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범불안장애, 무엇인가요?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종류의 불안을 경험합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면접을 보러 가기 전,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안부를 걱정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불안은 우리를 경계하고, 대비하게 만드는 정상적인 감정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 불안이 특정 상황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일상생활의 전반을 잠식한다면 어떨까요? 바로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GAD)가 그러한 경우입니다.
범불안장애, 일반적인 불안과 어떻게 다른가요?
범불안장애는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과도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걱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정신 질환입니다. 일반적인 불안이 특정 상황에 대한 일시적인 반응이라면, 범불안장애는 그 걱정의 대상이 매우 광범위하고, 강도가 지나치며,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은 업무 성과에 대해 걱정하고, 학생은 학업 성적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범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은 이러한 특정 대상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 경제적인 문제, 사소한 약속, 심지어는 날씨나 교통 상황 등 별것도 아닌 일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걱정하고 불안해합니다. 그리고 그 걱정의 크기가 상황에 비해 훨씬 과도합니다.
범불안장애의 주요 증상들
범불안장애는 단순히 걱정이 많다는 수준을 넘어,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동반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이 최소 6개월 이상, 대부분의 날에 나타날 때 범불안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1. 과도한 걱정과 불안 : 핵심 증상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다양한 일상적인 문제에 대해 과도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걱정이 지속됩니다.
2. 신체적 증상 : 불안은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 근육 긴장 : 목, 어깨, 등에 만성적인 통증이나 뻣뻣함을 느낍니다.
- 피로감 : 항상 지쳐있고, 에너지가 부족합니다. 끊임없이 걱정하느라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 수면 문제 :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충분히 잠들어도 개운하지 않은 불면증을 겪습니다.
- 안절부절못함/초조함 : 가만히 앉아 있기 어렵고, 마음이 불안하여 왔다 갔다 하거나 다리를 떨거나 하는 등 초조한 모습을 보입니다.
- 집중력 저하 : 걱정 때문에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 과민성 :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냅니다.
3. 삶의 기능 저하 : 이러한 걱정과 증상들은 직업, 학업, 사회생활, 대인 관계 등 삶의 중요한 영역에서 기능 저하를 초래합니다. 예를 들어, 불안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실수가 잦아지거나, 약속을 회피하게 되고, 가족들에게 예민하게 반응하여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합니다.
왜 범불안장애가 생길까요?
범불안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 생물학적 요인 : 뇌의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GABA 등)의 불균형이 불안 조절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 유전적 요인 :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3. 환경적 요인 : 만성적인 스트레스, 외상 경험(트라우마), 어린 시절의 불안정한 환경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4. 심리적 요인 : 완벽주의적 성향, 과도한 책임감, 부정적인 사고방식 등이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범불안장애,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범불안장애는 치료 가능한 질환입니다. 방치할 경우 만성화되거나 다른 정신 질환(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약물 치료 :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이 주로 사용됩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조절하여 과도한 불안 반응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고,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심리 치료 (인지행동치료) :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 중 하나입니다. 불안을 유발하는 비합리적인 생각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으로 바꾸도록 돕습니다.
또한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시키거나 이완 요법을 배우는 등 불안에 대처하는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3. 생활 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 신체 활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기분을 좋게 하는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불안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충분한 수면 : 수면 부족은 불안을 악화시키므로,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균형 잡힌 식단 : 건강한 식습관은 전반적인 신체 및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카페인 및 알코올 제한 : 이러한 물질들은 불안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스트레스 관리 : 명상, 요가, 호흡법 등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범불안장애는 치료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벗어나기 힘든 끊임없는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셔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전형진 원장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