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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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갖는다는 것 만큼, 행복하면서도 부담이 되는 일은 찾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까지, 부모들은 밤을 지새우며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하고, 아이를 달래죠. 이런 부담을 아이가 보이는 미소로 녹여보내며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를 임신하는 여성에게는 남성에게는 없는 부담이 존재합니다. 호르몬 변화로 인한 우울과 불안 같은 정서적인 스트레스가 바로 그것이죠. 10개월간 임신이 유지되는 중에만 우울과 불안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전후 기간에도 충분히 이런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주산기 우울이라고 요즘에는 표현합니다.

  평소 건강한 여성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가계에, 즉 어머니나 어머니 자매 중 주산기 우울을 경험한 분이 있다면, 임신 전후로 스스로를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울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여성은, 주산기 우울이 발생할 가능성이 일반 인구에 비해 높으며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울을 경험한 가임기 여성분들은 그래서, 임신 전후에 우울증상이 다시 생기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게 됩니다. 임신 기간동안에는 술이나 커피 같은 식품도 주의를 해야 하는데, 정신과 약을 먹는 것은 훨씬 더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죠.

 모든 의약품은 임신 시 안전한 정도를 A,B,C,D,X 등급으로 나누어 분류합니다. 임신 중에도 큰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약은 A,B 등급으로, 임신 중에 사용할때는 주의가 필요하며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약은 C,D등급으로, 임신 중 사용시 기형이 발생하는 약은 X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항정신병약제인 클로자핀, 항불안제인 부스피론 이 두가지가 B등급이며, 기분조절제인 리튬은 X등급, 나머지 약은 대부분 C,D등급에 속해 다른 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울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여성은, 임신을 준비할 때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셔서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울이 시작되는 것에 대한 기준을 정해두고, 또 약물치료등 정신과 치료를 시작할 기준을 미리 정해두는 거죠. 미리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경증에서 상담만으로 효과가 있을 시기를 놓치기 마련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질병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주산기에는 아이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으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주산기 우울이 경증일 때는 상담만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등도를 넘어가면서 부터는 다른 치료를 병행해야 하며, 중증인 경우에는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감수하고 약물치료를 시작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기존에 효과가 있는 약은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것 역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도움이 됩니다.

 우울이 중증도 이상일 때는, 약물 치료가 아닌 자기장으로 치료를 먼저 시도합니다. 경두개 자기장 치료라고 하는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치료법으로, 머리 근처에 코일을 두고, 자기장을 유도해, 두개골 안에 있는 뇌에서도 그 영향으로 세로토닌,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게 합니다. 약을 먹지 않고도, 약을 먹으면 생기는 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도 없고, 어머니에게도 별다른 부작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 임신을 준비하며 약을 줄이는 과정에서 우울이 다시 느껴진다면, TMS를 병행해서 우울을 느끼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줄이고 중단하는 것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우울이 중증일 때는 약물치료를 시작해야만 하지만, 약물 치료를 원치 않거나 산모가 자살시도를 하는 상황이라면, 전기경련치료(Electro Convulsive Therapy, ECT)를 하기도 합니다. 전기경련치료는 전신마취를 하고 수 차례 반복해야 한다는 불편함은 있지만, 약물 효과가 온전히 나오는데 1~2주가 걸리는 것에 비해서 몇 일 만에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삶의 큰 변곡점에서는 스트레스가 동반되고, 이 스트레스는 종종 우울로 연결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현대 정신의학은 어떤 시점에서도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임신 관련 우울은 준비만 잘 한다면, 더 이상 임신에 큰 장애물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우울에 대한 걱정으로 임신을 두려워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김재옥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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