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준환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의료계, 특히 정신건강의학과를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많은 학회에서 디지털 치료제 치료기법 관련 내용이 주제로 다루어진다. 올해 10월에는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 지원과 학술교류 촉진을 위한 대한 디지털 치료 학회가 설립되었다. 디지털 치료제란 무엇이고, 정신과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디지털 치료제’란 질병의 치료 및 관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료용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실제 임상적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사용을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며, 질병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적/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에 발표된 증상 관리용 앱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디지털 치료제는 2017년 미국에서 약물 의존 치료를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 ‘리셋(reSET)’의 최초 허가 승인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2021년 기준, 미국에서는 20여 종의 디지털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여러 종의 디지털 치료제가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최근 디지털 헬스기술의 발전과 코로나 19 사태로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피하게 되면서, 스스로 자택에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 현재 사용되거나 개발 중인 디지털 치료제의 대다수는 불면증, 중독, 우울증, 신경인지장애 등 정신과 질환 영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인지훈련 콘텐츠를 통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의 증상 개선에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는 수면에 대한 인지적 오류를 교정하고 수면위생 교육, 스트레스 이완 요법 등을 제공하는 식으로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기존 인지행동치료 앱들이 획일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 디지털 치료제는 환자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이는 치료 동기를 지속시킨다는 큰 장점을 지닌다. 특히 정신과 의사들은 타 분야의 의사에 비해 인지행동치료에 전문적이라는 면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임상에 적용하는 데도 유리한 점이 있겠다.
현재 허가를 준비 중인 디지털 치료제들도 수가 적용 문제가 해결되면, 머지않은 미래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에서의 다방면 적용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면증 환자에게 수면제를 처방하는 대신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한다. 다음 진료 시에 수면위생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수면 상황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병원에서 시행되는 약물치료/정신치료/인지행동치료와 함께 환자가 실생활 속에서 치료기법을 꾸준히 연습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진료의가 환자의 앱 기록을 통해 치료 과정을 살피게 된다면 진료에도 큰 도움이 되며, 정신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독자들도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발전을 기대해 보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