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신의료 체계는 외래 치료나 입원 치료 할 것 없이 최소한의 치료만 가능한 수준으로 짜여 있다. 의료보험이나 의료보호 체계 모두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저비용으로 정신질환자를 돌보게 되어 있으며 정신보건법 상 정신의료기관 인력 및 시설 요건 규정은 이 정도의 비용에 맞춰져 최소화 되어 있다.
이런 최소한의 시설과 인력 규정은 최소한의 서비스에 맞춰진 장기입원형 병원 중심의 정신의료체계만이 국내에서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비용을 낮게 유지함으로서 환자 가족이 쉽게 장기 입원을 선택하게 할 뿐 아니라, 정신의료기관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환자를 입원 유지시켜야 운영이 되도록 동력을 제공한 것이다.
대한 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장이라는 정신보건법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금번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정신의료체계 개혁에 대한 선언적 의미만 담고 있을 뿐, 지난 20년 동안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정신의료서비스를 개선할 실질적인 방안, 아니 정책실천의지를 전혀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규제와 감독의 강화를 통해 비자의 입원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현실을 도외시하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신의학 치료가 자유권의 제한이 아닌, 치료 받을 권리의 행사로 다가가게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의 정신의료 서비스에 대한 경험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신의료 정책의 완전한 방향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개정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5월 말부터 정신과 환자의 입퇴원 대란이 발생한다. 연간 약 17만 건의 비자의 입원이 발생하고 있는데, 법 개정으로 일부 자의나 동의입원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최소 약 10만 건 이상의 비자의 입원이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더군다나 교차진단은 정신건강심사위원회의 계속입원심사(연간 약 7만 8천 건 발생)에서도 요청되며 그 주기도 최초 2회의 경우 3개월로 단축된 점을 감안하면 필요 전문의의 숫자는 더욱 증가한다.
입원 서비스는 고비용-고강도 서비스로 재편하여 입원 유인을 줄이는 동시에, 입원 경험을 통제의 경험에서 돌봄을 받는 경험으로 바꾸어야 한다. 동시에 정신보건체계와 정신의료체계를 통합하여 완전한 형태의 지역사회 정신 보건-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재구성하여, 환자가 입원을 하지 않고도 지역사회 내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정신건강증진센터에 대규모의 정신과 전문의와 전문요원의 증원을 시도하거나, 혹은 민간영역 정신의료기관의 영업형태 전환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또한 지역정신보건체계가 만성 정신질환자 재활에 머무르지 않고, 초기 발견과 초기 치료를 도와 입원과 재활의 필요성을 원천 차단하는 역량을 지금이라고 구축하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만성정신질환자를 위한 주거와 소득을 포함한 통합적인 사회보장-복지체계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자료. 도식적으로 표현한 제도의 복잡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