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날 범죄와 관련된 행동들은 뇌과학적 설명들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학문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들도 이뤄져 오고 있습니다. 범죄와 뇌과학의 매커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ᅠ인류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철학과 과학이 범죄와 폭력성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면, 오늘날에는 뇌과학적인 접근을 통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범죄는 단일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철학, 과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사회학적 원인들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최근 뇌과학이 발달하게 되면서 범죄학자들이 언급했던 생물학적 근거는 범죄의 원인을 규명하기에 조금 더 용이해 졌다고 하지요. 

뇌과학자뿐만 아니라 정신의학자들 역시 범죄의 정신병리학(psychopathology of crime)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뇌과학의 측면에서 정신병리로 인한 범죄의 매커니즘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뇌 손상이나 뇌의 변연계, 편도체, 전두엽에서의 신경물질의 과잉 또는 결핍이 폭력성을 높이는 인자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뇌의 기능과 범죄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연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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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와 폭력성의 중요한 요인, 테스토스테론

이 주제에 대해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학자가 있습니다. 조지아 주립 대학교의 사회 심리학자이자 심리학 교수 뎁스(James M. Dabs)인데요, 그는 공격성과 지배력에 대한 연구를 통해 높은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물질이 폭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뎁스 교수는 남성들이 사회적으로 더 외향적이고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덜 친절한 하다는 점을 발견했고, 테스토스테론와 같은 물질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사람들이 남녀 모두 높은 지위에 있는 직업을 갖게 된다는 점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뎁스 교수와 연구팀은 뇌와 폭력성의 상관 관계를 밝히기 위해, 1995년 남성 교도소 수감자 692명을 대상으로 테스토스테론의 양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폭력과 성범죄를 저지른 수감자들의 타액을 검사한 결과, 다른 범죄를 저지른 수감자들에 비해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많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뎁스 교수와 연구팀은 2001년에는 살인을 저지른 수감자에게서 범죄와 테스토스테론의 과다량이 연관성을 가지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남성에게서 세로토닌과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호전적인 성격과 관련되며,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테스토스테론 과잉에 의해 자극된 폭력성을 조절함으로서 폭력적인 충동의 억제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성들 역시 더 많은 규칙들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지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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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손상되거나 특정 호르몬이 더 분비되는 뇌를 가진 범죄자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많은 뇌 과학자들은 심각한 정신 병리를 앓고 있는 범죄자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인지능력을 보여 준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뇌와 마음, 행동을 구별하는 것은 불필요할 수 있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생물학 교수이자 신경학 및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 외과 교수인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Morris Sapolsky)는 논문 <The frontal cortex and the criminal justice system>을 통해 형사사법체계에서도 전두엽 피질의 손상 효과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버나드(Bernard Baertschi)와 알렉산더(Alexandre Mauron) 교수는 '뇌결정주의(Neuronal  Determinism)'라는 용어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행동이 뇌에 존재하는 회로의 작동으로 일어나며, 뇌의 그 부위가 자극될 때에는 인간의 특정 행동을 하게 된다는 뇌 결정론(neuro-determinism)을 설명했으며, 폭력에 대한 생물학적인 뇌 경향(biological brain-proneness)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지요. 

뇌와 폭력에 대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자들은 마음과 뇌에 관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초에 열린 아스펜 뉴로비헤이비어 컨퍼런스(Aspen Neurobehavioral Conference)는 신경학, 신경 심리학, 정신 의학, 외상 수술, 간호학, 진화 심리학, 의료 윤리학, 법학 분야의 리더들이 참여해 개인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폭력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폭력은 뇌 기능 장애로 인해 발생할 수 있지만, 사회적 및 진화적 요인도 기여하며 폭력, 특히 전두엽 기능 장애, 변화된 세로토닌 대사, 유전의 영향의 신경 행동적 측면에 대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뇌의 경향성과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이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입장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식에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지만, 폭력성으로 인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에게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연구와 관심을 통해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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