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들은 어떤 사람일까?

사진 옵티미스트클럽 채정호

 

2011년도에 진료과목 정신과의 명칭이 정신건강의학과로 바뀌게 되었다. 단순히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 정신질환의 예방, 정신건강 증진 등의 개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발맞추어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활동 영역이 실생활로 확대 되고 있다. 채정호 선생님은 10년 전에 ‘행복한 선물, 옵티미스트’라는 책을 펴냈고, 2011년도에는 옵티미스트 클럽을 공식 출범하고 현재도 활발한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옵티미스트란?

“스톡데일 파라독스(Stockdale Paradox)처럼, 월남전에서 ‘내가 얼마 안 있어 곧 틀림없이 풀려 나갈 거다.’ 라고 무작정 믿고 있는 사람들보다, 언젠가 풀려 나가겠지만 매일 운동을 한다든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하면서 지내는 사람이 더 오래 버티고 회복이 빨랐다.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 삶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중요하다. 행복을 아는 사람은 많은데 행복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옵티미스트는 행동하는 긍정주의자이다.”

“정신의학의 한계 때문에 옵티미스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름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데, 환자들이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고, 그 원인을 보니 삶의 질이 나쁜 경우가 너무 많았다. 정신의학에 있어서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되면서 긍정심리를 공부하게 되었고, 옵티미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채정호 선생님의 옵티미스트 활동은 병원 밖에서 진행되고 있다. 질병에 대해 강의하는 것도 아니고, 환자나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도 아니다.

“병원의 모형으로는 한계가 느껴져서 지역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살다 보면 많은 분들이 불행한데, 불행한 걸 정신병리로만 볼 게 아니라 불행한 사회에서 행복을 보지 못한 사람들의 한계로 봐야 할 것이다. 행복을 보고 지내는 사람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결국 Primary Prevention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사회 운동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훨씬 더 사회에, 동네와 학교로 들어가야 한다. 세월호 때 보셨겠지만 학교에 의사가 들어가는 모형에 대해서 상당히 사회의 거부감이 많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사람들을 병리화 해서 본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돌보는 걸 배우는 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다. 학교에 가든 센터에 가든 기업에 가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만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자신 없어 한다. ‘환청을 가진 환자는 내가 잘 치료하는데 일반인을 대하는 건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의 개입은 실제로 너무 쉽다. 자원이 훌륭해서 조금만 개입해도 잘 지낼 수 있다. 우리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애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 사람들은 환자가 되어 결국 우리에게 온다.”

“금년에 긍정학당을 만들어서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처럼 긍정과 행복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긍정적으로 사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분들이 필요한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선생님들이 해주면 제일 좋겠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역할이 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고 본다. 사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역할은 그것보다 훨씬 앞(일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애쓰는 것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역할이다.”

 

채정호 선생님은 현재 병원에서의 진료 및 연구 활동 외에도 옵티미스트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은 사는 게 그런 거라고 본다.

ABC (옵티미스트 클럽의 핵심가치 – ABC (Appreciate, Better, Care)) 중 B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다.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B를 열심히 하는 분들은 많이 볼 수 있다. 학회에서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은데, 본인 스스로 만족하고 본인은 좋지만 주변 사람에게 착취자가 되기 쉽다. 사실 연구자들은 Care해서 좋은 연구자들을 키워내야 한다. A,B,C가 평형을 이루어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A,B 100점 받고 C는 0점 받은 총 200점보다, A,B,C 모두 60점씩 받았지만 총 180점인 게 더 행복하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가 Care가 약하다는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는 커뮤니티 개념이 강한 나라인데, 서구 문화가 들어오면서 Care가 약해졌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 정서에 손에 손 잡고 끌어주는 구조가 맞는 것이다. 내가 경험해 보니, 보람을 느끼는 건 내가 유능하고 잘 나가는 거 보다는 내가 우리 후학하고 같이 가고, 그 사람이 발전하고 성공하는 게 좋다. 사실 의사들이 기본적으로 그렇다. 자기가 잘나려고 의사하는 게 아니고, 누군가를 Care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중요한 자원이다. 사회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Care하는 게 의사로서의 미션이고 해야 하는 일이다.”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역할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는 이는 적은 것 같다. 채정호 선생님의 실천 사례가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

 

(옵티미스트 클럽 홈페이지 www.optimist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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