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 끝판대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오승환 선수. 얼마 전 도박 관련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명성에 금이 가기도 했으나 야구에 관한 그의 경력은 미국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12일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한 것이다. 2005년 한국프로야구 최우수 신인으로 데뷔한 이후 줄곧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에게도 시련의 시절이 있었다. 고교시절 부상을 당해 프로와 대학 지명을 받지 못하고 야구의 꿈을 접을 수도 있었던 시기에 당시 단국대 야구부 감독이었던 강문길 감독이 그의 잠재력을 보고 스카웃한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3년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2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받기도 했으며 3년간 줄곧 재활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시 강감독은 오승환 선수에게 팔꿈치 주변 근육을 보강하는 운동만 죽어라고 시켰다며 보통 선수라면 야구를 그만뒀을 상황에서 오승환 선수는 묵묵히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많이 회복되어 3학년 가을 즈음부터 투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감독과 선수 모두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한 덕분에 4학년 시절 전국대학야구 리그 춘계리그 우수투수, 추계리그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실로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일 것이다.
누구나 이런 달콤한 순간을 꿈꾼다. 하지만 오승환 선수처럼 시련의 시간을 잘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다. 과거의 영광스런 순간에 집착하거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압도된다면 현재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거나 견디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집중할 수만 있다면 고통스러운 순간을 잘 이겨낼 수 있고, 나아가 오승환 선수처럼 달콤한 순간을 경험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사하게 정신의학에서도 '현재, 여기서'를 중요하게 여긴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스스로는 이유를 알지 못하며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대다수는 과거의 상처나 실패의 경험 등 트라우마에 의한 영향으로 현재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기대하거나 지나치게 걱정하여 고통을 겪는다.
혼자 힘으로 이 고통에서 빠져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오승환 선수처럼 힘든 시기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주고 흔들릴 때마다 잡아줄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정신치료를 할 때 정신과의사의 역할이 그러하다. 혼자서는 볼 엄두를 못 내던 트라우마를 제대로 볼 수 있게 용기를 주며 그로 인한 상처가 아물 때까지 도와주는 것이다.
사실 이 과정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치료를 하다가도 힘들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고,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싶다가도 금방 원점으로 돌아가는 등 실로 험난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오승환 선수도 3년간 인고의 시간을 잘 보냄으로써 이후 약 10년간 승승장구 했지만 도박이라는 유혹에 빠져 한 순간에 또 모든 것을 잃을 뻔하지 않았는가.
한 스포츠 선수의 이야기를 통해 정신과 진료를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물론 한계가 있다. 다만 이 기사를 통해 정신치료에 대한 궁금증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