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통신과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모든 것이 밀접하게 연결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초연결 사회란, 사람과 사물, 공간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 공유, 활용할 수 있는 사회를 일컫습니다. 

얼마 전 일어났던 한 메신저 서비스의 장애로 야기된 전국민적인 혼란과 불편은 우리가 이런 초연결 사회 속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습니다. 메시지 전송 및 수신 불가로 인한 약속과 만남의 어려움, 중요한 업무 관련 정보 소실 및 소통 불가부터 상인들은 결제 시스템 오류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고, 택시 호출 불가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도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는 우리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복합된 세계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메신저, 메일, SNS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타인들과 교류하는 데 익숙한 우리는 몇 시간만 타인과 연결되지 않아도 큰 불안을 느낍니다. 사람에 따라 몇 시간이 아닌 몇십 분, 몇 분조차 견딜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있을 때도 핸드폰만 열면 늘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타인들의 일상을 지켜볼 수 있으니 온전히 혼자가 된다는 것이 점차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과장된 표현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 모두 조금씩 ‘분리불안’을 경험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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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대로 한편에서는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지 못하는 동안 오히려 해방감을 느꼈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종일 울리는 메신저로 인해 피로감을 느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는 것입니다. 지인들과의 단체 대화방에서 수시로 올라오는 채팅이나 업무 시간 후에도 메신저로 업무 관련 문의가 올 때마다 피곤했던 경험, 아마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연결되기를 바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분리되기를 바라는 상반되어 보이는 욕구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헷갈립니다. 외롭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과 지나친 소통으로 인한 심리적 피로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는 전화나 대면 만남보다 문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콜 포비아(call phobia)’라고 하는 전화 통화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지인들의 전화도 최대한 받지 않고 문자나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콜 포비아가 심한 경우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보편화된 것 역시 이런 경향을 더욱 가속화한 측면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한 공간에 모여 있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경험치가 누적되면서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덜 중요해졌습니다. 오히려 먼 거리를 오고 가는 부담을 덜면서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인식이 늘어났습니다. 반면 오프라인의 연결이 느슨해진 대신 온라인에서의 연결은 더욱 촘촘해지고 활성화되었습니다. 언제든 메신저나 이메일 등을 소통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어난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마도 많은 사람이 메신저 서비스에 장애가 일어났을 때 오히려 편안했다고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너무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늘 연결 가능한 상태가 되면서 우리는 사적 영역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만남에서 대화에 집중하기보다는 사진을 찍고 포스팅하느라 더 바쁘기도 하고, 타인과 자신의 일상을 온라인을 통해 쉽게 노출하고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우리는 ‘소통’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진정한 마음의 소통은 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일상의 한 부분을 통해 타인의 삶을 판단하는 오류에 빠지기도 하고, 너무 많은 소통으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는 편리함과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 고독이 주는 내면의 평화와 깊이,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한 관계감을 잃어버릴 때도 많습니다. 또, 언제나 사람들의 요청에 즉각적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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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연결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너무 지나칠 때는 삶의 균형과 여유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 늘 연결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혼자 있는 시간의 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워 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 메일이나 메신저에 즉각적으로 응답하려고 애쓰기보다 시간을 두고 답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상대방에게 빨리 답을 주어야 한다는 마음에 서둘러 답하다 보면 더 좋은 대안이나 선택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바로 결론을 내리려고 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메시지나 메일을 받았음을 언급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 본 후 다시 답을 주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속도로 소통을 조절하고, 신중한 숙고를 통해 더 좋은 답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 또한 이런 대화 방식을 통해 나를 신중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초연결 사회 속에서 끊임없는 소통과 연결에 대한 압박감으로 힘들었다면, 변화를 위한 시도를 시작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세상이 원하는 속도와 기준에 맞춰 끌려가는 삶이 아닌, 나만의 속도와 기준, 방향을 갖고 소통과 연결을 이끌어 가는 능동적 주체로서 삶을 살아가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수면센터
대한민국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미래전략 이사, 사무총장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자문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감사자문위원회 위원
교육청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 위원
생명존중정책민관협의회 위원, 산림청 산림치유포럼 이사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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