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통통샤인 정신과, 이상수 전문의] 

 

신칸센 철도가 지나가며 어느 초등학교 소녀가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_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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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사야카는 친구가 없는 외로운 아이다. 학교에서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을 알게 된 엄마는 전학을 가자고 한다. 하지만 전학 후에도 친구는 생기지 않는다. 사야카의 시선이 머무는 한 곳.

“엄마, 저 교복 예뻐요.”

“저 학교에 등록해볼까?” 엄마는 말한다. "넌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돼.

새 학교에서 장난기 많은 친구들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사진_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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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연계된 프로그램이 있어 상대적으로 공부부담이 적은 사립학교다. 중학교 때부터 공부 안 해도 대학 갈 수 있다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즐겁게 노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 되어 버렸다. 그녀의 다이어리는 노는 스케줄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밤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클럽을 다니고, 공부와 담을 쌓아 기어이 불량소녀로 악명 높아진 사야카. 성적순으로 하위권반에 또 다른 불량소녀들과 같이 배정되고, 담임선생님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야카와 불량소녀들을 '똥 덩어리들 같으니'라며 무시하기 일쑤다.

나름대로 순조롭게, 삶을 이어가던 그녀에게 어느 날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책가방에서 담뱃갑이 적발된 것을 계기로 누구랑 같이 담배를 피웠는지 이실직고하면, 퇴학 처리만큼은 면하게 해 주겠다는 담임선생님의 제안을 거부하자 사야카는 무기정학이라는 중징계를 당한다.

‘내 인생이 그렇지 뭐.’

담임선생님의 말대로 구제불능이 된 위기의 순간에 엄마가 나선다.

‘다른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학원을 가보자. 테스트는 쳐볼 수 있잖아.’

그렇게 세이호 입시 준비학원에서 츠보타 선생님을 만난다.

 

사진_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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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츠보타 선생님은 모르는 것도 빈칸을 남기지 않고 답을 적어내고, 빵점을 맞고도 발랄하게 웃고 있는 사야카에게 적극적인 자세가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가고 싶은 대학부터 정하자고 한다. 사야카도 선생님께 들은 칭찬이 어색하다고 하면서, 정한 학교는 일본 사립 명문대인 게이오대학교. 거기에 가면 멋진 오빠들이 많을 것 같다며. 어쨌든 그렇게 영화는 본격적으로 전개되는데. 실제 테스트를 해보니 예상보다 더 처참한 수준의 실력으로 앞길이 막막하다. 동생도 알고 있는 동서남북의 개념도 여태껏 몰랐을 정도로 기초 학력이 부족한 그녀에게 아빠는 일침을 가한다.

“너같이 불량한 애가 게이오라니 말이 돼? 그건 사기야. 사기!”

졸지에 아빠로부터 사기꾼이란 소리를 듣게 된 사야카. 현타가 오는 표정을 잠깐 보인 그녀는 하지만 불량소녀답게 “완전 망할 영감 같으니. 본때를 보여주겠어.”라며, 원대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이의 동기부여가 남동생에게만 사랑과 관심을 쏟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에서 나왔을까? 어쨌든 자신을 성장시키는 건설적인 동력으로 쓰고 있으니 나름대로 훌륭할 자원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담임선생님도 이에 질세라 한결같이 거든다.

“너 같은 구제불능이 게이오대학이라니. 허허. 네가 거기에 들어가면, 내가 발가벗고 운동장을 돌겠다. 허허 ”

불량소녀 사야카는 교실 앞에 나아가 당찬 모습으로 말한다.

“전 반드시 게이오 들어갑니다.”

 

본격적인 열공모드에 돌입하며 영화는 드라마처럼 전개된다. 어떻게 해서 그런 목표가 그녀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란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단서를 조금씩 보여주며 영화는 전개된다. 원래 사야카는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공상을 즐기던 아이였다. 영화는 잠깐 아버지와의 추억을 보여주며 남동생으로 인해 빼앗긴 빈자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괴롭힘을 당해 들렸던 곳도 기찻길 옆 그 장소였다. 아버지와의 긍정적인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이곳은 그녀만의 안전지대인 셈이다.

 

사진_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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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공부로 뒤처진 중학교 진도를 따라가느라 밤새워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거의 매일 잠만 자는 사야카를 한심해 여기는 담임선생님은 사야카가 점점 심하게 곯아떨어지듯 자게 되자, 츠보타 선생을 찾아가 말한다.

‘나도 선생이다. 희망 고문하지 마시라. 다른 데서 포기한 아이들을 경영난 때문에 받아주시는데, 그래 보았자 당신은 돈만 아는 학원 선생이 아니냐. 게이오대학에 학생들을 보낸 사례가 있느냐? 하위 2%의 학생이 어떻게 67만 명을 제치고, 상위 2%가 가는 학교를 갈 수 있느냐?“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츠보타 선생은 이렇게 답한다.

“사야카는 가능성이 넘치는 뛰어난 아이입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학생은 없어요. 오직 무능한 선생만 있을 뿐이죠.”

그녀는 자신을 변호하듯 말해주는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보며, 타인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자신도 츠보타 선생님처럼 똑똑해지고 싶다고 말하며 꼭 게이오에 합격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리고 사야카 곁에는 언제나 든든한 희망이 되어주는 엄마가 있다.

 

클리닉에서 가끔 자칭 타칭 불량소녀라고 일컬어지는 말 안 듣는 청소년들을 종종 보는 임상가로서 이 불량소녀를 응원하면서 보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결말은 검색하면 다 나오지만, 한줄평과 함께 봉인해야 될 것 같다.

 

한줄평)

누구나 자신만의 삶의 이야기가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주인공으로서 써 내려가는 자신만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사야카처럼 당신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면, 당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츠보타 선생도 학창 시절에 ‘암이라고 하면, 넌 말기야. 구제불능이라고.’란 소리를 들었다, 그도 사야카를 보며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에게 진정한 희망의 빛이 되어주고자 노력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써나간 셈이다.

 

불량소녀를 변화시킨 츠보타 선생은 무엇이 달랐을까?

영화에서는 학생들을 개성에 맞게 대하고, 가능성을 믿어주는 방식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결국 학생의 잠재능력을 끌어주는 교육. 이는 모든 교육적 성과를 담보하는 이상적인 원칙이고, 우리의 공교육이 놓치는 부분일 것이다. 일찍이 하버드대의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 이론을 통해 아이들은 각자의 소질과 재능을 타고난다는 것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학생에게 부족한 기초실력을 늘리고, 목표로 하는 대학에 근접하도록 하는 맞춤형 피드백, 그리고 능력에 맞는 과제를 주는 전략적 교육방식, 목표에 몰입하도록 적절한 동기부여를 하는 츠보타 선생의 방식은 훌륭했다.

 

“이제 드디어 한 문제를 맞혔어.”라며 사야카의 성장을 기뻐해 주는 선생님의 모습은 뿌듯하면서도 우리가 늘 그리워하던 모습이 아니었던가? 여기에 비싼 학원비를 대기 위해 택배물류 정리를 하는 엄마의 희생과 아들을 프로야구선수로 만들기 위해 아들에게 올인하느라 사야카에게 무관심한 아버지. 그런 적당한 결핍이 있는 주위 상황도 어느 정도는 동기부여의 원천으로 기여했을 것이다. 사야카는 그런 현실을 직면하고 더욱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동기를 불태우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모의고사 결과를 보고 낙담하는 그녀.

‘노력해도 안되는가 보다. 멍청한 꿈인가? 분수를 모른다? 괴롭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외롭다. 친구가 보고 싶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요.’

자기 자신에게 절망하지만, 그녀 곁에서 그녀를 끊임없이 믿어주는 과정에서 다시 힘을 내는 과정이 실감 나게 그려져 있다. 선생님은 낙담한 사야카에게 가능성을 믿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그녀를 격려한다. 게이오 대학에 엄마와 함께 가본 그녀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가치를 되새기며 서서히 슬럼프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설립자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자는 엄마에게 ‘내년 봄에 다시 찍으러 올 거예요.’ 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다시 몰입하며 공부를 시작한 그녀에게 약간의 희망의 빛이 보인다. 절치부심해서 게이오 대학 문학부 합격 가능성 50%의 결과를 받아 들고. 엄마로부터 ‘정말 애썼구나’란 말을 듣는다. 슬럼프에 빠진 야구선수인 동생에게 ‘너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하는 멋진 누나. 그렇게 영화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야카의 편에서 예정된 결말을 향해 간다.

‘최선을 다하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자.’

그녀 곁에서 그녀의 성장을 지지하는 선생님과 늘 힘이 되어주는 엄마. 그리고 잘될 것 같으니 이젠 우리 집안의 희망은 너라며 분위기를 바꿔서 친한 척하는 아빠가 있었다.

 

잠재력을 끌어내는 긍정의 응원

영화를 보면서 정신 치료적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가끔씩 다른 포스로 내원하는 청소년들과 면담을 하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소망이나 욕구를 탐색해 긍정적인 믿음을 붙잡을 기회를 포착한다. 어떤 믿음인가? 어쨌든 괜찮다. 어쨌든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 그 일로 인해 배울 수 있다는 믿음. 그래도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나아가 더 잘 될 수 있을 수 있다는 그런 낙관적인 희망을 붙든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능성, 잠재력을 찾아내는 관계를 경험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일 것이다. 주인공이 꿈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을 보며, 어느새 그녀의 성장과 작은 성공을 축하해주며 상당히 몰입하며 보고 있었다.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는 몰입(flow)을 설명하면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할 때 가장 큰 만족을 얻는다고 했다. 사야카도 자신을 성장시키는 그 과정에 몰입되어 그런 성과를 발휘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몰입은 명확한 목표가 있을 때 가능하다.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게이오대학으로 갈 실력을 만들어놓는다는 조건이 있을 때, 또한 그것을 잘 끌어내는 선생님이 있을 때 가장 좋은 몰입의 조건을 만들지 않았을까.

나에게도 잠재력을 이끌어준 고마운 선생님이 계시다. 당신에게 숨어있는 잠재력은 우리가 봐야 하는 내면의 빛이다. 그것은 생명력을 품은 사랑이 되어 나타난다. 사랑은 무엇일까? 진료실에서 사랑은 내담자가 원하는 욕구를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채워주는 것이다. 긍정적, 건설적, 균형적, 자율적으로 엄마의 사랑이나 따뜻한 난로 같은 존재가 되어, 어떤 때는 츠보타 선생님처럼, 숨겨진 내면의 빛을 찾아내 이끌어 주는 습관을 갖춰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눈부시게 빛나는 품격있는 삶과도 통하게 되어 있다. 츠보타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그런 따뜻한 열망이 빛나는 삶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츠보타 선생님과 같은 치료자라면, 내담자는 잘하고 싶은 마음만 있어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잘하려는 뜻이 있다면, 반드시 길이 있다. 그 길과 대안을 찾도록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선생님과 엄마와 같은 따뜻한 존재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앞서 언급한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을 끌어내는 것은 자기 성찰 능력에 달려있다고 했다. 우리 앞에 당면한 어려운 문제와 조건은 자신의 처지와 한계를 돌아볼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자신에게 불리한 처지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나름대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는 셈이다. 자기 한계를 넘어서 자기를 숙성시킬 기회이다. 문제는 힘든 상황에서 자신의 관점을 너무 왜곡되지 않도록 메타인지를 갖춘 균형감각으로 자신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일 게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거울이 되어 주는 반영해 주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존경하는 정신분석가 이무석 선생님은 ‘지상에서 유일무이한 자신의 가치를 긍정해 주라’고 늘 말씀해주셨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그 문제를 돌파하는 그 힘은 내면의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믿을 때에 나온다. 잘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 곁에 있는 따뜻한 존재의 시선을 빌려서 나를 본다면 조금은 볼 수 있다. 뜻이 있다면 길이 있고, 뜻을 세우면 또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신사임당의 입지 교육론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자신의 한계와 처지를 뛰어넘는 그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마음의 실력은 바로 나 자신의 작은 시작을 응원해주는 그런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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