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무언가 시작하려고 하면 자꾸만 떠오르는 온갖 걱정 때문에 시작을 못 하고 포기하게 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걱정이 따라오는 것, 그리고 어떤 한 가지 주제가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다 걱정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인 상태를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라고 부릅니다.

 범불안장애가 있을 때는 다른 불안장애와는 달리 어떤 한 가지 특정한 것에 대해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일들에 걱정이 생깁니다. 그리고 여러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면서, 안절부절못하거나 긴장이 고조된 느낌, 쉽게 피로해지는 감각, 집중하기 어렵고 멍한 상태, 근육의 긴장, 수면 장애 같은 신체 증상들이 동반됩니다.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 두통, 멍한 느낌 또한 불안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신체 증상들입니다.

 걱정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처한 현실에 대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위험한 상황이 다가오더라도 눈치채지 못하고 어느새 깊은 위험에 빠져버릴 테니까요. 하지만 과도한 걱정과 불안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불러오게 됩니다. 불필요한 걱정들에 매달려 있다 보니 선택을 하고 일을 추진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계속 보일 수 있습니다.

 결국은 오래 고민하고 걱정했지만 성급하게 결정을 내려버리는 일이 반복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성급하게 결정을 하다 보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범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이런 결과를 가지고, 또 다른 걱정이 이어집니다. ‘역시나 내 선택은 틀릴 때가 많아.’라는 생각이 강화되고, 위험에 대해서도 더욱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부정적인 선택이 이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에도 적용이 될 것이라는 식의 과잉 일반화도 흔하게 일어납니다. 이런 식으로 불안과 걱정, 그리고 잘못된 결과의 악순환이 점점 더 불안 증상을 강화하게 됩니다.

시작조차 두려운 상태, 범불안장애 어떻게 치료하나요? 

 앞서 범불안장애의 특징과 악순환의 고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이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료 방법과 노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범불안장애의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적으로 약물치료가 선행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안한 마음과 뒤따라오는 신체 증상들을 조절하기 위한 항불안제가 효과적입니다. 이를 통해서 불안을 점점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 중 하나를 끊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는 온갖 장면에서 떠오르는 걱정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불안 증상이 다시 올라오게 되죠.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심리치료, 그중에서도 인지행동치료가 효과가 좋습니다. 불안한 마음과 걱정을 강화하는 사고 과정을 기록하고 검토하면서, 어느 부분에서 왜곡된 판단이 들어갔는지를 발견해 낸다면 점차 나의 생각을 교정해 나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항상 실패할 거야’라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이번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노력하면 잘 해낼 수도 있어’와 같이 보다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워낙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온 불안한 마음이,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발견했고, 바꾸어 나가려는 마음을 먹은 지금이 모든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불안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데 든든한 발판이 되어줄 것입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준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