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마음이 고통스럽거나 불안할 때 어떻게 하는가? 혼자 참고 고민하는 편인가 아니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이야기하는 편인가? 나도 모르게 현실을 외면하거나 환경이나 남 탓을 하는 자신을 모습을 본 적이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애꿎은 자신만 탓하고 있지는 않은가?
프로이트는 의식 수준에서 감당할 수 없는 충동이나 불안감, 내적 갈등이 있을 때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바꾸는 과정을 방어 기제라고 하였다. 방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대개는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태도'이다. 한편 비슷한 의미로 '저항'이라는 말도 사용한다. 흔히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변화하기 어려운 지점에 맞닥뜨렸을 때 저항한다고 표현하는데, 정신과에서의 저항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점에서 방어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매주 정해진 시간에 상담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하루는 평소처럼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멈춘 듯 침묵하기 시작했다. 그 때 어떤 생각이나 감정 때문에 침묵을 했다면 관찰자가 보기에는 무언가 '저항'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반면 피상담자의 입장에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경우 상대방이 자신을 비난할 것 같고, 자신의 말이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 같다면 조심스러운 수단인 '방어'로써 침묵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방어와 저항은 같은 행위에 대해 보는 관점에 따라, 또 그 결과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성숙한 방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를 건강하고 후유증이 적은 방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다. 프로이트의 딸로 유명한 정신분석가인 안나 프로이트는 이 같은 방어 기제를 깊이 연구하고 정리하였다. 성숙한 방어로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형태로 욕구를 표현하는 승화나, 불편한 감정을 농담으로 넘어가는 유머가 대표적이다. 반면, 미숙한 방어는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때로는 대인관계나 사회 직업적으로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애초에 현실과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는 부정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을 외부로 투사하여 남을 탓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정신과에서 면담을 할 때 본래 가지고 있는 방어를 더 강화시켜 현실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할 때도 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방어가 개인의 삶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선택한 방법을 스스로 재고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이때 그 사람이 도움이 되지 않는 방어를 계속 고수한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을 저항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 저항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그 사람의 동의하에 상담이라는 관계 속에서 왜 저항이라고 느껴지는 태도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고수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함께 탐색해 나가게 된다.
사실 이것은 비단 정신과에서 하는 정신치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서 작고 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때 내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하나의 선택이 도움이 될지 아니면 나쁜 결과를 줄지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이로 인해 나는 방어할 수밖에 없는 것을 타인은 저항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살아가는 데 있어 ‘방어’를 지나치게 하는 것이나, 내 안에 ‘저항’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객관적일 수 없기에 자신의 방어를 더 잘 이해할수록, 타인이 보여주는 나의 저항을 더욱 인식할수록, 그 이면의 감정을 알 수 있고 자신의 이해에 대한 지평을 넓힐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방어와 저항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걷게 되고, 이미 그 발자국이 모여 하나의 길을 만들고 있으며, 이 길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