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풀어보는 정신건강 (9)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대한명상의학회 박용한 부회장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Q: 나름대로 신념과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하더라도 그렇지 않을 때 느끼는 괴로움과 어려움이 비슷하게 찾아오는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A: 내가 나름대로 뭔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리고 그 일이 신념과 소신을 가지고 하는 거지만, 한편으로는 괴로움을 쌓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의도와 달리 괴로움을 만드는 것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 ‘내가 왜 이렇게 힘들지?’라고 생각한다면, 괴로움을 쌓고 있는 요소가 안 보이는 겁니다. 왜냐하면 내 신념과 소신에 따라서 하고 있는 거니까요.

선생님이 이렇게 제주도까지 와서 ‘내가 뭔가를 사람들한테 알려야겠어.’라고 마음먹은 건 굉장한 신념이지만, ‘남들은 다 쉬는데, 나는 가족들과 있지도 못하고 이게 뭐하는 거지?’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잖아요? 저도 그런 것을 많이 경험하거든요. 부부싸움도 하고요. 우리가 현상 세계를 살아갈 때는 신념과 소신이란 게 한편으로는 좋지만,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 그래서 결핍감과 괴로움을 일으키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거죠.

또 한 가지는 우리가 이제 마음 체계 자체가 서바이벌 시스템이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쉽게 이야기하면 상대방의 말에 대해 받아치는 것이 많이 발달되어 있어요. 상대방의 말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임으로써 어떠한 반응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주목하지 않아요. 오로지 ‘내가 맞아.’, ‘저 사람이 틀렸어.’ 이런 식으로 틀린 것만 자꾸 찾아내거든요. 이러다 보니 저 사람이 열 발을 쏘면 나는 스무 발을 쏘는 것에 계속 치중하게 됩니다. 상대방만 보니까 내 것이 안 보이는 거죠.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Q: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이 눈에 띄는 게 서바이벌 시스템 때문인가요?

A: 우리 뇌는 그게 유리하다고 착각을 일으키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논쟁이 많다거나 부부싸움이 잦다거나 뭐 이런 경우에는 서바이벌 시스템이 강화된 거죠.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저건 틀렸다고 생각해.’, ‘어쨌든 저 사람한테는 꼭 이겨야 돼.’ 이렇게 여러 가지로 강화되는 거예요.

성격적인 요소 때문에 그렇게 되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듣고 신중히 반응한다기보다는 즉각적 혹은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많아요. 양방향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자꾸만 한 방향으로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죠.

 

Q: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건 잘 보이지 않는데, 상대방이 나쁘게 말하고 행동하는 건 잘 보인다? 이런 메커니즘은 타고나는 건가요? 모든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는 성향인가요?

A: 그게 아마 동물적인 거겠죠? 왜냐하면 우리는 좋고 나쁜 것을 자꾸 개념화해서 보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게 본다는 건 이미 그에 따른 행동을 하겠다는 거니까요.

 

Q: 동물의 경우에는 본능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걸 따라야 뭐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다른 동물들과 관계도 맺으면서 번식해 나갈 수 있겠죠. 또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피하고 벗어나야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고요. 하지만 사람은 다르지 않습니까?

A: 인간은 장기 기억을 통해서 장치를 좀 더 강화했죠. 그래서 과거와 미래까지 영역이 넓어지는 하나의 플랜을 짤 수 있게 되었거든요. 다시 말해서 미리 걱정하고 미리 잘못될 것에 대한 우려를 갖고 접근하는 겁니다.

저 사람이 말한 것이 뭐가 맞고 뭐가 틀리나 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상당한 데이터가 들어가기 시작해요. 우리는 그렇게 발달되어 있는 거죠. 동물적인 것에서 인간적인 것으로, 즉 뇌를 사용하는 쪽으로 발전해 온 겁니다. 특히 사회적인 관계에 있어서 똑같은 뇌를 가지고 싸우니까 동물들이 싸우는 거랑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복잡하게 관계를 맺는 것이죠.

 

Q: 그것도 사실은 필요한 부분 아닌가요?

A: 그렇죠.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우리가 보통 ‘공회전한다.’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불필요하게 공회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알아차리면 되는데, 서로 불필요하게 공회전하는 거예요.

 

Q: 필요한 만큼만 하면 되는데…… 그것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니까요.

A: 맞아요. 나쁜 게 아니라 서바이벌에 필요한 거죠. 투 트랙이니까요. 중요한 건 과도하게 가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뱀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이걸 계속해서 생각하면서 ‘뱀이 왜 나타났지?’, ‘밖에 나가면 또 나타날 건가?’, ‘혹시 나갔다가 물려 죽으면 어떡하지?’, ‘죽으면 어떻게 되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 공회전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Q: 이게 정말 필요한 건지, 불필요한 건지, 너무 과한 건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나요?

A: 기준은 어떻게 보면, 알아차림의 정도에 따라서 또 지혜가 만들어지는 정도에 따라서 달라질 거예요.

 

Q: 그것은 자기 주관인가요?

A: 기준은 자기 주관이라고 하는 게 없어요. 그냥 알아차리는 수준이 커질수록 좀 더 조화롭게 얼마나 하모니를 이루느냐를 보는 거죠. 기준은 조건에 의해서 변하거든요. 고정된 기준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니에요. 어느 순간에는 이 기준이 맞을 수도 있고, 다른 순간에는 저 기준이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정된 건 없어요.

 

Q: 그러면 내가 알아차리는 정도가 이 정도면 이 기준에 맞을 수 있지만, 같은 상황에서 내 기준이 올라갔을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요?

A: 내 의식이 성장하면 아무래도 좀 더 넓게 보게 되죠.

 

Q: 상황이 변하면 이게 맞을 수도 있는 거고요?

A: 예, 그렇죠. 그것을 소위 ‘통찰(洞察, insight,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봄)’이라고 하잖아요? 전체적으로 보면 그 조망하는 것이 더 커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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