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신의학신문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난도 교수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의 연구진들과 함께 2008년부터 대한민국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다음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매해 출간하고 있다. 이렇게 꾸준히 시리즈 형태의 책을 출간하는 그 성실함과 노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책은 새해가 넘어가기 전인 11월경부터 출판되기 시작하는데, 그 예측들이 독자들이 인정할 만한 범위 내에 머물고 있어 책의 꾸준한 인기를 증명해주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모두 읽어보진 않았지만, 필자는 2015 트렌드 코리아(2014년 11월 출판)를 작년(2015) 7월경 접했는데, 2015년 트렌드의 회고에 대한 내용이 특히 공감이 되어 그 일부에 대해 서술해보았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트렌드의 나열을 통해 우리에게 앞으로의 방향성을 스스로 고민해보라는 과제를 내주는 것 같았다.

- 2015년의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1. 단맛

2014년 9월 출시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었다. 이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50억 원 달성이란 기억을 세우며 스낵계의 허니 열풍을 선도했다. ••• 중략 ••• 단맛 열풍은 스낵에만 머물지 않고, 허니아몬드, 허니치킨 등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한편 주류업계에서도 단맛을 강화한 '칵테일 소주'가 새롭게 등장했다. (p28)

-> 이 책의 주요한 서술방법이기도 한데, 이러한 '단맛 열풍' 이라는 사회 미시적 관점에서의 현상을 저자는 '장기적인 경제 불황에는 단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천편 일률적인 제품 속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 제품(짠맛이 대세였던 과자류에 단맛을 결합하는 감각적 차원 변화)들이 인기가 있을 것이다.' 라는 거시적 관점의 시장 경제의 현상으로 설명해 주고있다. 또한 이러한 분석은 감각이 더욱 세밀해지고, 뒤섞일 것이라는 2015년의 트렌드 분석내용을 뒷받침해준다.(<트렌드 코리아 2015> 감각의 향연)

그렇다면 이러한 거시적 관점들을 다시 개개인에게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 앞서 마주한 채 같이 과일소주를 마시고 있는 내 앞의 상대가, 혹은 나 자신이 장기적 불황과 동일한 스트레스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내적인 불안요소, 걱정 등 무언가를 잊으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봄 직하다.  모름지기 사회는 개개인의 요소가 구성되기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가 이 책이 주는 과제로 느껴졌다.

2. 마스크 & 손 소독제

2015년 상반기 한국 시장은 '메르스'로 꽁꽁 얼어붙었다. ••• 중략 ••• 메르스가 공기를 매개로 전염되는지 여부에 대한 병원과 정부의 발표가 혼선을 빚자,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일반 마스크에 만족하지 못하고 의료 전문가가 사용하는 수준의 'N95마스크'를 경쟁적으로 구입하기 시작했다. 한 해외 배송대행업체는 2015년 6월, 마스크와 세정제 등 개인 위생용품의 주문 건수가 전월 대비 무려 2,570%가 증가했다고 밝혔다.(p31)

-> 인터넷과 SNS가 정보전파의 수단이 되면서, 위험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고, 불신, 불안의 사회현상을 일면에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실체 없는 불안감에 대해 2015년 트렌드코리아에서는 객관화된 데이터가 소비자에게 확신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며, 소비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하여 구매 의사 결정을 하려는 소비현상을 전망했다.(트렌드 코리아 2015 <증거중독>) 

아울러 기업들도 수치화된 데이터를 이용한 마케팅이 증가하였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과잉불안은 계속 증가할 것이며, 이미 불안과 공포를 기업들이 마케팅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2016년을 전망하였다.

'적절한 근심은 일의 효율성을 높여주나, 과잉 불안이 계속 될 때, 오히려 높은 역치에 의해 불안에 둔감한 사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p244)

2016년 전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 책은 대략 절반 정도를 위와 같은 2015년 트렌드에 대한 회고와 분석을 담았다. 아마 그것은 2016년 트렌드 예측의 근거가 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2015년의 트렌드가 어느 정도 2016년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오히려, 2016년의 소비트렌드 전망은 앞으로 나아가는 사회의 조용한 시작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2016년의 전망을 관통하는 주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Make a 'Plan Z'(플랜 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 저성장, 취업난, 고용불안,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더 악화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면서도 풍요의 시대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 플랜 Z 소비는 단지 무조건 아끼고 긴축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수입 속에서 '적게 쓰지만 만족은 크게 얻으려는 전략'을 말한다. (p203, p46. 2015년 10대 트렌드상품 소형 SUV)

2. Knockdown of Brands, Rise of Value for Money(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 상품의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화려한 브랜딩의 가면은 통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트렌드는 정보력으로 무장한 소비자 앞에서 복면을 쓰고 실력으로 승부하는 기업을 위한 도전의 장이 될 것이다. 브랜드를 가린 복면 뒤에서도 절대가치라는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기업이 2016년 소비시장이란 무대의 가왕이 될 것이다.(p269. p34, p49. 2015년 10대 트렌드상품 복면가왕, 저가 중국전자제품)

3. All's Well That Trends Well(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 자원이 충분하지 않고 정식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대단히 '있어 보이게' 만드는 능력, '있어빌리티'가 SNS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역량이 되고 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며 높아진 사회 이동성의 영향으로, 진지하고 어렵게 얻을 수 있는 본질보다 쉽고 가볍게 얻을 수 있는 임시방편 소비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 '있어빌리티'할 수밖에 없는 세대의 니즈를 반영하고, 그 안에 깊이 있는 아날로그적 성찰을 담아야 할 때이다.(p.353, p40. 2015년 10대 트렌드상품 셀카봉)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인한 작금의 저성장과 SNS의 확대에 따른 소비 형태의 변화가 2016년의 트렌드의 경향을 만들고 있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트렌드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속에 숨겨진 본질을 파악하여 우리나라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인 모멘텀이 되길 바라는 것이 작가가 독자에게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주위를 되돌아 보게 하는 책은 언제나 옳다.

참고 도서 : <트렌드 코리아 2015><트렌드 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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