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이란 조직이 손상을 받아서 면역 반응에 의해 열이 나고, 빨개지고, 부어오르고, 아픈 것을 말한다. 감기를 예로 들어보면, 일반적으로 목감기라 함은 바이러스의 침입으로 편도선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 열이 나고, 목이 붓고 아픈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울증이 염증질환이라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 일까?

요즘은 우울증이 뇌의 질환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일반인들도 안다. 그 중 일부는, 우울증은 뇌의 세로토닌(serotonin)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이라는 모노아민(monoamine) 이론도 알고 있다. 우울증에서 보이는 무의욕, 무기력, 무의지 등의 증상을 가지고 나태하고 게으르고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도덕적 판단을 하던 이전의 시대에 비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염증에 관한 연구 역시 열이 나고, 빨개지고, 부어오르고, 아픈 것만을 넘어서 분자생물학의 수준에서 염증표지자들을 발견하고, 이런 염증물질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우울증은 복잡한 발생과정을 가진 뇌질환으로 기저에 염증반응이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울증도 목감기 같은 염증질환이라는 말이다. 어떤 이유에서 이런 견해가 나왔을까?

첫째, 염증질환 및 사이토카인을 치료에 사용한 환자들에서 우울증의 발생률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들로부터 출발하였다. 특히 강력한 시사점을 주는 것은 C형 간염이나 암으로 IFN 치료를 받는 사람의 90% 가까이에서 피로감, 우울, 무기력, 감정둔마 등의 증상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 고용량의 IFN 치료를 받은 3개월 이내 50% 이상의 환자들이 주요우울장애의 진단기준을 만족 하였다.

둘째, 신체질환이 동반되지 않은 주요우울장애에서도 염증표지자들이 증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다. 우울증 환자의 혈액에서 염증촉진 사이토카인이 증가하고 항염증 사이토카인이 감소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사이토카인들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염증촉진 사이토카인인 IL-1, IL-2 등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의 합성과 순환을 증가시키는 한편,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인 트립토판을 분해하는 indolamine-2, 3-dioxygenase의 활성을 증가시켜 세로토닌의 저하를 야기한다. 또한 IL-6 등 염증촉진 사이토카인과 함께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은 CRF 분비를 촉진하고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면역을 항진시키는데 이런 과정에서 중추신경계의 온도를 높여 무력감, 우울, 불안, 과수면, 식욕저가, 집중력 저하 등의 양상이 나타나는 이른바 ‘sickness behavior’를 유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분자생물학 수준에서 염증질환과 우울증에서 보이는 염증표지자들의 반응이 유사했으며, 이때 나타나는 증상과 우울증 증상의 유사점으로부터 우울증이 sickness behavior의 한 형태라는 가설이 도출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들로부터 염증과 우울증 사이의 관련성이 부각되었다. 염증반응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과 전달,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저항성, 신경세포재생 등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의 발생에 기여하고 회복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의 염증 매커니즘의 연구는 모노아민 이론의 한계를 보완하고 우울증의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 : 염증질환으로서의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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