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상담을 하다 보면 강박증 환자분들이 그렇게 병원에 자주 찾아오시는데요, 강박증은 무엇인지, 강박증은 어떻게 치료하는지, 그 근거가 있는 효과적인 치료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고 합니다. 그리고 실생활에서 강박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꿀팁들을 알려 드릴 예정입니다.
Q. 강박증이 무엇인가요?
‘강박’이라는 말이 일상에서 좀 혼동되게 많이 사용되는데요, 강박이나 ‘강박관념’혹은 강박증은 ‘집착’이라는 용어로 사용하시는 분도 꽤 많이 계시고요. 실제로 ‘강박증’이라는 병은 정확하게 정의를 하자면, 반복적인 생각과 그로 인한 반복적인 행동이 내 삶에서 기능적인 제약을 일으킬 때 우리가 강박증이라는 병으로 규정을 합니다.
이를테면 반복적으로 손을 씻는 행동이라든지 혹은 반복적으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침습적인 사고라든지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위라든지 이런 것들 다 통틀어서 우리 삶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많이 일으킬 때 강박증이라는 병이라고 이야기를 하죠.
Q. 강박증이 생기는 성향이 따로 있나요?
성격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긴 한데요, 대개 강박적인 성향이라는 것은 잘 꽂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예요. 한 가지에 잘 꽂히고 거기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집착을 많이 하는데, 사실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다 강박증이라는 병으로 보지는 않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평소에는 그냥 꼼꼼하다, 예민하다 정도로 이제 우리가 생각을 하는데 단지 그런 꼼꼼하고 예민한 성향과 스트레스 상황들이 만나게 되었을 때 증상들이 좀 심해지고, 그것이 어떤 일정 수위를 넘게 되면 강박증이라는 병이 되는 것이죠.
Q. 저도 이상한 생각을 가끔 하는데 그럼 나도 강박증인가요?
이런 분들 굉장히 많이 계세요. 갑자기 진료실에 오셔 가지고 ‘제가 이상한 생각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병이 아니냐’고 많이 말씀하시거든요.
이를테면 이런 거죠. 운전하고 가다가 내가 진짜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핸들을 확 틀어서 옆에 차량 부딪치면서 우리 가족들이 다 죽는 상상을 했다 이런 내가 좀 뭔가 이상한 놈이 아니냐 라고 얘기하신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다만 병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기능인데요. 우리가 일상생활 그리고 대인관계, 직업적 영역 등에서 그런 여러 가지 삶의 영역들에서 기능 제한이 많다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문제가 된다든지 아니면 내가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 게 힘들다든지, 내가 너무 이런 강박적인 증상들이 심해진 나머지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 정도라고 한다면 병이 될 테고요. 이런 증상들이 있긴 하지만 내가 이런 것들이 크게 지장이 없다고 한다면 병이라고 얘기하지는 않죠.
좀 오래된 실험인데요, 하버드 대학교에서 정상적인 건강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지금까지 했던 생각들 중에서 굉장히 이상하다고 했던 생각들을 한번 적어 봐라, 기록해 봐라 라고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온갖 생각들이 다 나왔어요.
이를테면 칼이 앞에 있는데 친척이 지나가면 저 친척이나 가족을 내가 칼로 찌르는 상상을 한다든지 아니면 아이가 막 즐겁게 뛰어놀고 있는데 그 아이의 목덜미를 잡아서 패대기치는 그런 상상을 한다든지 되게 좀 패륜적이고 엽기적인 그런 상상을 했다고 보고하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중요한 건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전부 다 병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는 거죠. 단순히 그런 생각을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병을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아요. 다만 그런 생각들이 자꾸 내 삶에서 자주 자주 나타나고 그 생각에 집착하느라 내가 어떤 특정 행위를 자꾸 반복해서 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이것이 기능에 제한을 두게 되었을 때 바로 우리는 강박증이라는 병으로 규정을 하는 것이죠.
Q. 강박증과 스트레스와 연관성은 어떤가요?
먼저 이제 스트레스 소인 이론이라는 것을 좀 잘 말씀 드릴 건데요. 스트레스 소인 이론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소인 내가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기질이 있고 그 유전적인 기질이 설령 우리 부모님이 강박증이나 이런 병을 가지신 분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꼭 내가 가지고 있다고 병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그런 기질이 있는 사람에게 스트레스가 결합되었을 때 병이 된다는 얘기거든요.
강박증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좀 강박증과 관련된 어떤 꼼꼼하고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날 스트레스가 나에게 굉장히 심하게 닥치게 되거든요. 심한 스트레스를 만나게 되면서 병으로 번져 나가게 돼요.
인간이 하루에 하는 생각이 한 육천 개 정도라고 알려져 있어요. 과연 우리가 이 육천 개의 생각을 다 파악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육칠천 개의 생각을 하는 것을 모두 다 파악하지 못하는데 우리는 굉장히 좀 좁은 범위의 생각을 파악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강박증이 시작될 때 대개 스트레스를 만나게 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안테나의 주파수가 굉장히 넓어집니다.
굉장히 많은 생각들을 우리가 잘 파악하게 되고, 또 그 생각들을 하나하나를 붙잡고 의미 부여를 하게 되면서 그 생각에 집착하게 되죠. 그러면서 강박증이 시작되는 겁니다.
Q.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의 관계는?
쉽게 말해서 강박사고는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침습적인 생각을 말하는 거고요, 침습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갑자기 어느 순간 머릿속으로 꽂혀 들어오는, 마치 인터넷 창을 키우면 팝업창이 떠오르는 그런 생각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떠올랐을 때 우리는 불안해지거든요. 그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 바로 강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강박사고라는 것은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이고, 그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 바로 강박행동입니다. 이를테면 내가 뭔가를 만졌는데 손에 균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고, 나는 병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강박사고고요, 그 생각이 불안을 유발하게 되겠죠. 불안하니까 당연히 이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으로서 현실에서 엄청나게 오랜 시간 동안 손을 씻는 그런 청결강박이 생겨나기도 하고요. 집 밖을 나설 때 혹시나 내가 콘센트를 끄지 않았기 때문에 불이 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 불안이 올라오잖아요.
그런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서 내가 하는 행동이 바로 반복해서 확인하는 행동이죠. 그렇게 해서 이제 강박적인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고요. 강박적인 생각과 강박적인 행동이 두 가지를 합쳐서 강박 증상이라고 하는데, 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해서 전부 다 병이라고 얘기할 순 없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강박적인 증상들이 나의 기능을 많이 제한하게 될 때 결국에는 우리가 강박증이라는 병으로 규정을 하는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강박증이란 과연 무엇이고, 강박적인 생각과 행동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강박증은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진짜 중요한 부분인데요, 강박증을 치료해 나가는 중요한 세 가지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신재현 원장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 <어른의 태도>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선생님을 만나고나서 분노를 좀더 잘 다루게 된 것 같아요"
"신재현 선생님의 따뜻한 조언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요"
"지방이라 멀어서 못 가지만 여건이 되면 찾아가고픈 제 마음속의 주치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