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뜨거운 것을 넘어서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햇살, 푹푹 찌는 무더위, 가뜩이나 힘든 회사 생활을 너무나 지치게 만든다. 이즈음 직장인들의 머릿 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다. 바로 여름 휴가다. 드넓은 황금 사장에 자신만을 위해 놓여진 선베드와 파라솔, 함께 준비된 칵테일과 맛있는 요깃거리들, 파도가 춤을 추는 시원한 바다, 구름마저 유유자적한 파아란 하늘, 함께 기뻐하며 끊임없는 미소와 사랑의 눈빛을 보낼 연인. 각자 환상적인 휴가를 생각하며 힘든 이 시기를 버티고 있으리라.

그런데 기대한 만큼의 환상적인 휴가를 보내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상 출발 시간을 두시간이나 훌쩍 넘겨버린 마누라, 올림픽대로를 벗어날 생각이 없는 차들, '조금 빨리 출발했으면 막히지 않고 벌써 바닷가에 도착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징징거리는 아이들, 지루한 운전 끝에 도착한 바닷가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다. '야! 집이 제일 편하다'라는 친구의 말이 떠 오름과 동시에 후회와 분노가 밀려온다.

사실 여름 휴가의 본 모습은 이런 것이다. 마누라가 준비하는 것을 기다려주고, 출발을 했더라도 빠뜨린게 있으면 돌아가고, 당연히 차가 막힐 것을 예상하고 오가는 길에 사고 나지 않음에 감사하며, 아이와 마누라가 투덜거리는 것을 받아주는 것. 날씨가 화창하고 맑으며, 예약해 놓은 객실이 사진에서 본 것처럼 예쁘고 깔끔하며 주인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운이 좋은 것이다. 여행의 시작이 평온하다면, 자신의 기대대로 시작되었다면, 그건 행운인 것이다. 그런 여행길을 만들어주는 마누라와 아이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렇다 이 글은 어떻게 낭만 가득한 여행을 할지, 적은 돈으로 풍성한 여행을 할 지에 관해 1. 2. 3. 4. 5. 순서를 매기고 팁을 주는 글이 아니다. 그렇다고 '기대를 낮추어야 행복해집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각자 자신만의 생각과 이미지로 세상을 그리고 기대를 하는 것에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휴가 길에 차가 막히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히 날씨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마누라는 어땠을까? 매일 남편의 출근길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아침을 보냈는데, 남편 휴가때 만이라도 느릿느릿 준비하고 느릿느릿 보내는 여행을 기대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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