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정신건강복지법 강제입원 요건 해석을 두고 정신의학계와 보건복지부가 대립각을 보이며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보건기구)가 개정안의 강제입원 요건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정신건강복지법 내 강제입원 요건이 ‘복지부가 WHO 권고안을 잘못 해석했다’는 정신과의학계의 주장에 대해, WHO가 개정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복지부는 WHO 정신보건국 정신건강정책 및 서비스 개발과 Michelle Funk 과장이 공식 서한을 통해 ‘한국의 정신보건법 개정에 대한 WHO의 공식의견’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Michelle Funk 과장은 한국의 정신보건법 개정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WHO는 강제입원에 대한 더 높은 수준의 보호를 위해 개정법 제43조 2항의 강제입원 요건을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고 언급했다.

이 부분에 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정신건강복지법 강제입원 요건에서 '자타해 위험성', '치료 필요성'을 모두 요구하는 것은 WHO 가이드라인을 오역한 것이라고 주장해온 것에 대해 Michelle Funk 과장은 “해당 가이드라인이 이미 2008년 UN장애인권리협약의 발효로 철회돼 효력이 없다”고 설명하며 “강제입원 요건으로 '자타해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 모두를 충족하는 것이 WHO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한다”며 “정신건강복지법에서 ‘그리고(and)’를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번 WHO의 입장 표명으로 정신건강복지법과 관련해 논란이 되어왔던 ‘강제입원 요건’ 문제는 일단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치료 필요성'이 보임에도, '자타해 위험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환자를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타해 위험성을 보여야만 정신과 질환이 심각한 것이 아님에도 지나친 조건으로 강제입원을 막는 경우, 환자와 보호자에게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은 '치료 필요성' 요건에 대해서는 의사의 진단을 통해 분별할 수 있지만, '자타해 위험성' 요건은 판별하기 모호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한 정신과 전문의는 "과거 자타해 행위를 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인지, 진단 시점에서 그 같은 행위를 보인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인지 또는 미래에 그럴 위험성이 있어 보일 경우인지 그 시점에 관한 기준도 모호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어떤 경우 입원이 필요한지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어 강제입원을 결정하는 시점에서 혼란이 발생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료계의 우려에도 복지부는 이번 정신건강복지법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우리나라의 정신과 강제입원 절차가 환자의 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 속에 개정된 것이기 때문에 보호입원 즉, 강제입원의 조건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5월 30일 정신건강복지법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를 통해 입원의 적합성에 대한 사법적 심사가 가능하며 헌법재판소의 지적과 같이 입원 시 동 청구권에 대한 고지 및 통지를 강화해 환자의 사법적 청구권이 보장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