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정영인

면담을 하다보면 "나는 더이상 상처 받기 싫어서 연애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의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에서 남자 주인공은 “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희망이 자기 인식에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있는 것 –비겁함, 심약함, 게으름, 부정직, 타협성, 끔찍한 어리석음 같은 것-을 상대에게서 발견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사랑에 빠진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함을 찾는다.” 라고 말한다.

이들의 사랑이 점점 깊어져가며, “놀라운 일이야, 나도 막 똑 같은 이야기를 하려던 참인데/생각을 하던 중인데/ 일을 하려고 했었는데..” 라고 말하게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여자 주인공인 클로이가 좋아하는 구두를 보며 “나를 사랑하고 이해한다고 주장하는 여자가 이런 구두에 끌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그들은 큰 다툼을 벌이게 된다. 어이없게도 여자 친구의 ‘구두’ 취향 때문에 말이다

이 소설에서 처럼 우리는 처음 사랑에 빠질 때 이상화라는 과정(흔히 말하는 콩깍지)을 겪게 된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좋아보이고, 그 사람이 나를 구원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 잡혀 기대와 설렘, 행복감 속에서 살아가며 또 하나의 완벽한 나를 찾은 것처럼 자아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과의 사랑이,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완벽하지도 않으며, 나와 항상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높이 올라간 만큼 떨어질 때의 공포는 크다. 이 시기에 그들은 실망하게 되고, 어느새 열정적 사랑은 분노라는 감정으로 돌변하게 된다. 

이런 상처들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이런 과정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첫째, 배려하라. 상대는 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고, 나와는 다른 독립적인 사람임을 인정하라. 다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느끼지만, 분명 다른 독립적인 사람임을 인정해야 한다. 배려란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고, 상대가 나와는 다른 인간임을 인정하는 마음을 뜻한다.

둘째, 신뢰하라.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이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신뢰하라. 그 사람과 내가 같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경험했던 분노의 감정 또는 실망감들은 , 그 사람에게 버림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의 투사일 지도 모른다. 

셋째, 표현하라. 내가 사랑하는 감정, 내가 서운한 감정들을 표현함으로써 연인간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높은 자존감은 서로를 배려하고 신뢰하는데 도움이 된다.

상처 없는 사랑이란 말은 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줄 모른다. 누구도 사랑의 상처를 멀리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상처가 너무 깊지 않게,  또  생긴 상처들은 잘 치유해가며 사랑의 좋은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성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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