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우울증 치료제인 SSRI(선택형 세로토닌 흡수 억제제)의 약전에는 블랙박스 경고가 들어 있다. 아동 ‧ 청소년이 이 약물을 복용했을 경우, 자살에 관한 생각과 행동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바로 그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약물 중 하나인 SSRI에 이런 무서운 경고 문구가 붙게 된 이유는 2003년 말에 이루어진 한 연구 결과 때문이다. 아동 ‧ 청소년이 SSRI를 복용한 경우 자살 사고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SSRI를 아동 ‧ 청소년에게 처방할 경우에는 자살을 생각하고 행동에 옮길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권고를 발표했다. 이후 2005년부터 모든 항우울제 라벨에는 이 위험성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가 의무적으로 포함되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오히려 이 권고 이후로 아동 ‧ 청소년의 자살률이 증가했다고 한다. 항우울제에 의한 자살 위험성 증가는 논란이 있을 뿐더러, 오히려 그 사실에 대한 과장된 보도 때문에 적절한 항우울제 치료가 늦어져서 아동 ‧ 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의 자살률이 증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의 공중보건권고 발표 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던 청소년과 젊은 청년(20~24세) 자살 사망률이, 발표 직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우울증 치료율이 급격히 하락한 데 따른 결과였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스테펜 소우메라이 교수는 자살률 감소를 위해 청소년 항우울제의 자살 사고 위험성 경고를 오히려 낮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주장은 미국 식품의약국의 항우울제 경고가 과장된 언론 보도와 우울증 치료에 대한 왜곡된 낙인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우울증의 약물 및 비약물적 치료 전반에 걸쳐 접근성을 후퇴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지속된 후속 연구에 따르면, 성인에게서는 그러한 부작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으며, 아동 ‧ 청소년에게서도 자살 ‘사고’의 소폭 증가를 나타낼 수 있으나 실제 자살은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오히려 전반적인 우울증 치료 효과로 인해 자살률 감소에 항우울제가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모든 약물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부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해가 될 수 있다. 이는 항우울제뿐만 아니라 모든 약물, 심지어 비약물적 치료를 포함한 모든 치료에 해당되는 위험이다. 그러나 위험을 과대하게 판단하여 적절한 치료로 인한 효과를 모두 포기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을 것이다.
![]() |
* * *
정신의학신문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상담 비용 50% 지원 및 검사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