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멘탈의 일상 심리학
[정신의학신문 : 한명훈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술이라는 것의 효과는 주로 술의 주 성분인 에틸알코올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에틸알코올은 뇌의 작용을 억제하는 억제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술을 마시면 졸리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억제제인 에틸알코올(술)을 마시면 흥분을 하고 기분이 들뜨는 등의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전두엽에서는 평상시에는 하지 않을, 과도한 뇌의 작용을 억제하여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억제 작용을 술이 억제하여 탈억제(disinhibition) 반응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졸리기도 진정되기도 하지만, 흥분해서(탈억제해서) 충동적이 되거나 기분이 들뜨거나 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술을 마신 후 주사가 다른 것은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술을 마신 사람들을 잘 관찰해보면 누구나 평소의 행동과는 다른 약간 탈 억제된 행동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적 개념을 적용해서 고민을 해볼까요?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존재하는 이드에서 충동(리비도, 공격성)이 생겨나고 이에 따라 우리의 감정과 행동이 정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날것의 충동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면 위험하고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가 어렵겠지요. 따라서 사회적 규범의 기능을 하는 초자아가 이드의 충동을 억압하게 됩니다. 이후 자아가 나서서 잘 조율을 한 뒤에 충동은 변형된 모습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인간의 본성과 가까운 이드는 평소에는 초자아에 의해 억압되어서 그 본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술을 마신 후 탈 억제된 상황에서는 초자아의 영향이 줄어들게 되고, 그래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평소보다 이드의 내용과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닌 행동을 하게 된다기보다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무의식의 측면에서 본다면 무의식적으로는 하고 싶었지만 억제했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드도, 초자아도 모두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고 한 행동으로 그 사람 전부를 판단하는 것은 일부분만 가지고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술을 마신 후의 모습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 버리고 멀어진다면, 상대방과 함께 관계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경험들을 놓치게 될 수 있겠습니다.
공주국립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한별,혜강병원 진료원장
서울병무청 정신건강의학과 제 1 병역판정전담의사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이해받은 것 같아요. 매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풀린 것 같아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