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단감 “ 위 속의 말썽꾸러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지난 에피소드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에 대한 소개는 거의 못해드렸습니다. 그람 음성 간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나선형의 체부와 4~6개의 섬모를 지니고 있는 특이한 모양의 세균입니다. 원래부터 인간의 위 속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fecal-to-oral route’을 통해 침입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주로 비위생적인 공중보건의 국가에서 많긴 한데, 부끄럽게도 한국에 많이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균에 감염되어 있다고 해서 모두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10~20% 정도에서만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위는 위산이 분비되는 곳으로 세균이 생존하기에는 어려운 곳이지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유리아제 (urease, 유뤠이즈가 더 맞는 발음이 아닌가 싶지만)라는 효소를 통해 위산의 독성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는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일으키는 증상은 위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중년의 한국인이 거의 가지고 있는 만성 위축성 위염부터 소화성 위궤양, MALT 림프종, 그리고 무엇보다 위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악성빈혈, 철결핍성 빈혈 등의 자잘한 문제와도 관련이 있으며 계속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전부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증상을 일으키는 환자에 대해서는 증상의 치료와 함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요법을 함께 진행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제균요법은 몇 가지 항생제를 복용함으로써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제품 때문에 유산균, 요구르트를 먹으면 제균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프로바이오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사실과 다릅니다. 회사의 마케팅이라고 볼 수밖에 없죠. 연구 결과들 중에 그나마 좋은 결과를 보인 것들도 ‘제균요법과 함께 시행 시 치료 성공률이 조금 높아지더라’는 식이기 때문에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는 사태는 절대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워낙 환자를 홀리는 잘못된 정보가 많아서 괜한 걱정입니다.

환자에 따라서 제균요법 때 복용하는 약들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정해진 기간 동안 약을 복용한 다음에 제균이 이루어졌는지 요소호기검사(urea breath test) 등을 시행하게 됩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