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문인화 수업 체험기 – 3

변화를 몇 가지 요약하면,
1. 평소에 모든 사물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그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의식이 강해졌다.
2. 모든 인간관계나 자연과의 관계가 더욱 친근해지고 정감이 간다.
3. 그리는 상상을 하거나 실제로 그리는 동안 마음이 편안하고 완전 집중된다. 가히 명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4. 작업을 하는 동안은 물론이고 평소 생활에도 시상이나 화상이 떠오르는 순간 감동과 함께 창조적 심성이 움틀거린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바로 노트에 적는다.
5. 생각이 떠오르는 동안 온갖 공상을 다 한다. 달을 타고 하늘을 나는 아름다운 동화의 세계도 펼쳐진다. 어린이의 심경이 된다는 건 순수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순간이다. 세속화된 어른 세계를 떠나 동화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도 문인화가 주는 크나큰 축복이다.
6.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으로 모자라는 부분을 보상해준다. 우리는 시인같이 아름다운 시를 쓸 수도 없고 미술가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순 없다.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을 글과 그림이 서로 보충 설명을 해준다.
7. 문인화는 여백이 많다. 거기에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물론 이건 보는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작업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여백에 담을 수 있다.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펴 여백의 공간을 유영하는 그 기분이라니!
8. 무심코 하는 일상이 새롭게 다가오고 새로운 의미가 부각된다. 베란다의 꽃 한송이도 예사롭지 않다. 꽃 앞에 앉아 대화도 하노라면 꽃의 아름다운 감정이 내게로 전해온다. 평화로운 감정에 젖게 된다. 세상 누구도 꽃 앞에 앉아 원수를 갚겠다고 이빨을 갈지는 않는다. 생활의 전 영역에 걸쳐 힐링이 일어난다.
9. 순수한 마음이 된다. 절로 어린애 같은 상상의 세계로 들게된다. 어른의 세속적인 욕심이나 경쟁심이 순간 사라진다. 생각해보라.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던가. 문인화는 동화 같은 어린이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시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