기소개에서 “친모와 헤어져 태어난 장소와 시간을 모른다”고 적고 있다. 남편의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되는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아픈 유년기를 마주한다. 자신을 버렸던 친엄마, 열 살 이후 길러준 새엄마, 그리고 폭력적이었던 아버지 등 유년기의 그늘이다. 그늘을 돌아 나올 수 있게 해준 사람이 남편이다. 저자는 “마음을 정리하는 데 글쓰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처음에는 울면서 읽었던 일기를 책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울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글항아리 이은혜 편집장은 “글쓰기는 친모로부터 버림받은 상처 그리고 남편의 죽음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해줬고, 현실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줬다”며 “저자에게 가난과 폭력 등 가족사의 상처를 드러내게 된 계기나 각오가 있었다기보다는 치유가 급박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글항아리는 다음 달 초 방송작가 김문음 씨의 ‘나의 엄마와 나’를 펴낸다. 이 책 역시 환갑이 넘은 작가가 친엄마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쓴 책이다. 이 편집장은 “근래 심리학자 등 소위 가르치려 드는 멘토급들의 책 판매가 예전만 못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마흔의 우울’ 역시 구조조정과 이혼의 위기를 겪으며 갖게 된 우울증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2년여에 걸쳐 1000장 가까이 쓴 글을 270쪽 남짓으로 정리한 책이다. 이매진출판사 정철수 대표는 “그동안 우리 출판계에서 글쓰기를 권유하는 책들이 상당수 출판됐고 글쓰기 강의를 수강하고 그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며 “‘셀럽’이나 ‘멘토’로부터 위로받던 대중이 이제는 스스로 돌아보고 글을 써서 치유하는 흐름이 자리 잡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바닥을 칠 때…’를 펴낸 이야기나무의 박선정 편집자는 “이 책도 브런치를 통해 먼저 소개됐다”면서 “SNS 등 온라인에서 글을 쓰는 문턱이 낮아진 것도 최근 평범한 사람들의 에세이가 줄지어 나오게 된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82년생 김지영’이 담아내지 못한 그 ‘현실판’이라고 말해지는 ‘폭군 아버지…’는 저자가 자신의 삶을 ‘날것’으로 드러낸다. 최근 대입제도 개편과 맞물려 불거지는 강남특구의 민낯이기도 하다. 저자는 “최근 우연히 강남 거리에서 만난 유학파 고교동창의 결혼생활이 한 세대 전 내 어머니가 사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내가 자란 가정환경이 한국 내에서 보편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절감했고, 피해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는 “책을 쓰는 것은 나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수련 같은 것이었다”며 “일단 다 쓰고 나자 내가 겪은 일들이 객관적으로 보이면서 과거의 수렁에서 한 발자국 떨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았고, 아팠던 기억에서 벗어나 이젠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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