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대담자: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신재현 원장님(이하 ‘신’), 이규홍 원장님(이하 ‘이’)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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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지난번에 강박장애의 인지행동치료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 봤었잖아요.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시고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는데, 오늘은 강박장애뿐만 아니고 여러 가지 다양한 질환에 있어서 어떻게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할 수 있을지, 치료를 어떻게 해 나가야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 볼 생각입니다.

첫 번째로 먼저 준비한 내용은요, '비만도 인지행동치료가 가능하다.'입니다. 굉장히 놀라운 사실인데요, 과연 비만의 인지행동치료가 얼마나 효과가 있고, 어떻게 치료해 나가는지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만도 인지행동치료가 가능한가요?

이: 심리치료 중에서는 가장 treatment of choice, 그러니까 우선적 치료라고 알려져 있는 게 인지행동치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비만의 인지행동치료는 살을 뺄 때 아시는 것처럼 대사량에 비해서 칼로리를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것에 원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칼로리를 적어 나가기 위해서 인지행동치료를 할 때는 식단 일기를 쓰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칼로리만 쓰는 게 아니라 칼로리를 기록하면서 음식을 먹을 때 일어나는 다양한 생각이나 감정, 행동, 이런 것들도 자세히 살펴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걸 통해서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면 나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식습관이나 칼로리 섭취를 조금 줄이면 되겠다는 변화의 포인트들도 이해하게 되는 거죠.

신: 그렇군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비만의 인지행동치료는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 다른 어떤 심리치료보다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폭식 행동에 굉장히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요. 근데 문제는 치료를 받고 난 뒤에 (치료를) 중단해도 계속 효과가 유지되느냐, 요요 현상이 항상 체중 감량에 있어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근거가 아직 조금 부족하지만 어떤 지점이 간과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요. 그런 것들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장기적인 효과까지 이룰 수 있다는 연구들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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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네 그렇군요. 실제로 효과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효과가 지속되는지 여부는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는 얘기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까 식단 일기에 대해서 얘기를 해 주셨는데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보통 식단 일기라고 하면 어떤 음식의 칼로리를 적고, 얼마나 먹었다 정도를 기록하는 게 일반적인데, 아까 말씀하시기를 단순히 먹은 칼로리 외에도 감정이나 행동 같은 것을 함께 적어야 된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식단 일기를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또 그런 섭식 습관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생각이나 행동을 바꿀 수가 있을지에 대해서 한번 얘기를 해 주시겠어요. 

이: 식단 일기를 쓸 때 처음에는 칼로리를 제한하지 않고 그냥 쓰거든요. 몇 칼로리 먹었는지를 쓰게 됩니다. 그러면서 칼로리 쓰는 칸 옆에 자유란처럼 만들어 가지고 내가 이거 먹을 때 어떤 생각이나 감정들이 오가는지, 특히 폭식이 있는 경우에는 강렬한 감정이 든다든지, 외로움이 든다든지, 아니면 스트레스 받아서 먹게 된다든지 이런 거를 좀 자세히 쓰게 되고요. 그러면 어떤 음식을 어떤 상황에 먹게 되는지, 그 음식을 그렇게 먹는 게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확히 칼로리를 계산하면서 먹으면서 특정 요리의 어느 정도 양이 어느 정도 칼로리인가 이런 것들도 더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죠. 저 같은 경우는 먹다가 조금 놀란 게 떡이 그렇게 칼로리가 높더라고요. 칼로리를 적으면서 제가 먹다 보니까 어떤 음식은 정확히 어느 정도의 칼로리가 나가는구나 놀라게 되고, 더 정확히 알게 되는 게 있습니다. 이렇게 정확히 계산을 하려면 작은 저울을 당분간은 들고 다녀야 되거든요.

신: 저울을 들고 다녀야 한다고요?

이: 이게 처음에는 불편해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그게 체중 감량 효과로 계속 이어지고, 내가 장점을 알게 되니까 크게 어렵지 않게 (저울을) 들고 다닐 수 있게 되고요. 또 어느 정도 칼로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스스로 계속 피드백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이 정도 칼로리를 먹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들이 들게 되죠. 그래서 식단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섭식 습관을 이해하게 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들도 점차 이해하게 되는데요.

제 경우를 예를 들어 보면요, 저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는 모습을 계속 봤거든요. 그래서 저한테는 그게 하나의 어떤 규칙처럼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 이런 규칙이 저도 모르게 있었던 거예요. 저는 몰랐는데 그런 것 때문에 약간 강박처럼 그걸 계속 먹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그거를 한번 남겨 봤어요. 제가 그렇다는 걸 알고 한번 남겨 봤는데, 처음에는 이러면 안 될 것 같더니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런 경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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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늘 내가 해 왔던 패턴을 알아차리고 거기서 벗어났을 때 '이게 실제로 좀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을 때 행동이 바뀌게 되는 거죠.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질 만한 질문인데요. 어떻게 하면 먹는 음식의 양이나 습관을 좀 줄일 수 있을까요?

이: 저희가 음식을 먹는 이유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을 수 있거든요. 음식을 먹는 순간의 마음을 이해해야 해요. 우리가 그냥 배고파서 먹는다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그게 아니라 어떤 사람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그걸 해소하려고 막 먹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회사에서 상사가 짜증 나게 해 가지고 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먹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오늘 하루 종일 혼자 있었는데 외로워서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먹는 사람이 있고, 혹은 저처럼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드시는 분들도 있고요.

근데 이럴 때 나타나는 문제는 이렇게 음식을 먹는 것이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방편이라도 나한테는 필요하다고 여겨서 음식을 과도하게 먹었을 때, 그게 나중에 어떤 걸로 이어지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먹게 되고요. 그래서 음식을 먹기 전에 식단 일기를 써 가면서 이게 나한테 어떤 걸 주는지, 나는 정말 나한테 뭘 주고 싶은지 이런 것들을 좀 머물러서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거죠.

신: 단기적인 충족감을 위해서 먹을 것인지, 아니면 길게 봤을 때 나의 건강과 체형을 위해서 내가 좀 더 건강하게 식습관을 조절할 것인지, 즉 장기적인 관점을 우리가 따를 것인지를 한번 고려해 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알기로는 이규홍 원장님께서 실제로 비만의 인지행동치료를 통해서 체중 감량을 하셨다고 들었거든요. 한번 경험담을 들려주시겠어요.

이: 저 같은 경우에는 어떤 치료든지 제가 효과를 봐야지 내담자분께 권유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저한테도 적용을 시켜 봤습니다. 2019년도에 10kg 정도 감량했었고요. 그 뒤로 4년 동안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식단 일기 쓰는 것은 제가 2019년도 3개월 정도 썼고요. 그때 한 주에 1kg씩 쭉 빼고 그 뒤로는 요요가 살짝 왔다고 생각한 지점에 1개월 정도 더 한 번 썼고요. 식단 일기를 써 보면서 제가 가장 좋았던 것은 제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먹는 순간에 초점을 두게 된 것 같아요.

이게 무슨 맛인지, 무슨 향인지, 내가 배부른 그 감각이 어떤지, 배가 차는 그 느낌이 어떤지, 옛날에는 막 그냥 먹었던 것 같은데 식단 일기를 쓴 후에는 현재에 좀 더 머물러볼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칼로리를 계속 계산하면서 이게 어느 정도 칼로리가 나가는지 (식단 일기를) 하도 많이 쓰다 보니까 알게 됐고요. 그리고 쓸 때 (체중이) 줄어든다는 경험을 하니까그 뒤에는 조금 더 다시 쪄도 크게 개의치 않고요. 다시 또 식단 일기를 쓰면 되니까요.

신: 그러면 이규홍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한번 비만의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해 보시고 나니까 나중에도 여러 번 비슷한 방법을 통해서 효과를 보실 수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인지행동치료의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한번 익혀 놓고 나면 본인 스스로가 문제를 잘 다룰 수 있게 되는 그런 기술을 익히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인지행동치료를 통해서 치료하는 것은 단순히 치료를 받는다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가 자가 치료자가 되는 치료법입니다.

 

지금까지 비만에 대해서 어떻게 인지행동치료를 할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적용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효과를 내면서 살을 좀 빼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신재현 원장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 <어른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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